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3대째 소 키우는 젊은 축산농의 꿈 “제주 흑우의 부활”
3대째 소 키우는 젊은 축산농의 꿈 “제주 흑우의 부활”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9.16 06: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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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예정지 르포] ① 온평리 송동환씨 “어디로 가야 합니까”
성산읍 온평리 제주 흑우 농장 입구에 놓여 있는 표석. 송씨는 이 표석에 ‘제주 흑우, 부활을 꿈꾼다’ 같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적고 싶다고 말했다. ⓒ 미디어제주

유난스러운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 8월, 아직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8월의 끝자락에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 있는 한 농가를 찾았다.

연초 지인으로부터 제주 흑우를 3대째 키우고 있다는 송동환씨(33)에 대한 제보를 받고 취재를 미뤄오다 뒤늦게 약속을 잡고 취재에 나선 것이었다.

사무실에서 다소 일찍 출발한 탓에 송씨보다 조금 일찍 농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입구에 놓인 큰 돌이었다. 표면이 거친 데다 아무런 글씨도 없는 것으로 보아 무슨 표석을 세우려는 것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 옆으로 ‘방역상 출입금지’ 안내판과 입구 오른쪽에 ‘HACCP 위해요소 중점 관리 기준 적용 작업 농장’이라는 문구에 섣불리 농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기다리다가 다행히 인부 한 명이 나와서 미리 취재 약속을 하고 왔다고 양해를 구하고 농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송씨가 한우와 흑우를 합쳐 20마리로 시작해 10년째 소를 키워온 곳이었다. 지금은 품종 개량을 위해 함께 키우고 있는 우량 한우 20마리를 합쳐 모두 300마리 규모가 됐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빤히 렌즈를 쳐다보는 흑우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몇 차례 사진을 계속 찍다보니 그 얼굴이 마치 사람과 흡사하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친숙하게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농장에 도착한 송씨는 이미 제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흑돼지처럼 제주 흑우를 제주의 내로라하는 브랜드로 키워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당당히 밝혔다. 지난해 서귀포시로부터 축사 확장 허가를 받아놓은 것도 제주 흑우를 독자적인 상품 브랜드로 인정받으려면 500두 이상이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그에게 지난해말 발표된 제주 공항 확충 타당성 용역 결과는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였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서 10년째 제주 흑우를 키우고 있는 송동환씨에게 제주 제2공항 예정지 발표는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였다. ⓒ 미디어제주

“발표된 내용을 보니까 여기 축사가 있는 곳이 활주로의 딱 중간 지점이에요. 결국 마을을 떠나라는 얘긴데, 지금 어디 가서 다시 인허가를 받고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허탈하게 웃으면서 담담하게 이 얘기를 하는 그의 눈을 차마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5400여평 규모의 축사에 인근 방목지까지 합치면 1만4000여평 규모의 농장 부지가 고스란히 제2공항 부지에 들어가게 된 그에게 제2공항 입지 선정 소식이 어느 정도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질지 도저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취재 바로 전날 태어난 흑우 송아지 사진을 찍고 농장에 대한 얘기를 좀 더 나눈 뒤 농장을 나오면서 농장 앞 표석 얘기를 물었다.

“얼마 전에 세워놓았는데 아직 뭐라고 쓸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제주 흑우, 부활을 꿈꾼다’ 이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적어놓으려구요. 더 좋은 메시지가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지난 8월말 농장을 방문하기 바로 전날 태어난 제주흑우 송아지의 모습. ⓒ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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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atkdvy6513 2016-09-18 16:40:56
제2공항 공청회도없이 주민들에게 의견없이 강행하는 이정부가 문제입니다

거참 2016-09-17 18:46:07
제2공항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게하는 기사네요~~
도민의 행복을 위한 개발은 좋지만 피해를 주는 개발은 지양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