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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하지 않는 대통령은 용서받을 수 없다”
“회개하지 않는 대통령은 용서받을 수 없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6.11.0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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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제주교구 광양성당서 백남기 농민 위령 및 시국미사 열려
지난 7일 저녁 제주 광양성당에서 故백남기 임마누엘 농민 위령미사 및 시국미사가 열렸다. ⓒ미디어제주

“네 형제가 죄를 짓거든 꾸짖고, 회개하거든 용서하여라. 그가 너에게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돌아와 ‘회개합니다’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

-루가복음 17장 3-4절

“오늘 복음 말씀 중에 예수님께선 일곱 번 죄를 지어도 누구든 용서해주라고 합니다. 그럼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용서할 수 있습니까?”

지난 7일 저녁 제주교구 광양성당에서 열린 故백남기(임마누엘) 농민 위령 및 시국미사 강론을 맡은 임문철 시몬 신부는 신자들에게 물었다.

임 신부의 목소리만큼 신자들도 단호히 대답했다.

“아니오.”

“그렇습니다. 용서해주는 데엔 조건이 붙습니다. 바로 회개하는 것입니다. 회개하지 않는 대통령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임문철 시몬 신부가 강론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임 신부는 강론에 앞서 백남기 농민의 일대기와 경찰 살수차에 의해 쓰러진 영상,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영상을 틀었다.

영상이 끝나고 임 신부는 “이 시간에 두 손 모아 백남기 형제를 위해 ‘눈물과 고통이 없는 곳으로 가서 편히 쉬시라’고 기도하면 우리 몫을 다한 것인가?”라고 물으며 강론을 시작했다.

임 신부는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과 책임이 우리 국민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어쩌다 일어난 돌발 사건이 아니라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세월호 참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건”이라며 “모든 사건의 밑바닥엔 ‘이기주의’와 ‘물신주의’가 배어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지난 대선 때 외신이 ‘독재자의 딸이 인권 변호사를 이겼다’고 보도했다"며 "국민들은 그 때 민주화보다 산업화를 선택했으며,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가 낫다고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 신부는 “우리의 탐욕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허수아비를 만들고, 최순실이라는 일반 여성이 대통령 역할을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초래했다”며 “우리가 이 일련의 사건들이 정치인들만의 책임이고 몫이라며 또다시 한 발 물러선다면, 우리는 백남기 농민 십자가에 못 박는 또 한 명의 공범자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어른들이 가졌던 욕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성찰을 한다면 이 시간은 우리 자신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론 끝을 맺었다.

한편 이 날 미사는 김창훈 다니엘 총대리신부가 집전했으며, 제주를 비롯한 광주, 안동, 청주교구에서도 백남기 농민 위령·시국미사가 열렸다.

지난 7일 제주 광양성당에서 故백남기 임마누엘 농민 위령미사 및 시국미사가 열렸다. ⓒ미디어제주
제주교구 신부들이 미사 시작 전 제대 앞에 절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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