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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이은 부결에도 주차장 만들려는 고집
제주시, 연이은 부결에도 주차장 만들려는 고집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5.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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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문화재위원회, 동문재래시장 주차장복층화사업 2차례 부결
제주시 “자료 보충해서 6월에 재심의 받겠다”며 강행 의지
붉은선 안이 동문재래시장 주차장. 남쪽으로 문화재인 제주성지와 오현단 등이 자리잡은 유서깊은 곳이다. 제주시는 이곳을 복층주차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문화재 현상변경심의 결과 2차례나 부결됐다. 그럼에도 제주시는 이곳에 주차장을 세울 계획을 잡고 있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쳐.

문화재와 주차장. 어느 게 우선 순위일까.

제주시는 지난해부터 국비를 투입, 주차장복층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인제주차장과 법원공영주차장을 완공한 데 이어, 올해는 이도2동주민센터와 동문재래시장 등 2곳에 복층 주차장을 세울 계획이다.

제주시가 추진하는 복층 주차장은 1곳당 30억원 가량 투입되며, 주차난이 심각한 지역을 우선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문화재와의 충돌이다. 동문재래시장에 들어설 주차장은 인근에 제주성지와 오현단 등이 자리한 제주도 문화의 핵심에 들어간다. 현재 38대를 한꺼번에 주차할 수 있으나 제주시는 이 지역의 주차난을 감안, 복층으로 건물을 올려 98대를 세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동문재래시장 주차장은 문화재 구역에 포함돼 현상변경심의를 거쳐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제주시는 당초 3층 4단 규모의 주차장을 세우기 위해 지난 4월 제주도 문화재위원회에 현상변경심의를 요청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부결이었다.

절치부심한 제주시는 5월에도 도전을 했다. 이번엔 층수를 하나 낮춘 2층 3단 규모였다. 결과는 역시 부결이었다. 문화재 위원들은 역사경관이 저해된다며 우려를 전했다. 2층 건물이어도 주변 문화재와 어울릴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제주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계획이다. 6월중 다시 도전을 준비중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주차난이 심하고, 상인회에서도 주차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며 “자료를 보충해서 재심의를 받을 계획이다. 또 부결되면 다시 내부 검토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위원들이 한차례도 아니고, 2회 연속 부결을 시킨 이유는 있다. 문화재 구역을 주변으로 계속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경관문제가 부각되고, 결국 역사가 잊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일대는 산지천을 따라 올망졸망한 배경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가로 길이가 40m에 달하는 거대 덩어리가 생기기에 이 지역의 경관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문화재위원 A씨는 “크기의 문제이다. 도로를 따라서 거대 건물이 생기면 이 일대의 경관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제주도가 제주성을 중심으로 뭔가 하려는 것 같은데, 제주성 인근에 거대 건물을 만든다는 건 제주도의 정책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 아닌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다”고 질타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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