글도 더하기·빼기도 모르지만 우리가 아는 건 “행복”
글도 더하기·빼기도 모르지만 우리가 아는 건 “행복”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2.20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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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시즌2] <22>
독일 교육에서 배운다 ② ‘루드비히 키타’가 추구하는 교육

지난주에는 카를 벤츠 학교의 다양한 교육체제를 들여다봤다. 독일 교육 시스템은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로 이어지는 우리의 교육체계와 달리 매우 복잡하다. 우리로 따지면 중·고교 과정에 해당하는 ‘김나지움’을 이해하는 것도 복잡하다. 다양한 교육 시스템은 자신에게 맞는 과정을 찾아서 성장하도록 하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독일 교육 시스템은 유아 단계에서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초등학교 취학 이전의 유치원도 그냥 유치원이 있는가 하면 우리의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보육기관이 있는 등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독일 라인란트팔츠 주의 동부에 있는 프랑켄탈이라는 도시였다. 아주 작은 이 도시는 조용하게 지내고 싶은 이에게 최적인 그런 도시이다. 앞서 카를 벤츠 학교가 다소 번화한 만하임이라는 도시에 있었다면 프랑켄탈은 그에 비하면 무척 조용하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 독일의 취학 전 시스템

우리나라의 종일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루드비히 키타' 입구. ©김형훈

유치원 교육과정을 알고 싶어 찾아간 곳은 성루드비히교회에 소속된 ‘루드비히 유치원’이다. 아니 유치원이라는 이름을 달기는 어색하다.

잠시 독일의 취학 전 시스템을 들여다보자. 독일은 일반적으로 유치원을 ‘킨더가르텐(kindergarten)’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기자가 찾아간 ‘루드비히 유치원’은 ‘킨더가르텐’이 아니라 ‘킨더타게스슈태테(Kindertagesstätte)’라는 시스템을 가진 곳이다. ‘킨더타게스슈태테’는 오스트리아식으로는 ‘간즈탁스 킨더가르텐(ganztags kindergarten)’이라고 한다. ‘간즈탁스’는 ‘하루종일’이라는 뜻으로, ‘킨더타게스슈태테’는 종일 돌봐주는 그런 기관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유치원보다는 종일 어린이집에 가깝다.

‘킨더타게스슈태테’는 독일 현지인들도 발음하기가 길어서인지 이걸 줄여서 그냥 ‘키타(KITA)’라고 한다. 그럼 여기서는 ‘루드비히 유치원’을 ‘루드비히 키타’라고 하자.

루드비히 키타의 원장은 올해로 58세인 카린 베더다. 그는 루드비히가 가진 장점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애들에 대한 애정을 기자에게도 시원하게 풀어냈다. 만나자마자 그가 꺼낸 건 ‘칭찬’이었다.

“부담없이 놀게 하죠. 항상 칭찬을 하면서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거죠.”

# 어릴 때부터 민주주의 익혀

루드비히 키타의 베더 원장이 원아들의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김형훈

루드비히 키타에 다니는 어린이는 75명이다. 만 2세부터 6세까지다. 공갈젖꼭지를 쪽쪽 빨아대는 애들부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이들까지 섞여 있다. 반은 3개반이다. 75명이 3개반이면 산술적으로도 꽤 많다. 한 반에 20명이 넘는 애들이 바글바글하다니.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맞벌이 부부들은 오후 4시면 애들을 데려간다. 12시까지만 맡기고 데려가는 부모들도 있다. 어떤 부모들은 2시부터 4시까지만 맡기기도 한다. 종일 어린이집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얘기하는 ‘종일’의 개념과는 좀 차이가 난다. 오후 4시 이후엔 아이를 남에게 맡기지 않는 게 이 나라 철칙인 모양이다.

교육 과정은 어린이 회의를 거친다. 초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고, 공갈젖꼭지를 물린 애들에게 어떤 교육과정이 좋은지를 묻는다니 다소 어리둥절했다. 애들이 모여 투표를 하고, 주제를 정한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민주주의 절차를 배우는 곳이다.

더 특이한 점은 나이별로 반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개 반에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있다. 베더 원장의 설명은 이렇다.

원아들의 행복과 자긍심을 강조하는 루드비히 키타의 베더 원장. ©김형훈

“작은 애는 큰 아이에게 배우죠. 또래인 경우 그 그룹에서 수준차가 나면 그것도 스트레스가 되죠. 섞여 있으니 서로 배우는 겁니다.”

그런데 그 배움이라는 게 우리처럼 글자를 배우고 숫자를 배우는 건 아니다. 다음 기획 때 소개를 하겠으나 배움은 오로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게 독일의 교육 시스템이다. 그래서인지 루드비히 키타 애들은 글자를 모른다. 우리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원아 이름이 곳곳에 붙어 있지만 여기는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상징을 표기로 삼는다.

# 자유롭게 놀고 공부는 없고

여기 애들은 스스로 노는 데 익숙하다. 프로그램으로 짠 과정에 속하지 않고, 자신만의 놀이를 찾는다. 자유롭게 노는 걸 ‘교육 집중시간’이라고 부른다.

“자유롭게 노는 시간도 배우는 시간이죠. 여러 가지 종류의 재료를 제공하면 애들끼리 놀기도, 교사랑 놀기도 해요. 그러면서 서로 규칙도 배우고요. 교사의 개입은 무척 적어요. 갈등이 있으면 개입을 하기는 하지만, 여기에서 교사는 놀이 상대일 뿐입니다.”

그래도 궁금해진다. 정말 공부를 하지 않을까. 글을 배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한국인이라면 응당 품는 궁금증이다. 그래서 공부를 시키는지 물었다.

독일의 취학 전 어린이들은 글을 배우지 않는다. 루드비히 키타의 세면장에 걸린 수건들. 여기엔 원아들이 좋아하는 사물로 자신의 이름을 대신하고 있다. ©김형훈

“그런 건 없어요. 그런 교육은 받지도 않아요. 더하기 빼기도 없어요. 굳이 댄다면 숫자를 세는 정도라고 할까. 읽고 쓰는 것도 없고, 언어 구조를 배우는 정도죠.”

대신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생각, 즉 자긍심을 가지도록 하는데 초점을 둔다. 우리처럼 어릴 때 ‘공부’에 매달리는 교육과는 천양지차다. 베더 원장은 과잉 학구열에 불타는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익히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행복’을 주문했다.

“사는 건 행복이 주목적이죠. 행복한 사람이 돼야 하는데 한국 얘기를 들으면 안타까워요. 하나님이 주신 인간의 근본 권리는 행복하게 사는 것 아닌가요. 지적 능력을 떠나 사람으로 살 권리가 있는 것이고, 그런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게 삶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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