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제주 시민단체 도청 앞 ‘똥물 퍼포먼스’를 한 이유는?
제주 시민단체 도청 앞 ‘똥물 퍼포먼스’를 한 이유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9.13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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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참여환경연대, 도두하수처리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촉구
도청 앞 릴레이 1인시위 시작 … 원희룡 지사에 항의서한 전달
제주참여환경연대 관계자들이 오염된 제주 바닷물을 온몸에 뒤집어쓰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미디어제주

13일 오전 9시 제주도청 앞.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의 1인 시위와 성명서 발표에 이어 제주참여환경연대 관계자들이 하수로 오염된 제주 바닷물을 뒤집어쓰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최근 도민 사회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는 도두하수처리장의 오수 무단방류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홍영철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도두하수처리장의 오수 방류 문제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가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하수 처리 한계를 넘고 있다는 말들이 나왔지만 제주도정은 하수 유입량 증가가 없다는 말로 사실을 은폐해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MBC 시사매거진 2580 보도를 통해 도두하수처리장이 연중 200일 이상 기준치 이상의 하수를 방류해온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 “이는 행정의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 힘들다. 제주도정 스스로가 제주의 가치와 도민의 자부심을 실추시키는 중대한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는 제주도정이 그간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과 숙박시설 허가를 남발하고 최근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과 제2공항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과거 제주도정 뿐만 아니라 원희룡 도정도 가장 기본적인 제주도의 환경수용력을 검토하지 않고 도민의 삶의 질을 도외시한 채 개발지상주의와 성장주의로 치닫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통 문제와 대기질 문제, 쓰레기 문제, 주거 문제 등 무분별한 성장주의 정책의 결과가 도민의 삶과 제주의 미래를 나락으로 밀어넣고 있다”면서 “원희룡 도정은 가장 기본적인 도시 인프라인 하수도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여전히 성장주의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행정의 기본 중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는 원 지사에게 관련 책임자를 엄정하게 조사해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제주의 환경수용력을 고려하지 않은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과 제2공항 등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또 원 지사 본인이 책임자라는 것을 망각하지 말고 이번 사태에 대해 제주도민 앞에 사과하고, 환경수용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입장을 즉각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도민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한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날 원 지사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한 데 이어 연휴가 끝난 후에도 이달말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공동대표가 13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도두하수처리장 사태에 대한 근본 대책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가 원희룡 지사에게 전할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다음은 항의서한 전문.

원희룡 도지사님께

넉넉하고 마음 따스한 한가위를 앞두고 이런 글을 올리게 되어 매우 안타깝고 비통합니다. 유네스코 3관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제주의 청정한 자연은 세계적인 자랑이자 도민의 자부심이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미래비전 계획에서도 제주도민은 청정과 공존을 선택하였고, 지사님께서는 어떤 법정계획보다도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셨습니다. 저희 단체는 제주도민이 현재의 제주가 청정과 공존을 추구하고 있어서 그런 화두를 던졌다고 보지 않습니다. 청정과 공존의 실현이 필요해서 정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제주도민은 제주 여러 곳에서 청정과 공존을 위협하는 신호를 느끼고 이 흐름을 돌려야 한다는 생각의 표현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최근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도두하수처리장에서 무려 200여 일이 넘는 기간 동안 기준치 이상의 오수를 바다로 방류한 사실입니다. 단순히 실무자의 실수가 아닙니다. 그리고 갑작스런 하수 유입량 증가로 인한 불가항력적 상황이라는 변명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행정의 기본중의 기본이 도시계획이고, 도시계획의 기본은 도시기반시설입니다. 도시기반시설에 적신호가 켜지면 무엇보다도 이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합니다. 하수량 증가의 문제를 도지사께서도 보고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어떠한 대책을 찾고 지시하셨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 도정에서 남발한 개발허가 때문이라고 변명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희룡 도지사께서 취임한 이후도 제주도민의 삶의 질과 제주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확고한 철학과 정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드림타워, 신화역사공원, 오라관광단지, 제2공항까지 당면한 문제에서 보였던 도지사님의 대처에서 이런 점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제주의 미래가치와 환경총량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제주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보다도 더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있습니까? 모든 개발사업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 주십시오. 이미 제주도민은 제주도정에 대해 큰 실망감에 젖어 있지만, 이대로 더 나아가 제주도정을 규탄하는 불행한 길로 나아가지 않게 해 주십시오.

관련자에 대해서 엄중한 문책을 하십시오. 도지사께서는 행정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제주도민에게 깊이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현재의 임시방편적 해결 시도를 접고 근본적인 개혁을 해 주십시오.

저희 단체는 백척간두에 선 절박한 심정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저희 단체의 책임과 사명도 통감하고 있습니다. 불행한 지금의 사건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게, 모든 노력을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쏟아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그런 의지가 보이면 저희 단체는 미약한 힘이나마 제주도정에 아낌없이 협조하겠습니다.

도지사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2016.9.13.

(사)제주참여환경연대

이정훈. 강사윤. 홍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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