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7:06 (화)
“내년에 또 와도 돼요?”
“내년에 또 와도 돼요?”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6.08.21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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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주최 ‘청소년음악캠프’ 사흘간 열려

“얘들아, 지금 바다가 쓰레기 때문에 더러워지고 아파하고 있어. 그럼 바다 친구들은 슬픈 상황일까? 기쁜 상황일까?”
“슬퍼해요!”
“그렇지. 그럼 바다 친구들은 슬프니까 웃으면 안되겠지?”

리허설 시간. 무대 위로 바다를 표현하는 푸른 천들이 길게 늘어져 펄럭이고 있다. 보컬과 안무를 지도하는 박제헌 강사(40·제주 광령)가 바다 역할을 맡은 학생들에게 아픈 바다를 표현하는 몸짓을 설명하고 있었다.

'월정리를 만난 꼬마여행자들' 리허설. 박제헌 강사(왼쪽 사진)가 안무를 지시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제주오션뷰에서 ‘2016 전국 청소년 음악캠프’가 열렸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음악캠프는 <미디어제주>와 제주문화기획연구소에서 공동 주관했다. 총 60명의 아이들이 참가한 이번 캠프의 테마는 ‘월정리 바다를 만난 꼬마여행자들’이었다. 바다를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환경교육을 주제로 오페라와 뮤지컬 무대를 꾸몄다.

월정리 바다를 만난 꼬마여행자들

강사와 학생이 다함께 ‘느영나영’을 부르며 이날 공연을 찾은 학부모와 관객들을 맞이했다. 이어 에메랄드빛 바다를 연상시키는 플루트의 청아한 연주로 본격적인 공연의 막이 올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장난치던 학생들은 무대 위에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에 집중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OST 중 ‘Phantom of the Opera’를 연주했다. 원곡은 금관악기 튜바, 오르간, 드럼 등 다양한 악기와 보컬이 어우러져 웅장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플루트로만 연주하니 평소에 듣던 그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멜로디가 섬세하고 아름답게 들린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주제곡을 플루트로 연주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플루트 공연이 끝나자 오페라 팀 공연이 시작됐다. 오페라 카르멘의 오프닝 코러스 곡에 맞춰 월정리에 놀러온 꼬마여행자들이 흥겹게 시간을 보낸다. 이어 오페라 리골렛토 중 ‘여자의 마음’ 음악이 흐르고, 신난 꼬마들은 바다에 그만 쓰레기를 버리고 만다. 학생들은 오페라 리날도의 ‘울게하소서’ 곡에 맞춰 쓰레기 때문에 슬퍼하는 바다를 연기했다. 무대는 이내 숙연해졌다.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아리아’가 흘러나오자 파도가 심하게 휘몰아치며 바다의 괴로움을 격정적으로 표현한다.

“생각만하면 생각대로 비비디바비디 부~”

오염된 바다를 깨끗하게 되돌려줄 마법사가 등장했다. 주문을 외며 마술봉으로 바다를 두드리자 파도가 잠잠해졌다. 뮤지컬 팀이 바다를 치유하는 역할을 맡았다. 아이들은 뮤지컬 ‘애니’ OST 중 ‘Tomorrow’와 겨울왕국 OST의 ‘Love is an open door’를 부르며 앞으로는 바다를 사랑하고 아끼겠다는 약속을 하며 공연의 막을 내렸다.

'월정리를 만난 꼬마여행자들' 공연 모습(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 ⓒ미디어제주

“안 맞던 동작과 음정이 맞춰지는 게 기분 좋았어요”

무대에서 내려온 학생들은 공연을 잘 마쳤다는 생각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오페라팀 임서윤(인화초·4학년)양은 “동작도 맞추고 음정도 맞추는게 너무 힘들었는데 연습할수록 점점 잘 맞춰져서 기분 좋았다”며 뿌듯해했다. 뮤지컬팀 고민정(한천초·4학년)양은 “쓰레기 버리는 부분이 재밌다가도 막 (기분이) 좋진 않았다”며 “바다가 더러워지면 내가 좋아하는 물놀이도 못하니까 나도 슬펐다”고 전했다.

플루트 연주팀 김경호(제주중·1학년)군은 “친한 친구들이랑 함께 추억을 만드는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공연 소감을 전했다. 오페라와 뮤지컬 공연에 대해선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이 이런 (수준 높은) 공연을 했다는 게 놀랍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플루트 연주팀 (왼쪽부터) 김경호, 현성오, 양지원 군. ⓒ미디어제주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학생들을 맞는 학부모의 얼굴엔 기특해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이희은(함덕초·4학년)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처음엔 (음악캠프에) 안오고 싶어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아쉬워하더라”며 “짧은 시간 안에 이 정도로 멋진 공연을 준비했다는 게 놀랍다”며 대견해했다.

이희은 학생(왼쪽에서 두번째)과 가족들. ⓒ미디어제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배우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랑 달라서 혼자 노는 게 익숙하잖아요. 스마트폰만 쥐고 있고··· 그런 애들이 여기서 물놀이도 하고 공연 연습도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아가더라고요.”

박제헌 강사는 “누구 한명만 잘해선 안되는” 뮤지컬과 오페라의 특성상 아이들이 공연 연습을 하며 동작과 노래를 맞추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즐거움”을 배워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캠프에는 우리 아이들도 꼭 참여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주문화기획연구소 양태현 대표는 “어린 친구일수록 무대에 서는게 어색하고 자신이 없어서 처음엔 목소리가 아예 안나오거나 매우 작다”며 “그 작던 목소리가 연습을 통해 자신감이 커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순간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편 사흘간 진행된 ‘전국 청소년 음악캠프’는 수료식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시상식에는 주최측 <미디어제주> 고승영 대표가 참석해 수료증을 건넸다.

<미디어제주> 고승영대표가 현가은 학생에게 수료증을 건네고 있다(위), 모든 순서가 끝나고 단체사진을 촬영했다(아래).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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