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친환경, 그리고 즐거움이 있는 곳 '
'친환경, 그리고 즐거움이 있는 곳 '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6.12.02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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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특별기회-주민자치센터 현장탐방](27) 서귀포시 영천동주민자치센터
'혼신의 힘'으로 '껍질째 먹는 감귤' 무농약 인증 획득

최근 들어 제주도내 각 마을들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구책 마련에 부쩍 열중하는 모습이다.

지속되는 경제난과 1차산업이 주를 이루는 제주에서 시장개방화 등의 환경 변화는 제주도민의 생활과 여유의 시간을 점점 좁혀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지 '살 길' 찾는데 지체할 시간이 없다.

46.5㎢ 면적에 1899가구 5020명이 거주하고 있는 서귀포시 중심의 동쪽 마을 영천동.

북쪽으로 한라산 백록담이, 남쪽으로는 정방폭포 동쪽 거문여 해안이 위치한 서귀포시 영천동은 마을 전체가 오름과 하천, 해안 빌레다.

특히 영천동은 감귤주산지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감귤의 협상품목 제외여부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영천동은 두려워 주저하지만은 않는다. 물론 미국 오렌지가 밀려 들어왔을 경우에 대해 긴장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준비해 온 것이 있다.

지난 1998년부터 유기농 감귤을 생산하는데 주력해온 오홍부 영천동주민자치위원장을 중심으로 22명의 주민자치위원들이 똘똘 뭉쳐 운영하고 있는 친환경 감귤원.

영천동 주민자치센터의 캐치프레이즈도 '친환경 그리고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영천동사무소에서 만났던 오홍부 위원장은 감귤을 '쫘악~ 쫘악' 4등분해서 하나씩 껍질째 입에 넣으며 똑같이 해보라고 권했다.

"제가 직접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감귤이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먹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오 위원장은 또 "영천동 전체의 84%가 감귤농사를 짓고 있다"면서 "감귤산업이 망한다는 것은 곧 영천동이 망한다는 것과 진배없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친환경 감귤원'이란다.

오 위원장은 "그 전부터 누누이 강조돼 왔겠지만 이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감귤을 재배해서는 경쟁력이 없고 오로지 '차별'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친환경 농산물 웰빙 수요가 증대되고 있고 FTA 등 시장개방에 따른 1차 산업 위기의 도래라는 것이 위협요인으로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천동주민자치위원회는 영천동사무소와 협력해 친환경 감귤원 운영을 위한 타당성과 여건분석을 실시했다. 그때가 2004년이었다.

특히 영천동은 감귤주산지라는 점 감귤에 대한 주민의 애착이 강한 곳이다.

이에반해 친환경 농업 경험이 적은 점과 감귤농업규모가 적은 소농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약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민들이 농업방향을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에 영천동주민자치위원회는 희망을 걸었다.

그리고 2005년 2월 토평마을회관에서 주민자치위원, 독농가 등이 참가한 가운데 환경농법 전문가로부터 EM교육을 일주일간 실시하고 이어 7월에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직원을 초청, 품질인증 방법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 한 번의 좌절은 용기와 미래의 비전으로...

또한 영천동사무소 북쪽 1500평을 임대해 친환경 농법을 이용해 감자와 배추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이 '친환경'이나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기 때문 자라나는 채소와 야채들이 속속이 진딧물 등 벌레에 못이겨 남아나는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익숙한 농사법이 친환경 농사와는 천지차별이라는 점은 느끼는 순간이었고 친환경 농사가 어렵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칠전팔기'라는 말이 있든 영천동주민자치위원회는 실패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들어서는 친환경 감귤원 운영에 나섰다.

올 2월 서귀포오일시장 남쪽 감귤원 5240㎡를 임대해 칠십리 비료 등 친환경 퇴비와 시비, 기계유와 석회보르도액 등만 살포하고 잡초와의 경합에서 우위를 점유할 수 있는 초종을 파종해서 잡초발생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유기물 공급으로 작물성장에 도움을 주게하는 농법으로 초생재배를 위해 감귤원 풀베기 등을 실시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친환경 감귤 첫 수확이 이뤄졌고 11월 7일 국립농산물 제주지원으로부터 무농약 인증을 획득했다.

좌절에 굴하지 않는 의지가 희망이 된 기쁨을 맛보는 순간이었고 그 희망이 다시 영천동의 '비전'으로 전환될 때였다.

그 이후부터 영천동주민자치위원회는 친환경 농업 자재 제조기를 구입해 농약 대용인 친환경 병충해 방재 자재를 생산해 필요로 하는 지역 농가에 무상 공급하기 시작했다. 영천동 감귤농가 100% '친환경 농업'을 목표로...

이번 12월 달에는 감귤을 본격적으로 수확해 판매할 예정이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벌써부터 주문을 해 오는 곳이 있다면서 오홍부 위원장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영천동주민자치위원회는 올 친환경 감귤원 운영으로 500만원의 소득을 예상하고 있고 2007년과 2008년은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벌어 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영천동표 감귤 통째 주스' 탄생 기대

이 판매금액은 자치마을을 만들어가는 '종자돈'으로 활용할 예정이란다.

장기적으로 영천동 감귤농가가 이용할 수 이는 감귤주스원료 공장을 마련해 주스원료 생산, 주스공장 남품이 이들의 또다른 '목표'며 '희망'이다.

귤 껍질은 비타민 C의 저장고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피로회복이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콜레스테롤을 씻어내는데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감귤 알맹이만 이용한 주스보다 더 질좋은 주스가 될 수도 있는 것.

더욱이 영천동에서 생산된 감귤은 친환경농법으로 생산된 감귤이라 껍질째 주스를 만들어도 인체에 전혀 무해할 뿐 아니라 오히려 건강에 더 좋다는 장점이 이다.

# 지역주민과 학생들에게 열린 '친환경 우영밭' 인기

영천동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하는 프포그램 중 또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마을주민과 토평초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운영하는 친환경 체험농장, '우영밭'.

영천동주민자치위원회는 제주인들의 마음의 고향인 우영을 조성해 토평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과 지역주민, 지역아이들에게 자연학습 체험의 장을 제공해 친환경 농업을 배우는 지역공동체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토평초등학교 학생들은 이 '우영밭'에서 딴 상추며 배추, 고추 등을 학교 급식시간에 즐겨 먹으며 농사의 보람을 느끼는 소중한 배움을 교실 밖에서 해내고 있는 것이다.

# 주요 프로그램 운영현황

# 2004년 국제박람회서 문화여가부문 '전국 1위'

영천동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도입시기인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동안 14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서예, 어탁, 에어로빅, 차문화, 염색, 한라봉 기술, 음악살롱, 크리스탈 공예, 배드민턴, 한지공예 등 그 가지 수만 나열하는데도 시간이 걸리 정도다.

그래서 2004년 주민자치센터 국제박람회에서 문화여가부문 전국 1위를 차지하기 했다.

이외에도 영천동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2003년에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부흥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상호 벤치마킹과 제주의 문화와 특산물을 홍보해 나가는 등 주민자치센터 운영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영천동주민자치센터는 지난 2001년 개소한 이래 5년 10개월 동안 주민자치위원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지역주민과 머리를 맞댄 고민 속에서 운영을 해 왔다.

어탁과 에어로빅, 한지공예를 비롯한 문화프로그램은 국제박람회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는 전국 최고의 자치센터로 평가받았다.

# 친환경 농가간 네트워크 형성은 개방화 시장 '돌파구'

또한 친환경 기술보급과 친환경 농가간 네트워크 형성은 미래의 세계 개방시장에서의 돌파구로서 친환경 사업 여건 조성의 씨앗이 되고 있다.

특히 현재 친환경 감귤원 운영은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매뉴얼 구성을 어렵지만 2009년이 되면 실패와 성공경험이 고스란히 정리돼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친환경 감귤농사의 튼실한 기본 자료가 될 것으로 주민자치센터는 기대하고 있다.

# 친환경 감귤 생산 확대 위해 자재생산 기반 조성 과제

하지만 친환경 사업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나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주민에게 친환경 교육을 비롯해 친환경 생산품에 대한 체계적인 유통, 친환경 자재생산을 위한 기반 시설, 친환경 생산품 가공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다.

오홍부 위원장은 "주민자치위원회는 이제 지역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나서야 할 때"라면서 "하지만 2년, 4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적당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영천동 같은 경우는 친환경 농법을 주안점으로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농사는 1~2년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관성 있게 계획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들을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지역주민으로서 임기가 끝난 뒤에도 묵묵히 친환경 농법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취재/사진 한애리 기자>

#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주민자치센터의 역할이 막중해졌는데 주민자치위원장으로서의 생각은?

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라 주민자치위원회가 법정단체로 한단계 승격되면서 주민자치를 위하여 일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은 조성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민자치센터는 말 그대로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활동'이 되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운영을 어떻게 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점은?

주민의 복지증진과 지역공동체 형성을 촉진하기 위한 주민자치센터는 자발적이고 봉사정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발적 참여보다는 행정기관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프로그램 개발에서 운영 그리고 운영자금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자체적인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본다.

# 다른 주민자치센터에 비해 잘 된다고 자랑하고 싶은 내용은?

친환경 감귤원 운영은 친환경 사업의 모태 및 소득프로그램으로서 전국최초의 사업이다.

다른 자치센터가 손쉬운 문화프로그램을 위주로 하는데 비하여 우리자치센터는 타 자치센터와 차별화하여 친환경 감귤원을 운영하고 있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지만 프로그램 종료 후 수강자를 활용하고 환하는 기능이 없었다.

이는 프로그램 선정시 문제점과 시스템상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 영천동 주민자치위원회 명단

# 동장이 바라본 영천동 주민자치센터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주민자치센터가 어떠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느냐의 역량은 그 구성원의 자질과 예산이 뒷받침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요건중 하나인 구성원면에 있어서 어느 주민자치센터보다 자발적이고 우수한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프로그램내용면에서도 자치마을 만들기 사업이 일환인 친환경 감귤원 운영과 친환경 체험농장인 '우영'을 운영하고 있는데 주민자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타 자치센터와 차별화되어 있다.

# 반면 영천동 주민자치센터의 단점은?

자치센터 시설이 열악하고 아직까지는 행정에 많은 부문을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스템상 문제점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예산 및 인력면에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또한 자원봉사자 관리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아 프로그램 운영시마다 강사를 별도로 섭외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

이와함께 문화프로그램인 경우 소외계층이나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없어 다양한 계층을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다.

#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조언 한 마디.

주민자치센터 위원구성에 있어 보다 자발적이고 다양한 계층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행정적인 노력과 주민의식이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친환경 감귤원 프로그램은 상호 친환경 농업 정보를 교류하는 공간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 요구를 실현해나간다는 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퍼즐을 완성해 가듯이 서로의 지혜를 모아 하나 하나씩 실천해 간다면 주민자치센터가 지역사회의 진정한 중심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특별기획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귀포시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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