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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이란 숙제, 마지막 이야기
평범이란 숙제, 마지막 이야기
  • 미디어제주
  • 승인 2016.06.0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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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121>

평범이란 숙제는 어렵다.

2011년 완벽주의 폐기선언을 하고 대충대충, 설렁설렁 살자 했던 결심. 2013년 감성을 회복하고 냉철한 이성을 죽이자 했던 결심. 2014년부터 시작된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운동. 2015년부터의 모토인 『느리게 걷는 사람』까지.

최근 수년간 모든 노력들은 어찌 보면 성장하는 과정이 담긴 한 사람의 다큐멘터리였다.

경북 영주에 다른 가족과 놀러가서 전통 한옥에 묵었다.

한옥답게 처마에는 새집이 있다. 이름 모를 새 두 마리는 부부인 듯 끊임없이 먹이를 입에 물고 자식에게 주었다. ‘아버지는 새처럼 끊임없이 둥지를 만드는 사람이었다.’는 김대호의 말이 생각났던 하루였다.

어찌 보면 새 가족은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부모는 둥지를 만들고 자식에게 먹이를 준다. 자식은 성장하여 독립한다. 그 후 그들만의 둥지를 다시금 만들고 자식을 낳고 키운다.

평범이란 숙제를 풀며 산만한 생각을 많이도 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아빠와 엄마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왔다. 집에서 기다리던 아이의 가정형편에 따라 질문이 달라진다. 가난한 집 아이는 ‘양은 많았어?’라고, 중산층 아이는 ‘맛있었어?’, 부잣집 아이는 ‘분위기 좋았어?’라고 묻는다.

그럼 우리 집은 어떨까? 우리 집 아이는 ‘뭐 좀 싸 왔어?’라고 물을 것이다. 집에 올 때 이틀 걸러 하루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가는 내 습관 때문이다. 나는 이런 것을 아버지에게 배웠다.

평범이란 이런 것이다.

개개인의 인생 다큐멘터리가 평온한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강물은 보다 위쪽에서 흘러 중류로 하류로 흘러간다. 세대를 넘어도 ‘유전(流轉)’과 가정교육 등을 통해 개개인의 습성과 모습이 정해지는 것이다. 물론 강물은 바위에도 부딪히고, 통나무와 같은 장애물도 만나고 저류지를 통과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쨌든 물은 흐르고 그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유명한 성철스님의 말처럼, 물은 어떠한 과정을 다양하게 겪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평범이란 이런 것이다.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내 인격과 태도가 바뀐다고 해서 ‘나’라는 본질이 바뀌지 않는 것이다.

다른 이가 나를 어떻게 판단하더라도 ‘나’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이의 삶에 섞여 들더라도 ‘내 삶’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다른 이의 눈으로 평범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눈으로 평범함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어떠한 방식으로 다른 이들이 휘둘러도 자신만의 평범함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평범이란 숙제. 마지막 이야기의 결말이다.

삶을 살아가며, 출발점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부모자식형제친척친구가 다르더라도, 나만의 삶을 살아간다.

그 결과 시간이 흘러 다른 이들이 내 삶을 엿볼 때, 다른 이들이 내 삶에 ‘공감(共感)’할 수 있다면, 그것이 평범함이다.

노래가사를 듣고 공감하며, 그럴듯한 시를 읽고 공감하며, 좋은 글귀를 읽고 공감하며,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며 공감하는 것.

이렇듯 평범함이란 부모가 내 삶에 공감하고, 자식이 부모의 삶을 반추하며 공감하고, 형제와 친척, 친구가 내 삶을 떠올리며 공감한다면, 평범하게 살았다 할 것이다.

평범함이란 내가 정의하는 단어이지만, 주변 사람의 공감(共感)으로 완성되는 단어다.

평범이란 숙제를 풀고, 다음 문제를 풀기 위해 넘어간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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