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4:21 (금)
“과락점수 40점이면 필기전형은 뭐하러 보나요”
“과락점수 40점이면 필기전형은 뭐하러 보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7.05 15: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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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테크노파크의 이상한 인사] <3> 해명자료의 문제점
필기 ‘있으나마나’ 절차 불과…점수 낮아도 면접에서 “역전”

갑자기 제주테크노파크가 욕을 먹고 있다.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욕을 먹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향해 이 글을 쓰고 있지는 않다. 제주의 기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제주테크노파크 직원들을 보면 오히려 이 글이 그들에겐 아픔이라는 사실이 다소 안타깝다.

하지만 문제는 문제인 것이다. 어제(4일) 제주테크노파크 인사에 대한 두 번째 기획보도를 쓰자 제주테크노파크 측에서 해명자료를 내겠다고 해왔다. 그러라고 했다. 반박 보도문 게재는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기도 하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2장 분량의 자료를 보내왔다. 읽어본 결과 기자의 잘못도 드러났다. 허구반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기사를 쓴 점이다. 허구반응은 50점 이상일 때 ‘적격’이 아니라 점수가 낮을수록 좋은데 기자는 그걸 놓치고 말았다. 기자는 허구반응 역시 높은 게 좋을 줄 알고 필기시험 합격자를 매겼다. 이 점을 지적한 제주테크노파크에 고마움을 전한다.

그래서 수정할 일이 생겼다. 기자가 지난 4일 기사를 쓰면서 허구반응 50점 이상을 ‘적격’으로 판단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적격’을 받은 이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오늘(5일)은 이를 고치려고 다시 평가자료를 들여다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필기시험의 적격자가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아래의 <그림1>을 보면서 설명하겠다. 허구반응 50점 이하를 ‘적격’으로 수정한 결과 필기시험을 통과할 수준이 되는 이들은 모두 6명으로 드러났다. 하늘색 형광펜이 모든 항목에서 ‘적격’ 판단을 받은 이들이다. 반대로 붉은색 동그라미는 ‘부적격’ 판단을 받은 이들로, 모두 면접전형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이 사라진다.

<그림1> 올해 1월 치러진 제주테크노파크의 정규직 채용 2차 필기전형 결과. 파란색 형광펜이 모든 항목에서 '적격'을 받은 이들이다. 붉은색 동그라미는 부적격이다. 부적격은 면접에 오를 수 없지만, 제주테크노파크는 과락점수를 40점으로 낮춤으로써 이들을 모두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예전 같으면 탈락한 이들이 적격 대상이 돼 면접을 보고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일이 벌어졌다. 붉은색 별표는 최종 합격자다. 예전 같으면 부적격으로 떨어질 이들이 대거 합격했다. ©미디어제주

6명이 그대로 면접전형에 올랐다면 아무런 문제는 없었을 게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 아래의 <그림2>에서처럼 제주테크노파크의 해명자료엔 “많은 인재들이 면접의 기회를 갖도록 필기전형 과락기준을 40점으로 하향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림2> 제주테크노파크가 <미디어제주> 보도에 해명을 해온 글. 과락기준을 40점으로 낮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테크노파크가 점수를 하향 조정함으로써 부적격 판단을 받은 이들은 모두 ‘적격’으로 변했다. 덕분에 지난 1월 필기전형을 치른 15명 모두 과락기준 40점을 통과할 수 있었다.

맨 위의 <그림1>을 다시보자. 붉은 색 별표시가 합격자 명단이다. 과락기준 60점이었더라면 정규직 채용을 기대할 수 있었던 3명(파란색 형광펜 표시)은 떨어지고, 붉은 색 동그라미가 가득한 이들이 과락기준 40점 하향 덕분에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제주테크노파크는 해명자료에서 지난 2014년 9월 공채부터 필기전형을 두차례 도입했으나 탈락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유능한 인재를 뽑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건 인재를 채용할 때 당연히 거치는 것 아닌가. 유능한 인재를 뽑으려면 걸러내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제주테크노파크는 탈락자가 많아서 필기전형의 과락기준을 낮췄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이번에만 이런 시험을 치른 건 아니다. 지난해말 치러진 정규직 공개경쟁 채용도 걸러내는 장치가 있었다. 아래 <그림3>이 지난해 12월 5일 치러진 필기시험 결과이다. 맨 위에 붉은색 별표시가 있는 6명이 필기시험 ‘적격’을 받은 이들이다. 나머지 24명은 면접전형에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이 사라졌다. 그런데 6명이 모두 면접을 통과한 건 아니다. 6명 가운데 4명만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그림3> 지난해 12월 치러진 제주테크노파크 2차 필기전형. 이때는 6명이 필기전형 '적격' 판단을 받았으며, 4명이 최종 채용됐다. 그런데 올해 시험에서는 과락점수를 낮춤으로써 지난해 부적격인 이들이 올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미디어제주

지난해 12월 치러진 필기시험 과락기준을 60점에서 40점으로 내릴 경우엔 전형 통과자가 많아진다. <그림3>의 붉은 색 동그라미는 과락기준 40점일 때 ‘부적격’ 대상을 표시했다. 30명 가운데 9명만 탈락하고, 나머지는 면접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올해 1월 시험은 이렇게 적용했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필기전형이 아닌, 면접전형 강화로 덕을 본 이들이 많다. 지난해 ‘부적격’ 판단을 받은 이들 가운데는 올해 과락기준 40점 하향 덕분에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혜택을 받은 이들이 포함돼 있다. 심지어는 지난해 40점에도 미치지 못했던 2명도 과락점수를 내린 혜택을 받아 당당히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때문에 제주테크노파크의 해명은 뭔가 명쾌하지 않다. 누군가를 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 40점으로 과락기준을 내린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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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발광 2016-07-05 16:01:44
공적인 기관의 채용 기준이 외부 기관 용역까지 동원하는 필기 시험은 겉치례고 면접은 절대적이라면 선한 백성은 시험보지도 말란 얘기 아닌가
진짜 속이 터지네 누가 이 인간들 처리 좀 해줘요

가만히 있는게 2016-07-05 15:50:36
점점 더 깊어만 가는 불신을 만들고 있네요 ㅠㅠ 아이구 가만 있으면 2등이라도 하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