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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 참석 미달됐다고 현장포럼 강의 취소라니요?”
“40명 참석 미달됐다고 현장포럼 강의 취소라니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6.27 08:1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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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현장포럼 진단] ① 마을만들기 사업 신청 취소한 한경면 판포리 사연

지난 2013년부터 4년째 진행되고 있는 ‘색깔있는 마을 만들기’ 농촌 현장포럼이 실제 마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되도록 많은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는 위탁 기관과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일부 주민들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이끌어가려는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급기야 당초 이 사업을 신청했던 한경면 판포리가 현장포럼 1회차 강의가 무산된 바로 다음날 제주시에 사업 신청을 취소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지난 6월 16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현장포럼 1회차 강의가 수강 인원 40명 기준을 채우지 못해 무산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사업 신청을 취소한 것이다.

사업신청 취소 공문에서 판포리는 “포럼에 40명 이상을 참석시킬 능력도 없을뿐더러 포럼에 40명 이상 참석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바쁜 일정에도 마을을 위한 애정을 보여주신 판포리민, 특히 어르신들께 제주특별자치도 농촌활성화지원센터장의 사과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색깔있는 마을 만들기’ 농촌 현장포럼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는 제주대 산학협력단 부설 제주도 농촌경제활성화지원센터 홈페이지.

현장포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고종범 판포리장은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사전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부터 40명이 안되면 강의를 안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설마 했다”면서 “30명 정도 인원이면 하지 않을까 했는데 한시간 30분이 지나도록 강의가 시작되지 않아 결국 제가 주민들에게 강의를 못하게 됐다고 하고 해산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자체적으로 주민역량 강화 교육을 22시간 진행한 바 있다”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준비를 해왔는데 실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정해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마을 만들기 등 공모사업 참여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 때문에 올해 신청했다가 첫날 수강인원 부족으로 강의를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현장포럼이 무산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사업 효과를 높이려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실제 마을에서는 30명 이상 모이기가 힘들다”며 “억지로 사람들을 동원해서 앉아 있으면 뭐하나. 굳이 사람들을 동원하는 식으로 현장포럼을 할 필요가 있느냐. 열정적인 열 사람만 있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농촌현장포럼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는 제주대 산학협력단 산하 ‘제주도 농촌활성화지원센터’의 입장은 달랐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고성보 교수는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 예전에 마을 이장이나 개발위원장 등이 독단적으로 마을 사업을 진행하거나 인맥을 통해 사업을 따와서 필요없는 건물만 짓는 등 주민들과 갈등의 소지가 있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지난해부터 농식품부가 현장포럼을 진행하지 않으면 사업 신청 자격을 부여하지 않기로 조건을 부여한 점을 들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하기 위해 전체 주민 수의 10% 이상은 참석해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나름대로 판단해 40명 정도 기준을 세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마을 규모가 큰 제주의 경우 주민 참여 비율이 적다는 점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 등을 들기도 했다.

제주시 마을만들기팀 관계자도 “많은 주민들이 모여 의견을 모으고 마을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40명 이상 참석 기준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참석 인원 문제 때문에 되도록 야간 시간대 운영을 장려하고 있는데 이번 현장포럼 시간 조정은 센터와 마을이 조율해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마을만들기 현장 활동가들은 농촌활성화지원센터가 정해진 틀을 가지고 현장포럼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6년째 선흘리 주민들과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는 “외부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사업을 지원할 때는 절대 미리 만든 규정을 갖고 가서는 안된다”며 “지원센터나 전문가, 교수들도 지역 주민들이 처한 상황과 어떻게 하면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서 그 상황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 현장에서 사업을 고민하고 있는 주민들과 농촌현장포럼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 농촌활성화지원센터 사이에 소통과 대화 단절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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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황당한교수가 ㅠㅠ 2016-06-27 23:03:58
이 황당한 교수가 왜 그 일을 맡았는지 웃기네요~~
농촌의 실정을 전혀 모르고 있구만ㅠㅠ

권력이기가막혀 2016-06-27 20:09:20
윗대가리들이야 권력을 부리든가 말든가 민초들은 신경안쓰지만
중간지원기관이 권력을 부리는게 말이 됩니까?
중간지원기관이 왜 있는겁니까?
마을만들기를 돕기 위해 있는거 아닙니까?
그럼 마을을 위해야지 왜 이래라저래라 권력을 휘두릅니까?
더군다나 제주대학교에서 이래도 됩니까?

누구를 위해서 2016-06-27 11:27:25
숫자가 중요한게 아니라 사업의 목적과 진정성이 중요하죠
마을만들기 사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