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문화광장 조성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답답한 면이 없지 않지만 ‘광장’이라는 미명아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탐라문화광장의 서쪽 일대는 한창 공사중이다. 기존에 있던 건물은 죄다 헐리고, 위기에 처했던 건물이 살아남아 다른 생을 기다리고 있다.
사라지지 않고 남은 건물은 몇 되지 않는다. <미디어제주>가 최초로 보도를 한 고씨주택은 살아남았다. 그 곁에 굴뚝이 포함된 건물도 생을 이어가게 됐다.
기자는 최근 현장을 방문했다. 고씨주택은 탐라문화광장 조성의 핵심이 될 건물이어서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가 고씨주택을 최초 보도한 때는 2014년 6월 17일이었다. 그해 6.4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원희룡 도정이 막 준비를 하는 시점이기도 했다. 벌써 2년전 얘기가 됐다.
고씨주택은 시민단체의 활동 덕에 살아난 건물이다. 기자의 보존하자는 보도 영향도 있지만 그 보다는 시민단체의 노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는 2014년 6월 23일 새도정준비위원회에 고씨주택 보존을 위한 민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해 7월 정식 출범한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은 시민단체의 민원에 응답을 해왔다. 고씨주택 보존이라는 답이었다.
민선 6기는 종전 민선 5기 우근민 도정과는 전혀 다른 자세여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근민 도정 때는 도내외에서 살려달라고 요구했던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무참히 박살냈는데, 원희룡 도정은 그와 전혀 다른 행보였기에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를 비롯해 <미디어제주>가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와 관련된 보도만도 80차례를 넘겼으나 우근민 도정은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희룡 도정은 단 한 차례의 기사에도 응답했으니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대가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다. 기대는 기대일 뿐이다. 기대가 그 값을 하려면 행위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현재 고씨주택은 리모델링중이다. 주변의 돌담은 다 치워졌고, 지붕도 다 뜯겼다. 내부도 뜯겼다.
일제 당시의 건축물인 고씨주택은 한일절충식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지붕은 일제식 기와를 얹혔으나 내부는 한국식도, 일본식도 있다. 일본 건물의 전형인 현관은 보이지 않지만 실내에 화장실을 두고 있다. 남쪽에 난 테라스를 따라서 방에서 화장실로, 거실에서 화장실로, 부엌에서 화장실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주택이다.
고씨주택은 테라스 전면을 문으로 장식했는데, 이것도 일본식이다. 방 내부도 일본식이 엿보인다. 일본어로 ‘오시이레’라는 벽장이 있다.
다듬어질 고씨주택. 도정은 이 건축물을 탐라문화광장을 비롯한 원도심 재생의 모델로 삼을 계획이다. 그러려면 단서가 있어야 한다. 리모델링을 핑계로 원형을 파괴해서는 안된다. 일본식 기와도 얹혀야 하고, 오시이레도 그래도 놔둬야 한다. 혹시 리모델링을 핑계로 고씨주택을 껍데기만 남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지붕의 기와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도청 담당자는 “논의중이다”는 답을 했기 때문이다. 논의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고씨주택은 한일절충식 건물로 일본식 기와를 얹혔고, 현관은 없었고, 오시이레는 있었다는 사실이 있지 않았던가. 만일 이런 게 사라진다면 고씨주택은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리모델링 중이라고 하니 이 점을 제대로 인지를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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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보전이라고 했는데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일본식 기와를 어떻게 구해서 원형보전할건가요?
내부를 다 뜯어내버렸는데 문짝과 일본식 벽장은 어떻게 원형보전할건가요?
겉 껍데기만 남겨놓고 원래 고씨주택과는 아무 상관없는 건축물로 재탄생시키는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