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등재됐다고 기뻐할 건 아니다. 보존대책 없으면 사라져”
“등재됐다고 기뻐할 건 아니다. 보존대책 없으면 사라져”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2.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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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된 제주해녀를 바라보며
“어촌계별 ‘입어권’ 제한을 유연하게 하는 등 변화 없으면 안돼”
물질을 마치고 뭍으로 나오고 있는 해녀들. ©미디어제주

제주해녀가 드디어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게 됐다. 우선 개인적으로 기쁘다. 10년 전 타사에 있을 때 <잠녀기획>을 처음으로 시작하며 해녀와의 인연을 맺었다. 기자는 당시 기획팀을 이끈 팀장이었다. 강원도 북쪽 끝에서부터 서쪽 보령 앞바다에 있는 호도라는 섬, 남쪽 해안 바닷가, 멀리는 일본까지 건너가서 취재를 하며 제주해녀의 흔적을 찾았다.

제주도 섬 밖에 나가서 취재를 한 건 제주해녀가 ‘바깥물질’이라는 특이한 활동을 한 개체였기 때문이다. 그분들 가운데는 생을 달리한 이들도 많다. 기자가 만난 다큐멘터리 <해녀양씨>의 주인공인 양의헌 할머니도 이젠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사람의 생은 시간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만나곤 한다.

제주도 섬 밖과 함께 제주도내 곳곳을 훑으며 해녀들을 만난 기억도 짙다. 웬만한 제주도내 해안은 기자의 발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해녀를 만나며 귀중한 자료를 얻고, 그 자료는 지금도 기자의 파일에 잘 보존돼 있다.

“물질이 어멍집보다 낫다”고 말한 어떤 해녀가 있었다. 당시는 60대였으나 지금은 70을 넘긴 나이가 됐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재차 물은 기억이 있다. 친정집에 가서는 가져올 게 없더라도 물질을 하면 그 이상의 보상이 따른다는 게다. 즉 물질 수익이 좋았다는 말이다. 지금 제주바다가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건 아니고 젊은 시절 큰 수익을 안긴게 바로 물질이었다는 의미다.

새삼 물질이 뭘까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제주여성들에겐 선택권이 많지 않았다. 1950년대엔 2만3000명에 달하는 해녀가 있었다. 제주여성 3명 가운데 1명은 해녀라는 말이 된다. 그들은 왜 차가운 바다와 싸우며 물질을 해야 했을까. 다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세상은 변한다. 이젠 물질을 하지 않더라도 먹고 살 일이 많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물질을 하는 해녀는 4377명이다. 이들 가운데 30대는 10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60대 이상이다. 60대가 1411명이며, 70대 1853명, 80대 이상은 487명이다. 60대 이상이 85.7%나 된다.

해녀의 나이를 쓴 이유는 ‘사라짐’에 있다.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으로 등재를 해주는 이유는 ‘좋아서’가 아니다. 아무리 가치가 있더라도 흔한 건 유네스코 유산이 되지 못한다. 유네스코는 ‘보존하지 않으면 사라질 위기’인 유산을 선택한다. 그건 바로 사라지도록 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보면 된다.

해녀 10명 가운데 9명 가량이 60대 이상인 현실이다. 유네스코에 등재가 됐다고 기뻐할 일은 전혀 아니다. 숫자에서 보듯 위기를 알아야 한다. 이대로 앞으로 20년이 흐른다고 보자. 어떻게 될까. 3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거의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그때가 되면 자연스레 제주해녀는 유네스코 유산에서 탈락된다.

문제는 해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보존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를 해봐야 한다. 그러려면 장막을 거둬야 한다. 그 장막은 폐쇄적인 해녀문화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각 어촌계별로 향약이 있다. 거기엔 ‘입어권’이라는 게 있다. 입어권은 해녀로서 물질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말함이다. 어촌계 대부분은 그 지역 주민이라도 다른 지방으로 전출되면 곧바로 입어권을 박탈하도록 돼 있다. 쉽게 말하면 해당 지역에 적을 두지 않는 이상 입어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마라도에 주소가 없으면 마라도 해녀로서의 기본적인 자격이 없다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된다.

해녀문화는 공동체라는 속성을 지닌다. 자신들만의 공동체에 들어와서 물질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너무 폐쇄적인’ 입어권 제한은 해녀문화의 영속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현재의 공동체적 해녀문화를 파괴하라는 뜻은 아니다. 충분히 현재의 가치를 유지하며 공동체를 유지할 방법은 많다. 물질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해당 마을에 들어가서 물질은 하되, 그들의 삶의 터전을 해당 지역으로만 묶지 말고 좀 더 풀면 된다. 이른바 ‘출근하는 해녀’도 그려봐야 한다.

이젠 시작이다. 어떻게 보존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기에,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다. 앞서 얘기했듯이 해녀 조직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그렇다고 행정이 너무 개입해서는 안된다. 그러다가는 해녀 공동체가 완전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된 걸 다시 한 번 축하한다. 지금의 해녀문화를 지켜온 해녀들에게도 경의를 보낸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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