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3:40 (금)
“해줄 거면 쿨하게 할 것이지, 왜 바짓가랑이를 잡나”
“해줄 거면 쿨하게 할 것이지, 왜 바짓가랑이를 잡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6.08 15: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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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애월고 예술중점학교 반영 예산을 보면서
제주도교육청이 고교체제 개편의 하나로 추진하려는 예술중점학교 사업비가 상임위원회에서 삭감됐다가 일부만 부활됐다.

예술중점학교가 뜨겁다. 예술중점학교로 지정된 곳은 함덕고와 애월고다. 함덕고는 음악을 중점적으로, 애월고는 미술을 중점적으로 다루게 된다.

예술중점학교는 예술에 끼가 있는 학생들을 한곳에 모으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한 건 아니다. 그 출발점은 고교체제 개편에 있다.

제주도인 경우 일반고에 들어가려는 경쟁이 다른 지역보다 심하다. 단순히 심한 정도가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심각’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더 맞을 수도 있다.

일반고로 들어가려는 심각할 정도의 경쟁은 중학교의 학교 선택에도 문제를 던지고 있다. 외곽 지역의 학교보다는 일부 인기 있는 제주시내 동지역 중학교로 학생들을 몰려들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모든 중학생들이 일반고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제주시 동지역 60%의 학생이 일반고를 선택해서 갈 수 있다. 나머지는 제주시내에 있는 특성화 고교를 선택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읍면 지역의 일반고로 발길을 옮겨야 한다.

제주도내 고교체제 개편 문제는 이런 일반고 입시 과열을 좀 더 완화시켜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성화 고교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읍면 지역 학교도 일반고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가고 싶은, 즉 선택할 수 있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예술중점학교는 그런 구상의 표현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예술중점학교를 추진하면서 학교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려 했으나 이를 바라본 교육주체들은 그러길 원하지 않았다. 2곳 학교의 학부모, 교사, 운영위원, 동문들이 원한 건 예술중점학교에 맞는 시설 확보였다. 그만큼 교육주체들은 예술중점학교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는 이야기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들의 요구를 수용, 이번 제1회 추경에 52억6500만원의 전공교과시설구축 예산을 반영했다. 결과는 함덕고는 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애월고는 그러질 못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애월고에 투입될 예산 23억7200만원을 삭감했다.

교육위원회에서 삭감된 예산은 예결위원회에서 논란을 가중시켰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삭감된 애월고 예산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그러나 삭감된 23억7200만원 부활은 요원했다.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을 부활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복된 예산은 23억7200만원 가운데 1억400만원에 불과했다. 부활된 예산 1억400만원은 설계용역에 쓰라는 것이다.

1억400만원은 당초 예산에 비하면 아주 적지만 애월고를 예술중점학교로 만들 기반이 되는 예산이기는 하다. 예결위는 부대의견을 통해 “잔여 건축사업비는 차기 예산에 반영해 사업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쉬운 게 있다. 이렇게 부대의견을 달고 할거면 애초에 왜 삭감을 했을까. 부대의견 내용대로라면 제주도교육청이 올해 2회 추경에 예산을 올리면 반영해주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예술중점학교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삭감된 예산의 일부를 부활시켰다. 그런데 참 아쉽다. 어차피 진행될 교육예산이라면 소위 ‘쿨’하게 용인을 해주면 될 일을, 떼쓰면서까지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못하게 하는 도의원들의 심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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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인전요구 2016-06-08 16:09:42
도의원의 권한이 이 정도란 걸 인정하라는 뜻으로 비처지네요~~
쿨이란 단어가 우리들 가슴을 짜릿하게 만드는 걸 잘 몰라서 그런건 아닌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