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요즘은 일상이 온통 쓰레기에 뒤덮인 듯하다. 요일별 배출 때문이다.
요일별 배출문제에 앞서 클린하우스 문제를 짚어보자. 클린하우스는 제주시가 딱 10년 전부터 시작한 쓰레기 배출 시스템이다. 무척 선진적인 시스템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였다.
클린하우스 도입은 종전 아무렇게나 버리던 쓰레기를 제대로 관리한 획기적 시스템인 건 사실이다. 지금처럼 쓰레기가 넘쳐나는 시기에 클린하우스만큼 효과적인 시스템은 없지 싶다.
그런데 클린하우스는 수시로 얼굴을 바꿔왔다. 초창기 클린하우스가 도입됐을 땐 재활용을 종류별로 할 수 있도록 갖춰져 있었다. 예를 들어 캔과 고철을 같은 통에, 병을 담는 통도 따로였다. 또한 플라스틱도 따로 버릴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다 일반 쓰레기를 담는 종량제 봉투를 담는 통도 있었다. 물론 음식물 통 역시 별도로 구비돼 있었다.
초창기 클린하우스는 시민들이 종류별로 분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이었고, 시민들에게 ‘재활용은 이런 것이다’는 가치를 심어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를 할만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클린하우스 시스템에 변화가 생겼다. 커다란 통 하나에 플라스틱은 물론, 고철, 병류 등을 한꺼번에 담도록 했고, 전에는 분리 대상이 되지 않았던 비닐류도 이 통에 함께 담도록 한 것이다. 이게 문제였다. 클린하우스가 ‘클린’하지 못한 그야말로 더러운 쓰레기를 담는 통으로 변신하게 됐다.
클린하우스가 좀 더 업그레이드 되질 않고 뒤로 한발 물러나는 사이에 새로운 방식이 도입됐다. 바로 서두에서 꺼낸 ‘요일별’ 분리 시스템이다. 언뜻 좋아보인다. 재활용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요일별 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한 둘이 아니다. 만약 아주 바쁜 날이 있어서 꽉 찬 쓰레기를 버리지 못할 경우 한 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쓰레기별로 버리는 날이 딱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클린하우스가 처음 도입됐을 땐 그러지 않았다. 집 안에 쓰레기가 쌓이면 클린하우스로 들고 가서 종류별 통에 담으면 끝이었다.
요일별? 말은 그렇듯하다. 제주도내 대부분의 가정은 맞벌이인데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도 챙길 게 많다. 그런데 요일별 쓰레기 분리 배출이 시행되면서 가정내 시스템이 이상해지고 있다. 요일별로 배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쓰레기를 점검하는 게 일상이 되고 있다.
야근을 자주 하는 사람은 어떤가. 버리는 시간도 제한이 돼 있다. 그런 가정은 쓰레기를 안고 살아야 하는가.
요일별 배출이 시행되자 시민들이 난리가 났다. 그러자 제주시는 음식물 쓰레기인 경우는 시간제한을 좀 풀겠다고 했다. 시행한지 며칠 되지 않아 정책을 슬쩍 바꾸는 행정이다.
행정은 모름지기 시민들의 편에 서야 한다. 공무원이 편하려고 행정을 펴서는 안된다. 요일별 쓰레기 분리 배출은 시민 편이 아닌, 공무원 편에 선 작품이다. 행정 편에 선 쓰레기 작품은 요일별 쓰레기 배출만 있는 건 아니다. 대형마트에서 종이 박스를 쓰지 못하도록 한 것도 시민 편이 아닌, 공무원들의 편의를 위한 작품이었다.
요일별 분리 배출.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다. 클린하우스가 도입되고 나서 분리 배출 행정은 줄기차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초창기 클린하우스 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하고, 시민교육을 했으면 좋았을 걸, 때마다 시스템을 바꾸면서 시민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는 게 행정이다. 그러면서 쓰레기 분리 배출을 하지 못하는 걸 시민 탓으로만 돌리려 한다.
요일별 분리 배출만 생각하면 짜증이 밀려온다. 퇴근 후 뭘 버려야 할지 그것부터 쳐다봐야 하는 인생이 돼 버렸다. 종전엔 1주일에 한번쯤 클린하우스를 들렀는데, 이젠 시도 때도 없이 클린하우스를 오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2차 담화 때 발언이 떠오른다. “내가 매일 같이 쓰레기를 버리려고 결혼을 했는지 자괴감이 든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