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실수를 따뜻하게 받아주는 어른이길”
“어린이 실수를 따뜻하게 받아주는 어른이길”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2.1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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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훈의 동화속 아이들 <23> 황선미의 「뻔뻔한 실수」
 

실수를 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을까요. 그런 삶은 없을 겁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그 실수에 대한 진정어린 반성이 있어야 그 실수를 만회할 수 있겠죠.

 

동화작가 황선미가 쓴 <뻔뻔한 실수>는 작가 자신의 실수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작가는 초등학교 때 교실에 있던 어항을 깨뜨린 기억이 있다네요. 당번이라서 짝꿍이랑 수돗가로 물을 갈아 주러 갔는데, 그만 수도꼭지에 어항이 부딪히면서 깨지고 말았어요.

 

깨진 어항을 들고 가면 선생님은 뭐라고 할까요. 분명 야단을 맞을 게 뻔하고, 혹시 ‘물어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 때는 누구나 가난한 시절이었고, 황선미 작가 집안도 마찬가지였던가 봐요. 가난했던 어린 황선미의 입에선 의외의 말이 튀어나옵니다.

 

“물을 갈아 주려는데 누가 확 밀었어요.”

 

작가의 말을 빌리면 누군가 자신을 건드린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입으로 나와 버렸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그 말을 듣던 짝은 어이없는 표정이었답니다. 작가 황선미는 자신을 비웃는 것 같은 그 짝꿍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뻔뻔한 실수>는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황선미 작가의 경우처럼 말이죠. 좀 더 다른 게 있다면 황 작가 시절엔 둥그런 작은 어항이었다면, 동화에 등장하는 건 ‘어항’이 아니라 ‘수족관’입니다. 수족관은 금붕어만 담는 어항과 달리 산소를 만들어내는 기포기도 함께 들어있죠.

 

주인공 대성이는 같은 반의 반장을 골려주려다가 사건의 주인공이 되고 맙니다. 무슨 사건이냐고요? 수족관을 깨뜨렸을까요? 그건 아니고요.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를 죄다 죽이고 마는 일을 저질렀어요.

반장 영일이가 가져온 수족관은 아이들을 구분짓는 '나쁜 존재'로 표현돼 있다.

 

수족관은 반장 영일이 엄마가 제공을 해줬어요. 영일이 엄마가 영일이를 반장으로 뽑아줘서 고맙다며 선물을 한 것이죠. 문제는 수족관 때문에 반이 갈린다고 할까, 수족관 편에 끼는 애들이 있고 그렇지 못하는 애들이 생기고 말아요. 수족관에 참견할 수 있는 애들은 반장과 부반장이 있고, 먹이통조차 만지지 못하는 애들도 생겨났어요.

 

아주 자그마한 보미라는 애는 친구들과 말도 섞지 않는데요. 보미는 먹이를 줄 차례가 와도 대상이 되질 못했어요. 반장 영일이가 웃긴 이유를 대면서 보미에겐 먹이 줄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이유는 이랬어요. ‘보미는 손이 지저분해서 물고기에서 병을 옮긴다’고 말이죠. 참 웃긴 핑계이긴 한데, 보미는 그래도 정말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싶어 해요. 그러다 먹이통을 만졌어요. 그걸 본 반장 영일이가 보미 손을 꽉 잡았고, 순간 먹이통은 떨어집니다.

 

교실 바닥으로 떨어진 먹이통. 대성이는 몰래 그 먹이통을 자신의 주머니속에 집어넣어요. 반장을 혼내 주려고요. 대성이는 수족관에 대한 불만이 많았기에, 정말 사건을 칠 준비를 합니다. 그 사건은 먹이통의 내용물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죠. 대성이는 먹이통을 비우고, 그 속에 코코아 가루와 가루비누를 섞어 넣은 겁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결과는 알 수 있겠죠. 여러분들이 상상했듯이 수족관은 거품으로 가득차고, 물고기들은 죽고 맙니다. 대성이는 그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겁니다.

 

10살 대성이는 고백은 해야 하는데, 고백을 미룹니다. 그 사이에 보미가 사건의 주범으로 몰리게 되죠. 그러다 영일이를 비롯한 친구들은 보미를 골려줄 요량으로 수업시간에 ‘보미 혼내주기 아이디어 모집’이라는 쪽지를 돌리게 됩니다. 마침 대성이가 그 쪽지를 받아든 순간 선생님에게 들키고 말죠. ‘왜 쪽지를 돌리느냐’는 핀잔을 받던 대성이는 수족관 먹이통 사건의 주범이 바로 자신임을 얘기하고 맙니다. 엉엉 울면서요. 선생님은 고백을 한 대성이를 다 함께 용서를 해주자고 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사건을 친 대성이가 고백을 하자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음을 그림이 잘 표현해주고 있다.

 

“대성이가 뉘우치며 울잖니. 고백은 쉬운 일이 절대로 아냐. 용서해 줄 수 있지?”

 

하지만 수족관 주인 행세를 하는 반장 영일이를 비롯, 친구들은 대성이를 용서를 해 줄 준비자세가 돼 있지 못합니다. 용기를 내 고백을 한 대성이는 오히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되죠. 대성이는 안되겠다 싶어서 자기가 직접 돈을 모아서 해결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돈을 모아서 수족관에 물고기를 갖다 놓겠다는 의지 말이죠.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에게 무슨 돈이 있을까요. 엄마에게 얘기를 했다가는 난리가 날 텐데요. 대성이는 할 수 없이 이웃 고물상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폐품수집에 나섭니다. 그 소식을 안 반 친구들도 재활용품을 가져다주기도 하네요. 친구들에게 진정성이 통한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친구들이 대성이를 도와주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 같아요. 뭐냐고요? 반장 영일이가 미웠던 모양입니다. 폐품을 대성이에게 가져가 준 민희는 영일이에게 이럽니다. “2학기 때, 절대로 너 반장으로 안 찍어.”

대성이가 수족관 마련을 위해 돈을 마련한다고 하자 친구들이 재활용품을 직접 가져와서 응원을 해주고 있다. 흐뭇한 대성이의 표정이 보인다.

 

대성이는 무척 기분이 좋아졌어요. 친구들은 덩달이 수족관에 들어있던 물고기와 똑같은 물고기를 찾아 주겠다며 으스댑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물고기 이름을 모르네요. 수족관 주인이던 영일이도 몰라요. 전화로 주문만 해서 모른다나요. 하지만 단 한 명의 친구는 그 이름을 알아요. 왜 아는 지는 책을 보면 압니다.

 

누구나 실수는 합니다. <뻔뻔한 실수>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그려내고 있어요. 중요한 건 실수를 했을 때의 행동이 아닐까 합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고백을 하는 용기가 필요할 테이고, 그 고백을 받아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겠죠. 특히 어른들이라면 어린이들의 실수를 닦달만 하지 말고, 따뜻하게 위로하며 받아주면 좋겠어요. 그러지 않으면 실수를 덮으려고만 하고, 거짓만 늘게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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