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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지 말고 관계를 하며 살아야 도시 체질 바뀌어”
“닫지 말고 관계를 하며 살아야 도시 체질 바뀌어”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1.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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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건축’ 강조하는 일본인 건축가 나카 도시하루에게 듣다
'순환 건축'을 강조하는 일본인 젊은 건축가 나카 도시하루. ©김형훈

순환건축. 참 어색한 용어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낯설다’로 표현할 수 있겠다. ‘순환건축’이라는 용어를 듣는 순간 건축재료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인간이 나이가 들어 죽으면 땅으로 돌아가듯, 건축물도 언젠가는 사멸할텐데 거기에 쓰는 재료를 리사이클링한다는 의미의 순환일까. 그런데 순환건축은 그게 아니다. 요약을 하면 ‘관계’가 된다.

건축에서의 관계는 또 뭘까. 일본인 건축가인 나카 도시하루(나카건축설계스튜디오 대표)가 이를 정리해서 들려줬다. 그는 지난 28일 오후 제주시 열린정보센터에서 ‘순환건축’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가 마련한 행사로, 그는 2016 제주건축대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제주도내 대학생들의 작품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는 커다란 성에 갇힌 유럽이 아닌, 아시아적인 사고방식을 ‘순환’에 빗댔다. 의학적인 관점에서도 동서양의 차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서양의학이 완전 뜯어고치는 것이라면, 동양 의학은 침을 놓듯 차근차근 사람의 체질을 바꾸는 것을 건축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인간과 자연과 사회는 순환 구조입니다. 재생이 한쪽 방향으로 물건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순환은 재생과 달리 지역내의 다양한 관계에 중점을 두죠.”

그의 말엔 인간과 인간은 소통을 하는 존재이고, 건축과 건축도 소통을 하는 유기체라는 말이 녹아 있다. 요즘 우리나라 사회가 모든 걸 닫고 지내는 것과는 상반된다. 그의 대표적 건축 작품 가운데 하나인 ‘식당이 있는 아파트’는 그야말로 관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 메구로구에 있는 이 아파트는 다 뜯어내고 새로 지어달라는 재건축 의뢰를 받았다. 그러나 왕래가 잦은 지역성을 고려, 개인 사무 공간과 식당 등의 공용 공간이 있는 아파트로 재탄생했다. 식당은 모두에게 열려 있고, 여기에 사는 이들의 협의 공간으로도 쓸 수 있도록 했다.

나카건축설계스튜디오가 설계한 '식당이 있는 아파트'. ©나카건축설계스튜디오

“산업혁명이후 등장한 건 폐쇄된 전용주택이었죠. 이젠 사고가 변하고 있어요. 젊은층은 좀 더 유연합니다. 서로 공유하는 공간을 허락하죠.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요. 순환건축은 대대적인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작은 단위로 네크워킹을 할 수 있고 이게 바로 도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것이죠.”

순환건축. 나카 도시하루가 말하는 순환건축은 열린 생활환경을 말한다. 마치 예전 공동체의 틀을 유지했던 ‘삼무의 섬’ 제주를 끄집어낸 듯하다.

어찌보면 재생을 고민하는 제주시 원도심에 이런 순환건축을 적용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유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면 자연스레 원도심은 살아나지 않을까.

나카 도시하루는 이제 갓 40을 넘긴 젊은 건축가다. 그는 올해 5월 열린 제15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일본건축학회신인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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