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42 (토)
“난 이석문 교육감이 못마땅해. 그래서 뭐든 반대야”
“난 이석문 교육감이 못마땅해. 그래서 뭐든 반대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0.12 14:4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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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폐지 결정난 연합고사 부활을 외치는 토론회를 보며

출장 일정이 생겼다. 어제(11일)였다.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서 일을 마친 뒤, 저녁 비행기로 고향 제주에 내려와야 했다. 그런데 제주에 내려오기 직전 후배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후배가 보낸 문자는 “고입선발고사 폐지 관련 토론회가 학부모 의견을 듣는 첫 공식적인 자리였다고 하는데요”였다. 당황했다.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금 중학교 1학년부터는 고입선발고사가 폐지된다고 오래 전에 인지가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현재 중학교 1학년이 고교 1학년이 되는 2019년부터는 연합고사라는 시험을 치르지 않고 고교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10개월 전에 공지된 사안이기도 하다.

어제 열린 토론회가 대체 무슨 토론회인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간략하게 적겠다. 제주시학교·유치원 운영위원장협의회가 마련한 토론회로, 연합고사 폐지에 따른 문제와 대책을 묻는 자리였다. 솔직히 기자가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지만 출장 일정 때문에 후배에게 미뤘고, 후배에게 잘 처리해보라는 지시(?)까지 내린 터였다. 결국 후배는 현장에 가야 했다. 그런데 자료도 전혀 없는 토론회였다. 준비가 되지 않은 토론회였다.

아무런 자료도 없이 진행된 토론회. 식순만 나와 있다. ©미디어제주

그건 그렇고, 제주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였던 연합고사는 폐지하기로 결정이 난 상태였기에, 기자는 어제 토론회가 연합고사 폐지 후에 어떤 교육과정이 이뤄지면 되는지를 논의하는 자리인 줄 당연히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폐지하기로 결정난 연합고사를 다시 복원하자는 논의들이 있었다고 하니 당황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연합고사 폐지는 지난해 12월 11일 열린 고교체제 개편 도민공청회 자리에서 나온 문제였다. 당시 토론자로 참석한 기자는 연합고사 폐지를 주창하기도 했다. 기자이면서 학부모로서 일반고에만 몰리는 과열 현상의 타개 방안으로 연합고사 폐지를 내세웠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공청회 때 연합고사 폐지 문제가 나왔고,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연말 연합고사 폐지를 공식 천명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도 연합고사 폐지 후에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어쨌든 어제 토론회가 연합고사 폐지와 관련된 첫 자리는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근데 왜 뜬금없이 연합고사 부활 얘기가 나올까. 이상하다. 전국 대부분의 시도는 연합고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남은 곳은 5개 시도에 불과하다. 이들 시도 역시 조만간 고입 선발고사를 없애야 한다. 그건 정부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4월 연합고사 형태로 치르던 선발고사를 빠르면 2019년에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어차피 올해 중학교 1학년부터는 선발고사를 치르지 않고 고교에 들어가야 한다.

지난 11일 열린 고입선발고사 폐지에 따른 토론회. ©미디어제주

연합고사 폐지는 기정사실이고, 폐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제주도교육청이 시험을 치르겠다고 버텨도 되지 않을 문제이다. 하지만 어제 토론회는 ‘폐지 결사반대’를 얘기했다. 그런 이들은 논리도 없다. 아이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달라고 한다. 피말리는 경쟁이 아이를 위한 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석문 교육감의 캐치프레이즈도 들먹였다. 어제 발언한 이들은 시험을 치르지 않아서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생긴단다. 그게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도교육청의 생각과 동떨어진다는 것이다. 피해를 보는 애들은 과연 어떤 애들일까. 피해를 보는 애들 때문에 다시 연합고사를 부활한다면? 그럴 경우 피해를 봐야 하는 수많은 학생들은 누가 책임을 지나.

제주도 교육은 도의원의 것이 아니다. 일부 학부모의 것이 아니다. 일부 지역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제주교육은 도의회 강성균 교육위원회 위원장 등을 비롯한 일부 도의원들의 것이 아니며, 제주시 연동과 노형동 학부모의 것이 아니다. 교육은 모든 사람의 것이다.

그래서 냄새가 난다. 지난해 제주중앙중에서 시작된 인조잔디 문제가 떠오른다. 당시 도교육청은 천연잔디나 마사토로 학교 운동장을 교체하려 했으나 반대에 부딪혔다. 그때 연동과 노형동 등을 지역구로 둔 강성균 교육의원은 뭐라고 했던가. 천연잔디에서 진드기가 나온다며 겁박(?)했다. 기자의 앞·뒤마당도 잔디로 덮였는데, 그 얘기를 듣고 정말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어제는 어떤가. 강성균 위원장은 경쟁을 해야 한다며 연합고사 폐지 논리를 문제삼았다. 정말 교육 현장에서 일했던 이가 맞긴 한가? 연합고사 폐지에 문제가 있었다면 몇 차례 열린 공청회 자리에서 강하게 얘기했어야 했다. 반대하는 이들을 잔뜩 동원해서 드러누우면서까지 반대했으면 뭐라 하지 못하겠다. 그러지도 않았으면서 다 결정난 일을 향해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을 할 일은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부에서 선발고사를 폐지하라고 했다. 뒤집어질 일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좀 더 제대로 된 간담회를 통해 제주교육을 얘기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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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위한 교육인가 2016-10-12 21:37:34
제주도는 늘 이런식인게 특별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네요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를 생각하고 좀 학생과 제주도 미래를 위한 생각을 더 깊이 했으면 하네요.

노을이 2016-10-12 16:38:46
지난해 연말 폐지를 공식 천명하고 올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지난 3월부터 이 제도에 의해 고등학교 진학을 하게 되는데 관련된 정보가 정말 너무 없습니다.
제도만 바꾸고 정작 그 제도에 적용을 받게 되는 당사자들에게 제도변경에 따른 안내가 전혀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로 인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가중되어 자꾸 부활을 얘기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교육청의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가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제도개선의 순기능이 증가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