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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 취지는 살리되, 시스템은 버리자!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 취지는 살리되, 시스템은 버리자!
  • 이정민
  • 승인 2016.08.24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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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정민 도시계획박사. 제주대학교 산업대학원 외래교수
이정민 박사.

이번 주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시행승인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보도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절차가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 승인하겠다는 도지사의 의지 표현이 문제가 된 것 같다.

왜 도민들과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사업을 도지사는 승인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을까? 그것은 도지사가 판단하기에 그 사업이 제주도의 공익을 증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도민과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원인에 대해서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시민단체는 도지사가 역점을 두고 수립한 제주미래비전계획에서 반대논리를 인용하고 있다.

제주미래비전계획에 제시된 중산간 관리방안을 보자. 중산간이 가진 잠재력과 가치가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훼손되지 않고 청정과 공존에 부합하게 이용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 세부적인 추진 방향으로 선계획구역 사업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계획허가제 도입, 환경자원 총량 관리 등을 들고 있다.

제주미래비전계획에서 환경자원총량관리를 이미 구축된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을 기준으로 운영하겠다는 했다. 총량관리시스템은 개발사업 등으로 변화되는 환경자원총량의 변화를 제로로 하고, 더 나아가 총량을 늘리겠다는 것이 제주미래비전계획에 제시된 목표다.

인구와 관광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환경자원총량을 늘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체 수림조성, 곶자왈 보전, 에너지 소비 고효율 건축물 도입,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늘리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제주미래비전계획에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개발사업에 따른 탄소배출원과 탄소흡수원을 거래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제주도의 환경자원총량은 언제든지 늘릴 수 있다.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을 검토한 결과 조금만 갱신하면 탄소배출 거래시 그 양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아쉽게도 2011년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이 구축되었지만, 지금까지 적용된 사례가 없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협의할 때, 담당국인 환경보전국은 환경자원총량제에 관련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제주도정은 관련 법령의 미비로 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인지 제주도는 이번 제도개선에 환경자원총량관리를 포함시켰다. 법제화된다고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답부터 얘기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은 총량 산정과 관리를 위한 시스템일 뿐, 개발사업 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에서 이미 개발이 이루어진 골프장은 2~3등급으로 분류되지만, 시설하우스는 5등급으로 분류된다. 환경자원 측면에서 보면 맞지만, 개발사업  의사결정차원에서는 맞지 않다. 환경자원총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골프장과 같은 시설이 주거지역이나 취락지구 인근에 있는 시설하우스보다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논리라면 FTA 기금을 지원받아 설치한 시설하우스는 환경에 역행하는 것이다. 도민들이 반대했던 골프장은 환경에 중립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웃지 못 할 결과가 나온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오라관광단지도 마찬가지다.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에 의하면 개발사업부지의 90%이상이 1~2등급이다. 제주미래비전계획의 내용을 근거로 판단하면 오라관광단지는 개발사업이 불가능한 곳이 된다. 그런데 제주도정은 개발사업 승인을 해줄 요량이다.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오라관광단지의 개발사업 시행승인 의지를 보면, 기존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의 오류를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행태다.

지금이라도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으로 야기된 도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을 폐기해야 한다. 매년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탄소배출과 흡수량을 측정할 수 있는 기법을 연구하는 것이 낫다. 그걸 가지고 개발사업 승인시 부관을 제시하면 된다. 각종 허가시 부관은 법적 효력이 없다. 그러나 국토계획법은 개발행위허가 부관에 대해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에 있어서 기존 식생 등을 감안하여 조경에 따른 탄소흡수량, 저에너지 소비 건축, 인근 지역에 탄소흡수원 매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그 개발사업에 포함된 사업내용이 제주도의 공공복리를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부관으로 제시하여 사업 승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관을 제대로 제시하면 현명한 행정이 되는 것이고, 부관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 특정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무능하고 부패한 행정이 된다.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민이 선출한 도지사가 개발사업과 관련해 휘둘리는 모습을 보기 싫다. 논란 해소와 행정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을 폐기해야 한다. 그걸 잡고 있으면 행정의 일관성이나 신뢰성은 살릴 수 없다.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이나 제주미래비전계획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현명한 행정을 펼쳐 나가길 기원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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