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안 하는 학교라고요? 그런 편견 깨세요”
“공부 안 하는 학교라고요? 그런 편견 깨세요”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6.08.11 10: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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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아주 특별한 우리가 뜬다 <5> 서귀포시교육지원청 양청원 주무관
지난 10일 서귀포시교육지원청에서 양청원 주무관을 만났다. ⓒ미디어제주

“사실 특성화고 하면 다들 가지고 있는 편견 있잖아요. 내신 낮은 애들만 간다, 가면 놀기만 한다, 그런 말들이요. 제 인터뷰가 그 생각을 깨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10일 서귀포시 교육지원청에서 만난 양청원 주무관(20·서귀포시교육지원청 재정시설지원과)은 조심스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섭씨 31도까지 올라간 무더운 날씨에 선풍기 하나 없는 휴게실에서도 인터뷰 내내 미소 띤 얼굴이었다. 아직 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외모와 달리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볍지 않은 무게가 실려 있었다.

양 주무관은 소위 말하는 특성화고등학교(이하 특성화고) 졸업생 중 ‘성공 케이스’이다. 올 초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지난해 11월 시설9급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중학생 시절 학교생활이 힘든데다 집안 사정까지 겹쳐 중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봤다. 공부에도 큰 관심이 없었고, 돈을 벌어 일찍 독립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정작 자신도 처음엔 공부 안 하고 취업을 빨리 시켜줄 것이라는 생각에 특성화고 입학을 결정했다. 하지만 실제 학교생활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이곳은 공부를 안 하는 곳이 아니라 ‘진짜’ 공부를 하는 곳이었다.

양 주무관은 특성화고의 가장 큰 매력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꼽았다. ⓒ미디어제주

“일반고는 수업 시간이 빡빡하게 짜여 있잖아요. 실제로 그 모든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될까요? 여기선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어요. 수업이 없는 방학에도 배우고 싶어서 학교 나오는 친구들까지 있는걸요.”

그가 졸업한 특성화고에선 모든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공부를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기술이나 기능을 더 배우고 싶으면 수업시간 외에 동아리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고, 수능시험 공부를 할 시간도 충분하다. 일반계 고등학교(이하 일반고)에선 전교생이 아침부터 밤까지 빽빽이 짜인 똑같은 수업시간을 강요당한다.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셈이다. 자율이 없으니 의지도 없다.

“일반고 친구들을 보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이 공부를 너무 하기 싫은데 무작정 시킨다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공부에 질리고 점점 공부가 끔찍해지죠. 결국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목적을 잃고 방황하게 되고요.”

공부가 정말 싫어서 특성화고를 선택했던 양 주무관은 오히려 이 학교에서 공부를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수업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다보니 절로 흥미 있는 분야를 찾았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 졸업 후 그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여유와 자율이 주어지지 않는 일반고에선 대부분의 학생들이 목적과 의지를 잃어간다.

“좋은 대학교 가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잖아요. 안 좋은 대학교 가면 안 좋고요.”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순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답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좋은’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좋은’ 직장을 가고, ‘좋은’ 집에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양 주무관은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들이 자신에겐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높은 연봉, 비싼 음식, 넓은 평수의 아파트는 행복과 전혀 관련 없다고 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수입이 적어도 상관없다.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깨달은 진실이었다.

양 주무관은 현재 서귀포시교육지원청 재정시설지원과에 근무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마지막으로 공부가 힘들다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공부가 죽도록 하기 싫을 때 어떻게 버텨냈냐고 묻는 친구들이 많아요. 전 한계를 깨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뭐든 좋습니다. 정말 못할 것 같은 일에 도전해서 그걸 이루고 나면 많은 것들이 쉬워져요. 저 역시 공부가 너무 싫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전 10시간동안 절만 했어요. 그랬더니 다음날부터 10시간동안 공부하는 것이 되더라고요. 그랬더니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10시간 공부하는 게 점점 쉬워지더라고요.”

고교 시절부터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는 양청원 주무관. 해외 대학원에 입학해 더 넓은 세상에서 전공 지식을 쌓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의 눈빛을 보니 곧 현실이 될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는 이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마땅히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견뎌낼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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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 2016-08-11 11:31:15
"인간의 정신이 앞을 향한 진전을 시작한 이후 어떤 이방인의 침입도, 어떤 압제자들의 동맹도, 어떤 편견도, 인간을 뒤로 돌아가게 만들 수는 없었다." - 뱅자맹 콩스탕

앞으로 나아가는 양청원씨의 앞날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