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황금버스’라는 이름부터 버려야”
“‘황금버스’라는 이름부터 버려야”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6.11.22 07: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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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를 가보난] 황금버스, 누구를 위한 교통인가? ③
예산으로 운영하는 황금버스, 공공성과 목적성 잃어
황금버스의 텅 빈 내부(왼쪽)와 황금빛 외관(오른쪽). ⓒ미디어제주

1대 당 3명도 타지 않는, 중국인 관광객조차도 좋아하지 않는 황금버스. 일각에선 “황금버스를 운영하면 할수록 예산만 낭비하는 셈”이라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시티투어버스를 무작정 없애는 것은 렌터카를 늘려 교통난을 심화시키거나 관광객의 이동 불편을 야기하는 결과만 불러온다. 황금버스를 좀 더 많은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으로 개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관광전문가, 행정, 관광협회가 제시하는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들어봤다.

갑갑한 ‘황금칠’ 벗고, 개방된 구조로

황금버스는 중국인을 겨냥해 도입한 시티투어버스다. 전문가들은 이용객 대상을 중국인에서 모든 관광객으로 넓혀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주관광대학 윤영국 교수는 ‘황금버스’에서 ‘황금’을 벗으라고 말한다. “중국인이 아닌 관광객은 버스 겉모습만 보고도 ‘내가 탈 차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용하기 꺼려지고, 중국인 관광객도 중국인들이 바글바글한 버스를 타기 싫을 것”이라며 “우중충한 누런 색상 말고 알록달록하거나 밝고 화려한 색상이 관광객에게 어필하기 쉽다”고 말했다.

제주대학교 박시사 교수는 ‘구조의 개방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관광객은 여행 중 다른 관광객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2층을 오픈한 형태로 바꿔서 사람들이 버스에 타고 있는 모습만 보여도 이용률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방형 구조가 제주가 관광 홍보할 때 내세우는 ‘청정 환경’ 이미지와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시티투어버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모델은 2층 개방형 버스다. ⓒ부산관광공사

호텔 중심 노선에서 관광 중심 노선으로

황금버스가 ‘시티투어’라는 목적에 부합하려면 호텔 및 숙소 중심으로 구성된 현재 노선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사단법인 제주관광진흥회 양인택 사무총장은 제주도내 관광지 분포 특성을 반영한 노선으로 새롭게 짜야 한다고 말한다. 양 사무총장은 “섬 전체에 관광지가 퍼져 있는 제주도의 특징에 따라 시티투어버스 노선을 광역화하고, 사계절마다 다양한 축제가 열리니 축제 콘텐츠와 연계해 유동적으로 노선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영국 교수는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의 상당수가 짧은 시간 안에 제주시를 둘러보길 원한다”며 이들을 위한 편의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황금버스 운행 노선 면적에 비해 호텔 정류장 수가 많은 편”이라며 “호텔 정류장 수를 줄이고 운행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오히려 여행객의 편의를 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버스를 타면 제주시내 관광지보다 호텔과 면세점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미디어제주

서비스에 비해 비싼 요금 낮춰야

시내버스 요금에 비해 10배 비싼 탑승권 가격도 개선해야 한다. 요금 자체를 낮추거나 효용성을 높이는 방안이 있다. 전자는 제공받는 서비스에 걸맞은 수준으로 요금을 내리자는 편이고 후자는 요금 체계를 개선해 지불한 가격만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편이다.

전자를 주장하는 박시사 교수는 “제주시내에서만 운행하는 시티투어는 서비스 측면에서 일반 시내버스와 큰 차이가 없으니 시내버스 요금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후자를 주장하는 양인택 사무총장은 “다른 대중교통 수단과 환승할 수 있도록 변경해 제주 전 지역을 관광하는 여행객의 편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국 교수 역시 시티투어버스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탑승권 유효 기간을 구매한 날로 제한하지 말고, 24시간이나 48시간 등으로 바꾸면 늦은 오후에도 신규 탑승하려는 이용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버스를 운영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는 인프라 개선 없이 이용객을 늘리는 건 힘들다는 설명이다. 사업운영실 김보형 실장은 “1대 당 탑승인원이 32명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버스 2대만으로는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며 “증차도 하고 직원도 추가해서 손님을 더 태울 수 있도록 인프라가 동반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황금버스의 외관 및 구조는 그대로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김보형 실장은 “지금 당장 (버스 외관을) 한꺼번에 바꾸려면 예산도 많이 들고 한시적으로 차량을 운행 중단해야하니 쉽게 반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증차 시 새로 버스를 들여올 때 지금 나오는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버스 뒷 모습. 차량번호까지 중국인이 좋아한다는 숫자 '8'로 등록하는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제주특별자치도는 황금버스 개선 필요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으나 뚜렷한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관광협회가 운영하는 황금버스 사업의 수익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저조한 이용률 때문에 수차례 회의를 했지만 아직까지 딱 떨어지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현재로썬 ‘제주시티투어버스’와 통합해 내국인을 비롯한 모든 관광객이 탈 수 있고 노선도 제주시를 벗어나 실제 관광지를 경유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제주관광 전문가는 “아직 제주도내 시티투어버스를 도입한 지 얼마 안 돼 시행착오는 당연하다”며 “단, 민영화할 게 아니라면 모든 제주 관광객의 이동 편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자본이 아닌 도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교통수단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목적에 맞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성’과 ‘목적성’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황금버스 문제점은 이 둘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다. 황금버스가 제대로 된 시티투어버스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시티투어’라는 용도를 제외한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황금’을 벗는 것이 그 첫 단추다.

도 관광정책과는 "황금버스를 제주시티투어버스(사진)와 통합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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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좋은 말~~ 2016-11-22 09:04:05
모두가 맞는 말입니다.
보조금에 의해 운영되는 것인만큼 보조금의 목적인 도민사회의 전체 이익도 발생시켜야한다는 점은 의무적이다.
제주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시스템적 운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붕붕 2016-11-23 13:19:31
현상 지적부터 문제점 분석, 이어서 대안까지 제시한 완벽한 기획기사였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황금버스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합니다. 기자님 수고하셨습니다.

치워라 2016-11-23 17:45:51
이 사업은 치우는 게 마땅하다.
혈세만 까먹는 사업을 계속한다면
도나 도의회가 더 문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