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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민은 아닌 제주도청
제주시민은 아닌 제주도청
  • 미디어제주
  • 승인 2016.11.2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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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근영 전국공무원노조 제주본부 사무처장
김근영 전국공무원노조 제주본부 사무처장

 제주시는 19개 동지역에 대해 12월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공무원 1명, 시민 1명을 1개조로 편성하여 5시부터 9시,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각각의 클린하우스에서 시민에게 쓰레기 배출방법 변경사항에 대해 홍보한다.

 참여 공직자 1,400여명은 1인이 7일간 야간 연속 근무를 해야 한다. 시민인 경우 봉사활동으로 1회씩 참여한다면 필요인원은 최소 9,000여명이다.

 7일 동안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근무하는 공무원은 다음날 오전도 쉬지 못하고 정상출근을해 다시 12시간을 근무함으로써 시민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낮아 질 수밖에 없다. 특히 9,00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구하기는 힘들 뿐더러 특히 새벽 자원봉사자 4,500여명을 모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로인해 여성공무원인 경우 조 편성에 따라 시민을 모집하지 못하거나 불참하는 경우 혼자 며칠간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어둡고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클린하우스를 지켜야 한다.

 살인·강도·절도·폭력 등 4대 강력범죄 발생률 1위인 제주에서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 없이 새벽에 여성 공무원이 혼자 클린하우스를 지켜야 한다. 또한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공무원은 새벽 1시에 귀가를 해서야 가사노동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산적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제주시는 읍면동에 사업추진을 일임함으로써 공무원배치, 자원봉사자 모집 및 배치 등 모든 대책과 책임을 읍면동장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제주시가 이처럼 공무원을 동원하고 여성공무원을 위험지대에 노출시키는 것은 제주시민에게 쓰레기 배출방법을 정확이 알려 불편함을 없애고 과태료 처분과 같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제주시는 금년 7억원을 들여 문화‧환경 빅콘서트(열린음악회)에 시민 2만여 명을 참여시켜 홍보하였고, 50억원을 편성해 수백 명의 클린하우스 지킴이를 채용 및 운용하며 불법쓰레기 단속 및 시민을 계도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자함에도 굳이 공무원을 동원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열린음악회와 클린하우스 지킴이 사업이 실패했음을 자명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으며 감사위원회에서는 감사를 통해 당 사업에 있어 정책결정의 중대한 과실이라면 정책결정자에게 변상금을 부과해야 할 사안이 아닌지 따져 봐야 한다.

 한편 정작 제주도의 쓰레기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방법을 마련해야 하는 제주도청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11월 19일 도청과 양 행정시는 쓰레기 분리배출제가 통일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발표함으로써 도지사를 비롯한 제주의 공무원을 도민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의논하고 합의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사안이 발생한 것은 제주도청이 금년 7월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언론 발표를 통해 도지사의 눈을 가리고, 조례를 급조해 만들고, 귀찮은 실행방법은 행정시 강화라는 허울 좋은 모양으로 포장해 양 행정시에 전가시킨 것으로 밖에는 다른 해답을 찾기 힘들 것 같다.

 이러한 모습을 빗대어 볼 때 과연 금번 조례가 제주도민을 위한 고심을 제대로 담았는지 또한 도지사의 기조를 과연 따를 의지를 담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양 행정시 공무원들은 지속적으로 바뀌는 제주도정의 쓰레기 정책에 따라 10년 동안 밤낮없이 불법쓰레기 단속과 시민의 계도를 위해 현장에서 뛰었다. 반면 정책을 결정하는 제주도청은 제주도민을 위해 불법 쓰레기 단속 및 도민 계도를 위해 단 하루라도 전 직원을 클린하우스로 출근시켰었는지 묻고 싶다.

 지금껏 제주도청의 자세는 정책만을 결정한다며 정작 도민의 우려를 낳는 클린하우스 관리 및 불법 투기 쓰레기 문제는 행정시의 사안으로 치부하고 있다. 즉 쓰레기 문제는 곧 제주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제주도청은 행정시와 함께 참여할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몇 달 전에는 쓰레기 행정으로 소진된 모 읍사무소 공무원에게 카톡으로 쓰레기를 당장 치우라는 행태를 보여 제주시 공무원의 공분을 사기만 했었다. 이러한 제주도청이 과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고 나아가 도민에 행복체감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는 제주도청이 바뀌어야 한다. 10년 동안 양 행정시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뒤로 하고 첫째, 12월 1일부터 7일간 제주시에서 시행하는 야간 클린하우스 배치사업에 전 직원을 참여시켜야 한다.

 제주도청이 참여하는 경우 시민자원봉사자 없이 7일간 제주도청과 제주시 공무원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만약 제주시의 홍보방법이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면 이 홍보사업을 폐지하거나 공무원과 시민이 만족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12월 1일전에 제시해야 한다.

 둘째, 여성공무원의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사전대책을 반드시 마련 후 이 사업을 시행토록 해야 한다. 여성공무원의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여성공무원의 참여를 배제시켜야 하며 행여 배제 없이 여성공무원을 참여시킬 경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해 그 책임은 제주도지사가 마땅히 져야 한다.

 셋째, 제주시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저녁 9시부터 새벽1시까지 근무명령에 의해 근무하는 근무자에 대해서는 양육과 가사노동을 위해 다음 날 오전 휴무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참여도 하지 않고 문제의식도 없으면서 마치 고생하는 제주시 공무원들을 격려한다는 모습을 보이며 제3자의 자세에서 몇몇 국장이나 과장이 현장을 순찰하고 그것을 카톡에 올리고 동정으로 기사화하는 그런 전시행정의 표본을 보이는 우를 되풀이 하는 사례는 없길 바란다.

 한비자에 천주지신(擅主之臣)이라는 말이 있다. 군주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전횡을 저지르는 신하를 일컫는 말이다. 클린하우스 이후 쓰레기 행정 10년동안 제주도민은 불법 투기쓰레기와의 싸움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시민들이 클린하우스를 이설·철거한 건수는 금년 8월가지 209건이다.설치의 20%에 가까우며 지금도 시민의 이설·철거 요구는 쏟아지고 있다. 도지사는 이러한 도민의 마음과 희망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페러다임 없이 과거에만 연연하는 천주지신이 도지사의 주변에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봐 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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