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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복지타운? 교통지옥타운 될까 걱정”
“시민복지타운? 교통지옥타운 될까 걱정”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6.10.04 13: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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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대책 빠진 시민복지타운 활용 계획] ① 교통혼잡 대비책 미흡
오후5시 연삼로 보건소사거리(오라1동 방향). ⓒ미디어제주

오후 5시 연삼로 보건소 사거리. 신호등 앞으로 차가 줄짓기 시작한다. 오후 6시부터는 녹색 신호로 바뀌어도 신호대기 차량이 모두 통과하지 못할 만큼 차가 막힌다. 이곳은 제주시내에서도 교통혼잡이 심한 지역 중 하나다.

지난달 21일 제주특별자치도는 국토교통부의 행복주택 공모에 시민복지타운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시청사 부지로 예정됐던 도남동에 총 780세대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8월 정책박람회에서 공공임대주택 건설 계획이 나오자마자 지역 주민을 비롯한 많은 도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특히 교통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교통 정체가 심한 도심 지역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면 교통난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복지타운 예정 지역 부근 도로인 보건소사거리-도남사거리 구간(약 790m)은 정체가 심하다. 지난달 30일 평균 통행 속도는 21km/h로 교통지체 수준이었으며, 퇴근 시간인 오후 5시~7시엔 9km/h로 교통정체 수준이었다. 이 속도라면 해당 구간을 통과하는 데 5분 넘게 소요된다. 이 도로의 규정 속도인 60km/h로 주행하면 48초가량 걸리는 거리다.

연삼로 보건소사거리-도남사거리 구간. 약 790미터에 이른다. ⓒDaum지도
9월 30일 연삼로 평균통행속도(하행). 빨간 숫자는 교통정체를 의미한다. ⓒ제주교통정보센터

시민복지타운 780세대가 입주하면 통행 차량은 몇 대가 늘어날까? 제주도 내 자가용 보유율은 2015년 12월 현재 1세대당 1.318대다. 이를 적용하면 1028대가 넘는다. 도내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 등록차량 수를 조사해본 결과, 710세대 규모의 A아파트는 1100여 대, 661세대인 B아파트는 1500여 대, 610세대인 C아파트는 574대였다. 물론 차량을 등록하지 않은 세대가 있어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교통혼잡 시간인 퇴근 시간대 오후5시~7시 사이 통행 차량은 어느 정도 될까? 제주시에서 시민복지타운과 가장 유사한 규모인 A아파트의 퇴근 차량 추이를 확인해 보았다. 지난달 29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233대가 아파트 내 주차돼 있었다. 800대가 넘는 차량이 아파트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대부분은 출근을 위해 나간 차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아파트로 들어온 차는 총 143대, 6시부터 7시까지 들어온 차는 총 280대였다. 아파트 외부로 나갔던 차량 절반가량이 돌아온 것이다. 특히 오후 5시30부터 차량이 급증하면서 5시30분부터 6시까지 105대, 6시부터 6시30분 사이엔 179대까지 몰렸다. 아파트 외부에 주차한 차량까지 감안하면 그 숫자는 더 많을 것이다. 이처럼 퇴근 시간 보건소 사거리에 차량 400대가 더 늘어난다면?

오후6시 연삼로 도남사거리-보건소사거리 구간 정체모습. ⓒ미디어제주

시민복지타운 교통상황이 A아파트 상황과 동일할 것이라 단정짓긴 어렵다.

제주발전연구원 손상훈 박사는 “교통 상황은 대중교통 이용자, 세대구성원 특성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도심 한복판에 780세대가 들어선다면 교통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상훈 박사의 말대로 교통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많고 복잡해 다각도로 분석하는 장기간 교통환경평가 등을 거쳐도 정확한 교통량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기자는 같은 제주시 내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 교통량 수치가 어느 정도 유의미하다고 보고 본 조사를 실시했다. 적어도 이 정도의 교통량은 수용할 수 있는 교통 대책이 나와야 교통혼잡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오후6시30분경 보건소사거리. ⓒ미디어제주

도가 제시한 교통 대책계획은 교통난 우려를 해소하기엔 한참 부족해 보인다. 지난달 21일 행복주택 공모 결과를 발표한 고운봉 도시건설국장은 “인근 이도초등학교에서 신제주로 연결하는 도시계획도로를 조기 개설하고 계획과정에서 제시되는 교통영향분석을 통하여 저감대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저 도로 하나를 개설하는 것 말곤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도는 시민복지타운 조성 취지로 “(도민들의) 여유로운 삶에 대한 선호”를 내세웠다. 도심에 주거공간 780곳이 늘어난다고 해서 여유로운 삶이 가능할까. 저렴한 가격에 집을 구할 수 있는 일부 도민을 제외하곤 훨씬 더 많은 도민들의 교통 불편을 초래할 것이다. 원활한 교통 역시 주거 복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극심한 교통혼잡을 대비한 뚜렷한 교통대책 없이는 시민복지타운은 교통지옥타운이라는 한 지역 주민의 말이 한낱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조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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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서울입니다 2016-10-04 16:04:44
제주가 가는 곳마다 한구간 정체는 기본인데 이걸 모르고 했다는 게 이해가 안되네요 ㅠㅠ 머리가 잘못된건지 잘 모르는 건지 분간이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