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프로그램화 ‘경계’…아이들이 주도해야”
“놀이의 프로그램화 ‘경계’…아이들이 주도해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8.10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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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시즌2] <놀이는 교육이다>
놀이에 주목한 사람들 ② 참교육학부모회 서울 동북부지회

‘아이들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해 교육청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단체까지 나서는 지역이 생겨나고 있다. 앞서 연재한 서울 도봉구 방학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와글와글 놀이터’에 이어 이번에는 해당 지역 학부모단체의 노력과 이를 큰 틀에서 지원하는 서울시의 정책을 들여다본다. 이들은 지난해 지역교육청들이 선포한 ‘어린이 놀이헌장’을 ‘학교단위의 공동 돌봄’ 내지는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 차원에서 보다 폭넓게 실현하고 있다.

▲ 놀이와 마을

다소 오래전 이야기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간디(1869~1948)는 저서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 이런 말을 적었다. ‘미래세계의 희망은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근대에서 현대로 나아가는 시기에 비폭력주의로 인도의 독립을 주도했던 간디는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빈부 차가 생기고 제국주의 열강이 끊임없는 전쟁으로 식민지를 넓혀가던 혼란의 시기를 살았다.

간디는 약육강식의 세계 질서 속에서 인도를 어떻게 생존하게 할 것인가 고민했다. 저서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이에 대한 그의 오랜 고민과 고뇌의 결과물이다.

간디는 사람들의 삶의 희망을 ‘마을’에서 찾았다.

농사, 육아 등 모든 정책의 시행과 안착의 단위를 마을로 보았다. 간디는 이러한 이상적인 마을을 ‘빌리지 스와라지’로 명명했고, 인도의 70만개의 마을이 판차라트의 지도(봉사)아래 물레를 돌리는 것은 인도의 스와라지 뿐 아니라 세계 평화 또한 이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단순한 선언적인 내용만이 아니었다. 마을이 산업 뿐 아니라 정치와 교육 등 각 분야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놀이’에 주목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이처럼 긴 문단을 할애해 간디 이야기를 적은 것은 최근 우리 주변에서 ‘공동체’를 구심점으로 놀이 분위기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또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공동체는 지리적으로 가까이 위치한 ‘마을’이 되기도 하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집단’의 모습일 때도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들이 지난해 ‘놀이헌장’을 발표하고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서울시가 지자체로서 구청과 손을 잡고 놀이교육 확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러한 경향속에서 지자체의 움직임을 학생·학부모들과 연결시켜주는 밑 작업의 한 축을 사단법인 참교육학부모회가 맡고 있다.

▲ 학교단위 공동 돌봄의 원조

참교육학부모회 가운데 활약상이 두드러지는 곳은 서울 동북부지회다. 앞선 연재에서 서울 도봉구 방학초등학교의 사례를 통해 소개한 ‘와글와글놀이터’도 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가 2008년 시작했다.

사단법인 참교육학부모회는 학부모들이 중심이 된 교육운동단체다.

본래 목적은 아이들이 놀 수 없는 대한민국의 경쟁적인 사회 구조를 조금씩 바꿔가자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구조 개선에 대한 노력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놀이 문화를 안겨주기 위한 구체적인 행보에 방점을 두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 ‘와글와글 놀이터’다. 학부모들이 스스로 ‘놀이터 이모’가 되어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치고 놀이 공간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활동을 하는 학교별 자조모임이다.

2008년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참교육학부모회 소속 학부모 김수현씨가 아이들에게 제기차기를 가르쳐주면서 출발했다.

김씨는 제기차기를 가르치다가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젖은 모래를 가지고 놀게 했고, 비 오는 날에는 놀이터에 텐트를 치면서 자연스레 ‘놀이터 이모’가 됐는데 참교육학부모회는 이 같은 움직임이 각 동네, 각 학교에서 삼삼오오 이뤄지면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 활동에 ‘와글와글 놀이터’라는 이름이 붙였다. 일종의 마을공동 아이돌봄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이 와글와글 놀이터가 언론과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는 서울시 도봉구와 노원구를 중심으로 11개 초등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와글와글 놀이터가 열리고 있다.

▲ 이들의 다른 점

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주도하는 놀이를 지향한다.

봉현경 사무국장은 “우리는 놀이가 프로그램화되는 것을 경계한다”며 “놀이의 핵심이면서 우리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의 방점은 아이들의 주도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당초 ‘놀이터 이모’(와글와글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학부모를 지칭하는 말)의 역할도 사실은 놀이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노는 그 시간을 지켜보도록 하는 개념이었다. 학교에서는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끼리 놀고 있으면 나가라고 하니 엄마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학교 대신 지켜주겠다는 의미였단다.

하지만 아이들이 생각보다 ‘놀이하는 법’을 모르고, 반면 엄마들은 예전에 (이를테면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고누치기 등의)놀이를 배웠던 세대이기 때문에 간간이 놀이 법을 알려주는 활동을 조심스레 병행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러한 동북부지회의 활동 방향은 아이들이 주가 된다는 점에서 놀이 강사를 양성해 각 학교에 파견하는 타 단체의 활동과 차이가 있다.

더불어 동북부지회는 어느 학교에 ‘놀이터 이모’ 몇 명이 모아진다는 소식이 들리면 놀이 전문가를 보내 학부모들에게 간단한 교육을 시행하고, 앞으로 어떻게 놀이터를 꾸릴 것인가 방향을 상의하게 한다. 또, 자발적으로 ‘놀이터 이모’가 된 엄마들을 격려하기 위해 교육 연수 후 임의의 수료증을 발급하고, 전래놀이판 모양을 파일로 배부하는 등의 소소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 모험놀이터에도 힘 보태기

최근 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가 심혈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사업이 있다. 바로 ‘모험놀이터’ 만들기다.

7월 27일 열린 모험놀이터 워크숍 사진.
7월 27일 열린 모험놀이터 워크숍 사진.

서울시와 도봉구가 서울시 ‘제1호 모험놀이터’를 준비하는데, 동북부지회가 주민과 아이들의 의견을 모아 디자인에 반영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앞서 다섯 차례 학부모와 주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했고, 최근에는 이미 제안된 내용을 토대로 놀이터 미니어처를 만드는 시간도 가졌다.

봉현경 사무국장은 “순천시가 제1호 기적의 놀이터를 만들면서 인근 초등학생들의 감리를 받은 사례가 있다”며 “놀이터는 이용자인 어린이와 주민들의 의견이 중요하기에 번거롭더라도 이들의 의견을 열심히 수합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전 작업을 바탕으로 오는 10일 서울도봉구 초운산 공원에서는 주민들이 놀이터 예정부지에서 설계사가 작성한 설계도면을 보며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됐는지의 여부를 살피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모험놀이터는 업자들이 만든 기구가 중심인 주변의 흔한 놀이터보다 다소 위험하지만 아이들이 다양한 자연물에서 스스로 무엇을 할 지 계획한다는 점에서 더 창의적이고 재미있다.

이외에도 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는 전문가를 초청한 놀이 주제 특강과 아이들의 놀이 활동을 담은 비정기 신문 발행 등을 통해 놀이가 갖는 교육의 힘을 많은 학부모들과 공유해나가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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