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누리과정에 돈을 대라는 의원들의 속내는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돈을 대라는 의원들의 속내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1.2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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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21일 진행될 제주도의회 교육행정질문을 앞두고
법률에 모순된 시행령…“우선 잘못된 법을 손질하도록 해야”

교육과 보육은 엄연히 다르다. 그건 법이 정하고 있다. 관리 주체도 다르다. 교육은 교육청이,보육은 도청의 몫이다. 그래서 늘 논란을 빚는 게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문제이다.

분명 박근혜 정부는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정부에서 지원을 한다고 했으나, 그걸 일선 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 시행령까지 고치면서 말이다.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은 무상보육에 들어가는 경비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돼 있다. 지난 2013년도부터 이렇게 바뀐 규정을 들먹이고 있다. 유아교육법 시행령도 취학 직전 3년의 유아에 대해서는 무상보육이 가능하도록 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령만 놓고 보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지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심각하다. 시행령이 법을 제압하려 들기 때문이다. 2개의 법에 반하는 일들이다.

우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교육감은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항만을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교육감은 어린이집 문제에 손을 대지 말라는 말이다.

 

또 다른 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다. 이 법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경영할 때 필요한 재원을 교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어떤 프로그램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돈은 교육기관이나 교육행정기관에만 해당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즉 어린이집 누리과정 등의 프로그램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원하면 안된다는 말이 된다.

알고 보면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 무상 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대통령은 ‘국가 완전 책임’을 내세웠다가 이젠 오히려 교육청이 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겁박까지 하는 수준이다. 스스로 법 밑에 있어야 할 시행령을 개정해 법 위에 군림하려는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교육 예산의 상당수는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등에 투입된다. 사실 가용예산이 많지 않은데, 교육사업비의 상당수를 누리과정 예산에 지출하고 있다. 거기에다 법적으로는 교육청이 이래라 저래라 건들 수 없는 보육시설인 어린이집 누리과정까지 떠맡으라고 하니 가관이다.

오늘(21일) 이석문 교육감을 상대로 교육행정질문이 진행된다. 몇 몇 의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이 교육청이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지원한다면 그건 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도의원들은 왜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거들떠보지 않느냐고 질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를 생각하는 도의원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도의원들이 뭔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어린이집 지원은 할 수 없도록 나와 있는데, 그 법을 어기라는 것인지.

만일 도의원들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서 지원하도록 만들고 싶으면, 국회에 대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고치라고 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정부를 향해 재원을 확실하게 마련해서 교육청으로 내려달라고 해야 한다.

도의원들은 예산안 처리 때마다 ‘누리과정 땜질 처방’을 해야 하는 게 속상하지 않은가. 급하니까 땜질을 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책은 하수들이 하는 게다.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을 제대로 고치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초·중 교육과정이 어린이집에 밀려 부실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초·중학교를 들어가야 하는데, 초·중 교육과정 부실이 걱정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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