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식 자본주의적 도시재생 할거면 사업을 접어라”
“영미식 자본주의적 도시재생 할거면 사업을 접어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9.21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지난 20일 단 한차례로 마무리 된 원도심 공청회를 보며
깜깜이식 공청회에다 ‘젠트리피케이션’ 부를 거대 쇼핑몰 사업만 가득

“때려치워라”

어제(20일) 열린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활성화 주민공청회를 두고 정말 이 말을 하고 싶다. 왜냐. 공청회의 가치조차 없기 때문이다. 공청회라면 어떤 내용인지 숙지가 돼야 하지만 그걸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공청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발표내용을 제한하는 건 이해하지만 자료를 달라는 기자에게조차 “안이다. 확정된 게 아니다”며 자료를 주는 걸 거부했다. 과연 공청회가 맞긴 한가.

대신 사업을 추진한 제주도에서 내놓은 자료는 단 5쪽짜리에 불과했다. 5쪽의 자료는 제주도가 얼마 전 보도자료로 내놓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체 어떤 게 제주시 원도심에 담겨야 하는지를 알고 싶은 이들에겐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달리 말하면 이미 다 짜놓은 각본대로 가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원도심 도시재생 활성화에 투입될 돈은 어마어마하다. 40개 사업에 3577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민간투자사업도 포함돼 있다. 물론 민간투자사업이 어떤 내용인지는 5쪽의 자료에 없다.

어제 공청회 발표를 민간 업체가 맡은 것도 웃기다. 그러니 제대로 된 공청회가 될 수 없다.도시재생이 뭔지를 알지 못한채 업체는 읊조렸고,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그게 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듣기만 해야 했다.

어제 공청회를 들은 지인은 기자에게 방청객 입장이라며 이런 말을 했다. “육지의 엔지니어링이 와서 발표한 걸 긍정할 도민들은 없다. 도민들이 말하면 틀리고 육지 업체가 얘기하면 맞느냐”며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고 한탄했다.

공청회는 어제가 끝이었다. 더 이상 주민들의 얘기를 청취하거나 할 기회가 없다. 3000억원을 넘게 투입하는 사업을 그렇게 추진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리 원도심 활성화라는 문제가 특별법에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해치울 사안이 아니다.

얼마전부터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가동되고 있는데, 제 역할을 하는지도 궁금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제주시 원도심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이들이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맡아서 운영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제주시 원도심을 알려면 수년이 걸린다. 주민들을 만나고, 또 만나고 하면 족히 3~4년은 걸려야 원도심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엊그제 갖 출범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그 역할을 해줄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올해내로 제주시 도시재생 원도심 활성화계획을 내놓는 게 웃기다는 말이다.

제주도가 추진하려는 원도심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안).

정말 깜깜이었던 공청회. 그나마 공청회 말미에 1023억원에 달하는 민간투자사업의 실체가 드러났다. 다른 기자가 대체 어떤 사업인지를 따졌다. 육지부 엔지니어링측은 이에 대해 “신항만 사업, 예를 들어 아울렛이나 원도심까지 연결된 상업시설 조성 사업이다. 임대주택이나 LH에서 시행하는 리모델링 사업 같은 것이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링측의 말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커진다. 대형 쇼핑몰이 들어오고 부동산이 들썩일 행위를 펼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원도심에 사는 이들은 쇼핑몰이 들어오고, 주택사업이 활황이면 좋을 것 같지만 결코 아니다. 그건 착각이다. 원도심의 땅값만 올려놓게 된다. 자본을 가진 사람만 이기게 된다. 결국엔 원도심에 기거하는 이들이 모두 떠날 수밖에 없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제주도정이 스스로 감행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를 게 없다.

도시재생을 연구하고, 공부한다는 이들이라면 최소한 프랑스 파리의 사례는 알 것이라 본다. 모른다면 이제라도 알아야 한다.

현재 파리의 모습은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인 19세기 때 근대적 도시정비의 결과물이다. 당시 파리의 도시정비를 담당했던 오스만의 흔적은 대대로 기억되며, 지금의 파리시민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와 달리 미국과 영국은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 도시재생을 벌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영미 도시재생은 고급주택화나 쇼핑몰에 매달렸다. 결과는 자본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됐고, 돈이 최우선이 된 도시재생으로 끝났다.

제주시 원도심은 어느 방식을 따를 것인가. 파리인가, 신자유주의 방식의 영국과 미국인가. 어제 공청회만 놓고 보면 파리식이 아니라 영미식이다. 결국 자본의 지배를 받는 원도심을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그럴 거면 하지말라. ‘때려치우라’는 말이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카를 5세는 이런 말을 했다. “파리는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세계다”고. 그만큼 파리는 누가 하는대로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도시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제주시 원도심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려면 남들처럼 따라가서는 안된다. 행정을 하는 이들은 제주적인 게 세계적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파리지엥이 괜히 파리지엥인줄 아나. 그렇게 하지 못할 거면 이쯤에서 그냥 접어라.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