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흥업소 35%가 학교 주변에 위치"
"제주 유흥업소 35%가 학교 주변에 위치"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6.11.2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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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이동경로에 따른 성매매가능업소 실태조사 및 정책마련 토론회’
“아이 안전은 관광 수익보다 우선해야 하는 가치”
학생들의 생활반경인 학교 및 학원 주변에 유흥업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단란주점 앞에서 쉬고 있다. ⓒ제주현장상담센터해냄

“숙박업자들 간 형평성 때문에 내 아이의 안전을 지키기 곤란하다는 말은 삼가주세요.”

22일 ‘아동청소년 이동경로에 따른 성매매가능업소 실태조사 및 정책마련 토론회’에 참석한 제주시내 한 초등학생의 학부모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김승빈 장학사에게 호소했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하 ‘학교정화구역’) 내 숙박시설을 지으려는 업체에게 설립을 허가한 이유(해지)를 ‘형평성’이란 그럴 듯한 표현으로 포장하지 말아달라는 뜻이었다.

이 토론회는 제주여성인권연대 부설기관인 제주현장상담지원센터 ‘해냄’이 주관했다. 3년마다 실시하는 성매매가능업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정책을 토론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올해는 특히 학생들이 학교, 학원, 집을 오가며 접하는 유해업소 가운데 성매매가능업소를 파악하고 심각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해냄 송영심 소장이 기조발제를 맡아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발표에 따르면, 제주지역은 유흥·단란주점의 약 35%가 학교정화구역 내 위치해 있으며, 인구대비 1만 명 당 유흥·단란 업소 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학교보건법에 따라 학교 주변 200m 이내 유해업소 설치가 금지돼 있지만 지난해 12월에 개정된 ‘관광진흥법’에 의해 100실 이상 관광호텔은 75m만 떨어져 있으면 심의를 거치지 않는다.

송영심 소장은 “조사 결과는 제주 청소년들이 전국에서 비행과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건전한 교육환경 조성과 기업의 재산권 보호 중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학교 주변에 위치한 모텔과 안마시술소. ⓒ제주현장상담센터해냄

주제발표에 이은 분야별 토론에서 고명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가 좌장을 맡았고, △김승빈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장학사 △김여선 참교육제주학부모회 대표 △이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이인옥 제주특별자치도 여성가족과 여성권익팀 계장 △오상률 제주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팀장 (가나다 순) 등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최근 들어 ‘불건전’해지는 학교 환경에 대해 다양한 원인 분석과 대책이 나왔다.

이상봉 의원은 학교구역 내 금지시설을 심의하는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전문가 부재를 문제로 꼽았다. 이 의원은 “현재 위원회 중 전문가는 YWCA 소속 딱 한 분이 계신다”며 “위원회는 학습권과 재산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어려운 역할인 만큼 전문성과 객관성을 지닌 아동청소년 전문가를 더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여선 대표는 “‘청소년 보호법’은 그 어떤 법보다 우선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현재 존재하는 법과 제도만 잘 활용해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빈 장학사는 “새로 들어오려는 숙박업소가 ‘저 호텔은 허가해줬으면서 왜 우리는 안 해주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 우리로서도 금지하기 어렵다”며 행정 측의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청중에선 행정기관의 소극적 참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유해업소 설립 금지에 대한) 명분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 교육청에서 유해업소를 적극적으로 줄이겠다는 대도민 선포라도 하라”며 비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행정이 규정을 더 까다롭게 만들고 엄격하게 집행해 기존 유해업소도 영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면 신규로 들어오려는 업소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내년 2월부터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은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지난 22일 학교 주변 유해업소 실태조사 및 정책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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