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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만 뚝딱 세우지 말고 도민이 어울리는 문화관으로”
“건물만 뚝딱 세우지 말고 도민이 어울리는 문화관으로”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2.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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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 기념관 설립에 대한 단상
5주기 맞아 움직임 꿈틀 “건축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사람들은 건축에 무덤덤하다. 아니다, 무관심이라고 해야 할까. 건축은 인간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지만 건축은 땅을 파괴하는, 혹은 땅 위에 이상한 걸 지어 올리는 것쯤으로 치부하곤 한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건축을 하는, 특히나 건축을 문화와 접목시켜서 얘기하려는 건축가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현실이 그런 걸 어쩌랴.

건축을 아무리 문화라고 떠들어도 “그러냐”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사람들은 이렇게 되물을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집은 다 건축물인데, 그게 다 문화냐”고. 건축을 문화로 바라보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간극은 너무 넓다. 그러나 그런 간극은 좁혀져야 하고, 점차 좁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건축을 문화로 바라볼 때와 그렇지 않고 그냥 땅 위에 올리는 건조물로 볼 때는 아주 큰 차이가 발생한다. 전자나 후자나 모두 땅 위에 지어지는 건축활동이기에 개발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틀리진 않겠다. 그런데 전자는 개발을 하더라도 좀 더 땅을 지키려 할 것이고, 후자는 그런 건 개의치 않기에 파괴를 일삼는 행위가 되곤 한다. 건축을 문화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건축을 문화로 바라보면 눈이 달라진다. 여행을 하는 이들은 자연환경만 보러 다니지 않는다. 역사적인 도시를 둘러보는 여행자들의 눈에 비치는 건 죄다 건축물이다. 그런 건축물은 바로 시대를 풍미한 역사였다. 그래서 건축은 문화인 것이다.

이타미 준의 작품인 '바람미술관' ©김형훈

지난 주말이다. 세계적 건축가인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을 생각하는 자리가 제주에서 만들어졌다. 이타미 준은 재일동포 건축가로,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가 떠난지 5주년이다. 그는 제주를 너무 사랑했기에 그의 뛰어난 주요 작품들이 제주를 채우고 있다. 포도호텔, 수·풍·석미술관, 방주교회 등. 그가 남긴 작품은 건축 지망생 뿐아니라 일반인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타미 준을 생각하는 이들은 그를 위한 뭔가를 제주에 남기고 싶어한다. 이타미 준의 큰딸인 건축가 유이화씨도 그런 생각이다. 그게 기념관이 될지, 아니면 이타미 준을 기리는 추모관일지는 모른다.

어쨌거나 세계적 건축가의 이름을 빌린 뭔가가 만들어진다면 반대할 일은 없다. 만일 (가칭)‘이타미 준 기념관’이 제주에 들어선다면 세계 200개국의 건축인들은 반드시 제주에 들를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누구의 이름을 딴 기념관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건 그다지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안그래도 제주도는 박물관 천국인데, 자칫 기념관 천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한 기념관이 아니라, 이왕이면 제주도민들이 건축을 친근하게 느끼고, 건축을 문화로 향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그런 기능을 하는 곳이라면 좋겠다. 이타미 준을 통해 건축을 배우고, 문화도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 곳곳에서, 세계 각국에서 이타미 준을 만나러 오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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