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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벌이를 남에게 다 줘야 하나” 안일함이 부른 참사
“한해 벌이를 남에게 다 줘야 하나” 안일함이 부른 참사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9.09 10: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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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운영 ICC제주] <1> 적자에다 94억 손배소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다 더 큰일이 터졌다. 지난주 도의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사실이 공개됐고, 부영호텔과 연결하는 지하 연결 통로 문제도 준공되지 않고 지지부진하다. 이들 문제를 좀 더 심도있게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지난 2003년 3월 22일 문을 연다. 1997년 7월 도민주 공모를 시작한지 6년만에 세상에 빛을 봤다. 지금은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 있는 컨벤션들이 제 역할을 하면서 회의산업을 떠받치고 있으나 당시는 그러지 못했다. 반대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회의산업이 그다지 뜨지 않은 때였고, 세계 곳곳의 컨벤션도 적자 투성이였을 때다.

그럼에도 ICC제주는 제주도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다. 오히려 지금은 컨벤션 시설이 부족할 정도가 됐다. 출범 당시 더 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이다.

▲ 출범 후 호텔 부지 물색

출범 당시 컨벤션 시설로는 ‘반쪽짜리’만 된다는 여론에 따라 등장한 게 대규모 숙박시설이다. 바로 앵커호텔이다. 앵커호텔은 켄벤션에 부속된 호텔이어서 그렇게 부른다.

ICC제주는 출범을 하자마자 곧바로 컨벤션 인근에 앵커호텔을 짖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문제는 제주도가 가진 땅이 없었기에 한국관광공사에 손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관광공사는 ICC제주에 제주중문관광단지 제2단계지역내 호텔부지 5만3354㎡를 현물 출자 방식으로 내놓게 된다.

2003년 5월 체결된 협약서. 한국관광공사가 호텔 부지를 현물 출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디어제주

한국관공공사와 ICC제주는 2003년 5월 15일 앵커호텔과 리조트레지던스를 건립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관광공사가 부지를 내놓게 되는 과정이 여기에 담겨 있다. 협약서를 들여다보면 앵커호텔을 연결하는 지하통로 얘기도 나온다. ICC제주는 지하통로를 조성하게 되면 상가 전체를 한국관광공사에 20년간 무상임대하는 조건을 단다.

협약서는 또 ICC제주 임원 가운데 1명과 비상임이사 1명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ICC제주 전무이사도 이런 협약에 따라 임명된 경우이다.

▲ 2003년 합의서가 ‘발목’

한국관광공사는 호텔 부지를 현물 출자하면서 지하통로 20년 무상 임대, 임원 추천 등의 이득을 얻게 됐다. 아울러 호텔 부지를 현물 출자한 대가로 ICC제주 주식을 갖게 된다. 현재 한국관광공사의 ICC제주 지분율은 17.4%, 290억2600만원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때문에 ICC제주 2대 주주가 된다. 그런데 2대 주주가 느닷없이 소송을 걸어왔다. 호텔 준공을 지체했기 때문에 94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한 것이다.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7월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현재 민사소송을 진행중이다. 2차례 조정이 진행됐지만 94억 손해배상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왜 회사를 상대로 손배해상을 청구하게 됐을까.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003년 ICC제주와 체결한 합의서를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합의서는 두 기관이 호텔 부지 현물 출자와 관련, 협약을 진행한 2003년 10월 28일 맺게 된다. 이 합의서에 호텔 공사 착공 후 4년 이내에 준공하지 못하면 ICC제주가 한국관광공사에 손해배상금을 물게 돼 있다.

앵커호텔(현 부영호텔)은 2007년 1월 31일 착공에 들어갔다. 합의대로라면 2011년 1월말까지 준공을 보면 문제는 없게 된다. 그러나 2010년 1월 시공사였던 금호건설이 워크아웃으로 공사는 중단되고, 2011년 11월에야 새로운 시공자로 ㈜부영호텔을 찾게 된다. 이미 합의서에 명시된 준공 기한을 넘긴 시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부영호텔이 준공이 되는데, 이때는 2014년 7월 21일이다. 준공 지연기간은 3년 5개월이나 된다.

협약서 체결 5개월 후에 사인한 합의서 내용. 여기엔 호텔 착공 4년 후에 준공이 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돼 있다. ©미디어제주

합의서는 “완공기한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착공일로부터 4년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부터 완공기일까지 한국관광공사 주거래 은행 연체이자율을 적용해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합의서에 따라 94억원이 넘는 돈을 ICC제주에 청구했다.

▲ 94억원은 ICC제주 한해 매출액

그렇다면 소송에서 ICC제주 이길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관광공사가 2대 주주여서 봐 줄 것이라는 낭만은 먹히지 않는다. 합의서에 손해배상을 물리지 않는 단서조항이 있긴 하지만 그걸로는 약하다. 단서조항은 천재지변이나, 두 기관이 서로 인정하는 불가피한 경우엔 상호협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현재 ICC제주엔 한국관광공사에서 추천한 이가 임원으로 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해배상 문제가 터졌다는 점이 문제이다. ICC제주가 너무 안일하게 일처리를 했다는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94억원이면 적지 않은 돈이다. 지난 한해 ICC제주의 매출액은 119억원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시한 손해배상액은 한해 벌어들인 돈을 모두 헌납해야 하는 큰 규모이다.

지난주 ICC제주 주요업무 보고자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김명만 의원은 조정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안타깝다.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민사소송을 걸었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게다. ICC제주에 파견된 임직원도 있다. 명예도민도 있다. 정치권도 있다. 모든 자원을 활용해서 소를 취하하게 만들던가, 조정을 하는 게 우선이다”며 “만일 소송에게 지게 되면 ICC제주는 공중분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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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한심한 행정 2016-09-11 09:10:25
일을 안하는 게 돈버는 일의 형태를 어찌할꼬 ㅠㅠ

먼일을 이따위 ㅠㅠ 2016-09-09 15:10:51
도대체 먼 일들을 이런식으로 하는지 저알 이해가 곤란하네 ㅠㅠ
아에 때려치는 게 ...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