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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밥퍼 학부모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도우미”
“놀이밥퍼 학부모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도우미”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7.19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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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시즌2] <놀이는 교육이다>
7. 시도 교육청의 움직임 <2>전북교육청의 ‘놀이밥 60+ 프로젝트’

“60분이상 놀게하자” 교육감 공약 프로젝트 지난해 시작

첫 해 시범실시 이어 올해 초교 절반에서 놀이시간 확보

관심있는 학부모들 놀이 직접 가르치며 공감대 전파

앞서 살펴본 대전시교육청이 2015년부터 모든 초등학교에 의무적으로 하루 50분이상 놀이시간을 필수적으로 보장하는 ‘놀이통합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면, 전라북도교육청은 60분 이상을 놀게 하는 ‘놀이밥 6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북의 놀이교육 정책

전라북도는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을 선출한 전국 13개 지역 중 한 곳이다. 김승환 교육감(63)은 2010년에 이어 재임하고 있다.

2015년 5월 4일, 17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어린이에게는 놀 권리가 있다’를 제1항으로 하는 ‘어린이 놀이헌장’을 발표한 이후 교육현장에 바지런히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지역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전북도교육청은 2014년 12월 ‘놀이밥 60+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했다.

성장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놀이를 통해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또래집단 간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자는 프로젝트다.

2015년 시행 첫 해에는 쉬는 시간을 합치고 점심시간을 늘려 초등학교에 60분이상 놀이시간을 확보하는 정책을 20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실시했다.

또,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에 전통놀이를 배우는 ‘놀이과정’을 개설, 관내 422개 초등학교 중 233개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철갑을 두른 듯’ 보수적인 단위 학교들이 ‘놀이’라는 새로운 철학에 서서히 공감, 학교 일상에 변화를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젝트의 핵심, 학부모

2015년 물리적인 놀이시간을 확보한 전북도교육청은, 2016년 학부모를 놀이교육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 사업 초기 14개 지역 학부모와 주민을 대상으로 ‘놀이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 교육을 실시한데 이어, 뜻을 같이 하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지난 5~6월 놀이 심화교육반을 운영, 이수자를 중심으로 지난 6월 23일 학부모 자원활동가 ‘놀이밥퍼’ 발대식을 개최했다.

놀이밥퍼 발대식에 앞서 심화교육을 받고 있는 학부모들.

이날 ‘놀이밥퍼’가 된 학부모는 모두 60여명이다. 앞서 심화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의 종류와 방법, 아이들에게 놀이를 전수할 때 유의점 등을 교육받았다. 앞으로 놀이를 돕는 ‘헬퍼’로서 각 학교에 전문 자원봉사자의 자격으로 도움을 주게 된다.

전북도교육청은 이러한 취지를 담아 ‘놀이밥’과 ‘퍼주다’의 합성어 ‘놀이밥퍼’로 이들을 명명하고 있다.

▲놀이를 도와주는 사람

전북도교육청은 왜, 그 깐깐하다는 학부모들을 자주 만나고 굳이 학교현장에 보내려 할까.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들의 힘은 위대하기 때문이다.

첫째,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교육당국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갖는 비중은 크다. 둘째, 아이들에게 자유를 준다는 ‘놀이교육’의 핵심을 공직자인 교사보단 학부모들이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놀이’는 스스로 하는 재미있고 창조적인 활동이다. 지시와 훈화에 익숙한 교사보다는 친구처럼 언니처럼 함께 놀아주는 ‘엄마’나 ‘이모’가 제격이다.

잠시 곁길로 들어서자면, 놀이를 도와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앞서 일본의 ‘모험놀이터’를 소개하며 언급한 바 있다.

1970년대에 생겨난 일본의 모험놀이터 ‘플레이파크’는 주민이 운영을 맡고 ‘플레이 리더’라는 사람이 아이들의 놀이를 돕는 시스템이다.

‘플레이 리더’는 이를 테면 불을 피우고 구덩이를 파고 나무에 오르고 기지를 만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큰 위험에 처하지 않고 그 일을 완수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알고 있는 안전수칙이나 기술 따위를 공유하는 역할인데,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유럽에서는 엄연한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을 만큼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특히 아이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려는 일본 모험놀이터에서는 주민이 놀이터 운영을 맡기도 하는데 이는 행정이 운영할 경우 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을 면하기 위해 자유로운 놀이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놀이현장에 공무원인 교사보다, 교육받은 학부모를 배치하려는 전북도교육청의 취지에는 이 같은 ‘사소한’ 세상의 이치도 조금은 반영된 것이 아닐까.

놀이밥퍼 발대식에 참가한 이들.

이와 함께 학부모들은 한명한명이 자녀를 가진 엄마이자 그런 엄마들을 친구로 둔 시민인 만큼 ‘놀이’ 철학의 전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도 전북도교육청이 학부모들과 함께하려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프로젝트의 또 다른 핵심, 공간

더불어 전북도교육청은 2016 놀이밥 60+ 프로젝트의 하나로 ‘놀잇길 만들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다. 학교 내 유휴공간에 놀이 소재를 만들어 아이들이 학교 어디에서나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일선학교에서 원할 경우 학부모 자원가를 활용해 도안 그리기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고정된 도안이 행여 아이들에게 정해진 놀이만을 암묵적으로 강요할까 걱정이 되지만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조심스레 추진하고 있다.

▲놀이밥 프로젝트는 돛달고 순항 중

7월 현재 전북지역에서는 전체 학교의 10%에 해당하는 41개 희망 초등학교가 ‘놀이밥 60+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침시간(9시 이전)과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하루 60분 이상 학교별로 자율적인 놀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학교에는 학교 규모에 따라 300만원 내외의 예산이 지원된다.

이와 별개로 전체 초등학교의 절반에 가까운 210개교는 하루 20~30분 중간놀이 시간을 갖고 있다. 또 233개 초등학교는 방과후 및 돌봄교실 수업 과정에 전통놀이 등 다양한 놀이과정을 개설했다.

교사들의 경우 전북 김제의 금구초중학교(교장 김판용)가 학교놀이 연구를 위한 교사동아리를 시범적으로 만들어 운영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전북도교육청은 올해 학교장과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놀이의 중요성과 놀이방법을 알리는 연수를 실시하고, 아울러 전북도 14개 지역 학부모와 주민을 대상으로도 관련 놀이 이해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박인숙 장학사는 “놀이라는 새로운 정책이 교사들에게 또 다른 업무가 될까, 아이들에게 놀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추진하는데 조심스럽다”면서도 “놀이의 가치에 확고한 교육적 철학을 갖고 열정적으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학사는 이어 “놀이교육을 일선학교들이 받아들이는 ‘속도’에 욕심은 내지 않고 있지만, 학교장과 교사를 대상으로 관련 인식을 넓히는 작업은 계속 해나갈 예정이며 특히 아이들의 놀이가 학교 밖에서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2017학년도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놀이의 역할과 가치를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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