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홀로 성당에서 기도하던 중 중국인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참변을 당한 故 김성현 루시아(61)의 장례미사가 21일 오전 신제주성당에서 엄수됐다.
평신도의 장례식이 성당에서 본당장으로 거행되는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이날 장례미사는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직접 미사를 집전해 의미를 더했다.
미사에는 제주교구내 전 사제들과 수도자, 다른 본당 신자들까지 참석해 성당 2층과 지하실까지 가득 메워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고인의 넋을 기렸다.
강우일 주교는 이날 강론을 통해 “고인은 자신의 모든 시감을 하느님과 교회에 봉헌한 예수님의 제자였다. 개인적인 기도생활에 누구보다 열심히 정진하면서 교회 공동체에서는 성서 모임에서 다른 신자들의 신앙 성숙을 위해 말씀의 봉사자로, 본당 제대회 회원으로 제대 주변의 꽃꽂이나 청소, 허드렛일을 하시면서 거의 성당에서 살다시피 하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또 그는 “고인이 동네 클린하우스에서 밤늦게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버려놓은 쓰레기를 정비하고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일까지 하셨다고 들었다”면서 “이렇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신앙생활에 쏟아붓는 신자가 이 나라에 과연 몇이나 계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7월 중순 프랑스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중 IS 추종자들에게 살해당한 아멜 신부를 ‘십자가의 신비를 온몸으로 보여주신 순교자’라고 선언했다면서 “생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영문도 모르고 무참히 살해된 루시아 자매도 오늘 이 시대의 순교자라고 선언하고 싶다”고 고인이 순교자로 추앙받을 만한 자격이 있음을 강조했다.
고인의 희생이 제주도의 개발 일변도 정책 추진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제주도는 벌써 여러 해 전부터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 와서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놀고, 더 즐기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지갑을 털기를 바라면서 무제한 투자와 무차별 개발, 대규모 관광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정책을 펼쳐 왔다”면서 “이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주의 깊숙한 속살이 다 벗겨지고 상처를 입고 있다. 자연도 사람도 난도질을 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이에 그는 “우리는 죄 없고 티없는 거룩한 영혼의 소유자가 당한 무자비한 죽음의 탓을 외국인들에게 돌리기보다 경제적 성장과 수익을 분에 넘치게 추구한 우리 자신들의 무분별한 탐욕에 그 탓을 돌려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루시아 자매의 순교는 이 시대의 무분별한 환락의 탐닉과 질주를 멈추고 인간의 품격과 존엄에 어울리는 절제 있는 삶을 회복하라는 하늘의 경종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제주도는 원래 대지주도 없고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지배계층도 별로 없고 고만고만한 작은 사람들이 조냥정신을 바탕으로 하루하루 땀을 흘려 문 열어놓고 살아가는 평화의 섬이었다”며 “루시아 자매의 순교는 우리를 제주의 그 원초적인 평화로 돌아가도록 촉구하는 당신의 봉헌이라고 생각한다”고 고인의 죽음에서 교훈을 찾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미사가 끝난 후에는 현문권 주임신부가 고별식을 진행한 데 이어 김계춘 장례위원장의 추도사, 원희룡 지사의 애도의 말, 고인의 장남 이명훈 베드로의 감사 인사와 분향이 이어졌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