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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산업 시절 교육으론 미래를 대비할 수 없어”
“2차 산업 시절 교육으론 미래를 대비할 수 없어”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6.10.3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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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창간12주년]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기념 대담
<미디어제주> 창간 12주년을 맞이해 이석문 교육감과 대담을 가졌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미디어제주> 창간12주년을 맞이해 만난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은 ‘인간’과 ‘변화’를 강조했다.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를 따라잡기 위해선 가장 먼저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교육의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교육감이 발표한 ‘고입 선발고사 폐지’는 현재 제주 교육의 ‘뜨거운 감자’다. 이 교육감은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문제로 ‘경쟁’과 ‘서열’을 꼽았다.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서열을 세우는 평가 구조는 2차 산업 시대의 산물이다. 변화 없이는 이미 시작된 4차 산업 혁명의 거대한 물결을 탈 수 없다.

과연 그가 그리는 제주 교육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미래로 가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을까?

다음은 이석문 교육감과 일문일답.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있고 나서 기존 교육으로 미래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의견들이 지배적입니다. 제주도가 지향하는 미래교육은 무엇입니까.

“알파고 대결을 지켜보며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더군요. 아이들이 인공지능과 공존하기 위해선 '인간 교육'이 필요합니다. 꿈과 끼, 소질을 기반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대입 중심의 경쟁 교육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과도한 경쟁과 서열, 성적 중심의 교육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 사회 구조가 바뀌기 어렵습니다. 경쟁보다는 협력, 서열보다는 배려, 성적보다는 행복의 문화로 가야 합니다. 기존 교육과정은 대량 생산 체계인 2차 산업 사회에 맞춰진 것입니다. 모든 걸 열어 놓고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 당장 대학 입시 체제를 변경할 수 없다면, 중학교까지라도 변화해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차별화한 인간 교육을 강조하시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면?

“미래는 모든 것이 변합니다. 예측이 힘들죠. 앞으로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비정기적으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어떤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춰야 합니다. 소통과 적응력의 바탕에는 배려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배려와 협력의 교육이 제가 생각하는 '인간 교육'입니다. 아울러 중요한 것이 '질문'입니다. 교육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존감과 배움의 즐거움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음으로써, 미래를 설계하는 교실을 실현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주 교육이 지향하는 ‘질문이 있는 교실’입니다.”

이석문 교육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지난해는 교실, 올해는 질문을 화두로 던졌습니다. 이는 학교 교육의 전반적인 변화와 맞물려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두 가지 화두가 실천되려면 무엇이 우선 돼야 하나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처럼, 교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교실 변화를 이끌 주체는 교사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면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하는 과정 평가와 수업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과정 평가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위해 과정 평가와 수업이 잘 이뤄지는 국가에서 교사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해외연수를 강화하려 합니다. 길게는 1년 동안 제주 교사들이 해외 현지에서 수업을 보좌하며 선진 평가 및 수업 방식을 익혀서 왔으면 합니다. 현재 아일랜드, 캐나다 등과 협력을 맺어 교사들을 해외로 보내고 있습니다. 또 지난달에 개최한 ‘제주 교육 국제 심포지엄’처럼 제주에서 국제적 집단 지성의 장을 만들어 교사들 경험의 폭을 넓히려 합니다.”

-지난해 연말에 발표한 큰 사건이 있습니다. 이른바 ‘연합고사’라고 불리는 고입 시험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현재 중학교 1학년부터는 시험을 치르지 않고, 100% 내신으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고입 폐지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뭔가요.

“4차 산업혁명과 인구절벽 문제 등에 대비하기 위해 현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는 등 평가, 수업 방식을 개편하려 합니다. 대입 전형에서도 수시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초‧중학교의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과도한 경쟁과 서열 구조인 고입 선발고사가 유지되면, 변화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고교 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며, 연합고사 폐지 방침을 밝혔습니다. 고교 교육이 지식, 성적 위주가 아닌 역량, 소질, 적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한 것입니다. 선발고사 대신 아이들의 성장을 반영한 과정 평가와 수업을 정착시켜야 합니다. 중학교까지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과 질문의 힘, 건강을 키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 100세 시대에 맞는 미래 진로‧진학을 준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내년부터 도입할 한국사 국정교과서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습니까.

“일단 교과서가 나오면 그 내용을 검토하고 교육감들과 논의할 것입니다. 원래 2018년부터 교과서가 바뀌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국사만 앞당겨서 실시하려는 겁니다. (국정교과서 말고도) 현재 청와대 컨트롤타워가 없어진 상황이라 묶여 있는 교육 현안들이 많습니다.”

<조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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