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밤 밝힌 2500개의 '성난' 촛불
제주 밤 밝힌 2500개의 '성난' 촛불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6.11.05 23: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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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마당에 모인 시민들 "대한민국 권력은 누구의 것이냐" 분노 터뜨려
'박근혜 정권 퇴진 집회' 주최측 "광우병 사태 이후 최대 규모"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아니냐.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을 왜 엉뚱한 사람이 휘두르느냐"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을 채운 2000개가 넘는 촛불이 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난 5일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요구 집회에 시민 2500명 이상(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평소라면 집에서 편히 쉬고 있을 토요일 저녁. 이들이 유모차를 끌고, 아이를 업고, 교복을 입고 이 곳으로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부인과 두 아이를 데리고 온 강모(40·제주시 삼영동)씨는 자녀에게 집회의 의미를 가르쳐 주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집회’라는 단어가 자칫 무겁고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집회란 마음이 같은 사람들끼리 예쁜 촛불 들고 모이는 자리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음주에도 날씨가 춥지 않다면 또 나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딸 아이에게 촛불을 켜주는 강씨. ⓒ미디어제주

제주지역 대학생 모임 ‘박하민투(박근혜 하야를 위한 민중 투쟁)’ 회원인 박상열(28·제주시 아라동)씨는 정권 교체가 절실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했다. 박씨는 “어제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보고 참담했다”며 “감정에만 호소하는 모습이 공감도 안 가고 사과의 진정성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고 광장을 찾은 제주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 9명은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창피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뉴스를 보면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함께 나왔다”며 “여기 와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보고 감동을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변명으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하지 말고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뜻을 밝혔다.

"대통령이 창피해서 나왔다"는 제주여자중학교 1학년 친구들. ⓒ미디어제주

친구 가족과 함께 나온 조모(44·제주시 성지로)씨와 강모(37·제주시 동문로)씨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이 상황을 TV 앞에 앉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서” 나왔다.

‘하야’의 의미를 모르는 초등학생조차도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친한 친구 사이라는 김 군(외도초 3학년), 박 군(김녕초 3학년), 박 군(김녕초 1학년)은 나란히 앉아 촛불을 밝히고 있었다. 세 아이들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계속 대통령을 하면 안 된다”며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촛불을 밝히고 있는 세 친구. ⓒ미디어제주

외국인의 시각에서도 '최순실게이트'는 상식을 벗어난 사건이었다.

탈을 쓰고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보인 미국인 캐런씨는 "이번 (최순실게이트) 사태를 보며 한국에 진짜 민주주의가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한 국가의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고 특정인 한 사람의 뜻에 따라 국정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이색적인 피켓. ⓒ미디어제주

이날 집회를 주최한 민중총궐기 제주위원회의 강은주 민주수호제주연대 대표는 “1000명 정도 모일 거라 예상했는데 배 이상으로 많이 나오셨다”며 “이 정도면 광우병, 세월호 때보다 더 많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이 많이 오셨는데 이는 국민들의 분노가 참지 못할 정도로 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같은 시각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주최측 추산 15만 명, 경찰측 추산 3만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어울림마당 앞 차도까지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주최측 추산 2500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디어제주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 ⓒ미디어제주
대학로를 가득 메운 행진 행렬. ⓒ미디어제주
하야를 새긴 호박등(燈). ⓒ미디어제주
집회에 참가한 아이들. ⓒ미디어제주
집회에 참가한 아이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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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 2016-11-07 13:30:53
제주시청에서도 큰 촛불시위가 있었군요.. 현장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사진과 기사 잘 보고 갑니다.

리니 2016-11-07 13:30:08
제주시청에서도 큰 촛불시위가 있었군요.. 현장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사진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