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들 “원도심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행정이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해야”
“병원이 문을 닫은 지 3개월이 지나면서 주변 상인들이 죽을 맛이에요. 벌써 문 닫은 데도 많고…”
제주시 원도심 지역의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던 E-중앙병원이 지난 5월부터 폐업에 들어간 뒤로 인근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까운 곳에 있던 종합병원이 운영을 중단하게 되면서 응급 상황에도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 불편과 불안감이 크다.
여기에다 200여개 병상 규모에 200여명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하루 400여명 가량의 외래 진료환자들까지 포함하면 많게는 하루 1000명이 드나들던 건물이 빈 공간으로 방치되면서 인근 상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29일 오후 만난 인근 편의점 주인 김모씨(48)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40% 가량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음료 박스를 사들고 가거나 간식거리 등 구매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5년째 이 동네에서 살고 있다는 정모씨(62‧여)는 “식당에서부터 미장원, 뭐 이 동네에선 이제 할 게 없다”면서 사라봉 오거리부터 동문로터리까지 상가들 뿐만 아니라 동문시장에도 영향이 미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장기간 병원 건물과 인근 주차장이 빈 공간으로 방치되면서 이 일대가 자칫 우범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주민들의 하소연과 원망을 들으면서도 E-중앙병원이 운영을 중단하게 된 이유는 뭘까.
당초 이 병원을 요양병원으로 전환시키려고 했지만 도시계획조례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병원 부지는 일반미관지구에 준주거지역,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다른 용도로 개발하는 데도 많은 제약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주민은 <미디어제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조례상 제약 조건 때문에 요양병원 전환이 안된다면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큰 건물을 방치해놓으면서 무슨 원도심 활성화 대책을 한다고 할 수 있느냐”면서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병원측은 해당 부지에 주상복합용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고도를 완화시켜 주거나, 고도관리계획상 고도 완화가 불가능하다면 이 일대를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