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경찰, 성추행 피해자에 “네 몸은 네가 지켜야지”
경찰, 성추행 피해자에 “네 몸은 네가 지켜야지”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6.08.26 08: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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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부서 성추행 피해사실 알고도 미온한 대처 논란
 

경찰이 성추행 피해 정황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어제 본 매체가 단독 보도한 도로연수 중 성추행(8월 25일자 “운전교육 차량에서 성추행이라니...”)사건을 추가 취재한 결과 제주 서부경찰서 경사가 피해 사실을 듣고도 신고 절차를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는 등 미온하게 대처했다는 제보를 추가로 입수했다.

제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팀의 관계자에 따르면 성범죄 관련 피해 사실을 인지했을 때는 해당 부서에 통보하거나 첩보(상관에게 서면으로 보고)한 후 피해자를 해당 부서와 연결시켜 신고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원칙이다.

지난 12일 피해자 A씨는 친구와 함께 제주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을 찾았다. 당시 근무하던 두 여성 경찰이 상담에 응했으나, 피해자의 신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A씨의 말에 따르면, 경찰은 “억지로 끌려간 게 아니니 (가해자를) 성추행으로 처벌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학원 측에 ‘신고 직전까지 절차가 진행됐으니 수강료를 환불해달라’고 말하면 이미지 훼손 위험 때문에 돈을 돌려줄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학원에 얘기할 때 경찰이 그랬다고는 하지말라”는 부탁까지 덧붙였다고 한다.

경찰이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담 중 경찰은 “어떤 남성이 호의를 베풀 땐 왜 그런지 (다른 의도가 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며 “네 몸은 네가 지켜야 해, OO야(A씨 이름)”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1시간 정도의 상담 과정에서 거절하지 못한 내 책임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상담 이후 길지 않은 시간동안 A씨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그는 “사람을 만날 때 마다 내 행동 때문에 또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두려워서 아예 친구조차 만나지 않는다”며 “한 친구는 (편집증적으로 변한) 내 모습이 무섭다고 연락을 끊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제주서부경찰서 홈페이지

제주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장영식 과장은 “상담 당시 담당자가 A씨에게 신고 의사를 몇 번이고 물어봤으나, ‘생각을 좀 더 해보겠다’며 피해자가 신고 의사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충분히 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 경사도 여성인데 ‘네 몸은 네가 지키라’는 둥 상식에 어긋난 이야기를 했을 리 없다”고 덧붙였다. 25일 기자는 A씨의 상담을 담당했던 경사와도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제주여성인권연대 고명희 대표는 이번 경찰의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강간이 아니거나 신체적 손상이 없는 추행은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피해자가 극도로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에서 가장 큰 조력자라고 믿었을 경찰에 대한 믿음이 사라질 경우 피해자는 자신을 탓하게 되고, 결국 2차 피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피해여성 A씨는 지난 24일 해바라기지원센터를 통해 신고를 완료한 상태다. 한편, 강사 B씨와 C운전학원은 성추행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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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반대라 2016-08-26 12:08:01
반대한 사람은 경찰인가? 아님 누구일까? 느낌으로 알수있죠 ㅋ

신뢰성 2016-08-26 09:35:55
신뢰를 받는 경찰이 돼야 하는데 ㅠㅠ 경찰하고 얘길할 땐 녹음을 해야겠군요
경찰이 하지 않은 얘기를 신고인이 할 수는 없는 게 상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