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혁(시인, 문학평론가)
수산
오대혁(시인, 문학평론가)
직박구리가 울었다
수천 년의 세월을 두고
너른 들판에 버티고 선
대왕산이 흐느낀다
왜구들이 성산포로 들이닥쳐
시퍼런 보리밭을 짓밟을 때에도
의젓이 자리했던 수산진성
성담에서 곡소리가 들려온다
저 푸른 하늘 아래 오롯이
자리하던 맑은 들녘의 바람이
수선스럽다
한라산신이 정기를 뻗치며
꿈틀대던 수산굴 용이
숨을 헐떡인다
외세도 하늘도 범하지 못하던
웅숭깊은 수산의 목줄을
개발 독재가
자본 독재가
목줄을 죄려 한다
한푼어치도 안 되는 알량한 개발이
제주의 정기를 끊으려 한다
살아야 한다 살아 있어야 한다
살아내야 한다
살다 보면 살아지는 게 아니다
그저 살고파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살아내기 위하여
사라지지 않기 위하여
저 개발의 악귀들을
물리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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