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지구방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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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기확
  • 승인 2016.06.13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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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124>

  인디밴드 가을방학의 노래, 『취미는 사랑』이란 노래가사.

  ‘미소가 어울리는 그녀 취미는 사랑이라 하네
   얼마나 예뻐 보이는지 그냥 사람 표정인데
   몇 잔의 커피 값을 아껴 지구 반대편에 보내는
   그 맘이 내 못난 맘에 못내 맘에 걸려
   또 그만 들여다보게 돼’

 몇 잔의 커피 값을 아껴 지구 왼편에 보내고 있다. 방글라데시에 사는 디파 카툰이라는 여자아이의 학비를 보태고 있다. 결혼 초기부터 도와줬으니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가끔 술값으로 큰돈을 지불할 때가 있는데, 이 친구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보통은 과도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의미로 서로 돕고 있는 것이다.
 
 수년전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으로 유명한 한비야의 인터뷰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기자가 물었다.

 “우리나라에도 소수지만 굶어죽는 사람이 있고,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을 도와도 부족한데, 왜 굳이 해외에까지 나가서 다른 이들을 돕나요?”

 한비야의 대답이 걸작이다.

 “6․25 전쟁 때 우리나라는 헐벗고 굶주렸습니다. 그 때 많은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도와주었습니다. 왜 그들은 그들의 나라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았을까요? 그 나라들의 국민들은 다 배부르고 했을까요?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연휴 며칠간 가족들과 『X-men』이라는 헐리우드 영웅 시리즈물 영화를 섭렵하고 있다. 몇 명이 지구를 구하는 내용이다. 그러고 보니 미국은 영웅들이 참 많다. 아이언맨을 필두로 한 어벤저스, 울버린을 필두로 한 X-men 등등.
 하지만 영화는 영화다. 현실은 소소한 도움의 결합을 통해 지구의 위기를 차근차근 극복하고 있다.
 그럼 나는 지구방위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재주가 있다는 것은 보통은 피곤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행복하다.
 글 쓰는 재주가 있어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의 격월간 잡지 『아이누리』에 글을 올리고 있다. 원고료는 기부하는데 퍽이나 기분이 좋은 일이다. 다른 이들이 내 글을 읽으며 잠시나마 세상의 날씨가 ‘오늘 하루는 맑음’으로 느낀다면 좋겠다.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의 주인공 파이가 고독과 굶주림, 무료함의 망망대해에 조난되었을 때의 소원을 들어 보자.

 “내 가장 큰 바람은, 구조보다도 더 큰 바람은 책을 한 권 갖는 것이었다. 절대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담긴 책. 읽고 또 읽어도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모르던 것을 읽을 수 있는 책.”

 파이가 바랐던 그런 책을 쓰고 싶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평생 숨 쉬며 꾸준히 세상에 기여하는 그런 책을 쓰고 싶다. 여러 번 읽어 너덜너덜하더라도 다시금 책장에서 빼서 읽게 만드는 그런 책을 쓰고 싶다.

 기부에도 품격이 있다. 지구방위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
 한 편의 글로 하루를 채우는 일. 한 권의 책으로 사람을 채우는 일. 사소한 도움으로 세상을 조금 예쁘게 가꾸는 일.
 나는 이렇게 지구를 지킨다. 그리고 지키고 싶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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