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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교사들 ‘소통’을 배우다…“교육감님, 질문있습니다”
제주 교사들 ‘소통’을 배우다…“교육감님, 질문있습니다”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5.11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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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서 이석문 교육감-제주 교사, 공개 토론회
‘질문 있는 교실' 실현을 위해 제주 교사들이 직접 참여한 '질문 체험기'
11일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제주 교사들의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2016년 제주 교육의 목표는 ‘질문이 있는 교실’이다. '마침표'형 주입식 수업이 아닌 '물음표'와 '느낌표'를 주고 받는 문답식 수업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 그 변화의 첫 걸음은 교사 스스로 문제를 던져보는 교실 밖 '질문 체험'이었다.

11일 오후 3시 30분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는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바람 불어 좋은 날 이 봄을, 석문과 함께‘라는 주제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도내 유·초·중·고·특수교사들의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참가 교사들이 학생의 입장이 되어 평소 궁금했던 제주 교육 방향에 대해 ‘즉문’을 던지고 이석문 교육감이 ‘즉답’하는 소통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시작의 말에서 이석문 교육감은 "올해 제주 교육의 목표인 ‘질문있는 교실’은 교사들이 교실에서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의미한다"면서 "제35회 스승의 날을 맞아 교실 지원을 위해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함께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고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교사들이 직접 손을 들고 교육감에게 질문을 하거나, 쪽지를 통해 전달된 질문에 답을 하는 토크 콘서트 형식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석문 교육감은 교사들이 체감하는 교육 현장의 애로사항에 귀를 기울이며 미진한 정책에 대해서는 사과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교육청과 학교 현장의 거리를 좁혔다.

학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교사들의 '즉문'에 다양한 표정으로 '즉답'을 하고 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교사들은 ▲업무 경감 정책인 공문서 감축안이 메모나 메신저 등 내부 결재로 대체되는 부작용 ▲사립학교의 이공계 교사 지원과 읍면지역 강사 수급 문제 ▲교무행정 실무사 배치 여부 ▲강의식 구조인 교사 연수 프로그램 개선안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이석문 교육감은 내년부터 보고공문 처리 시기를 2월과 4월로 조정, 3월에는 아이들과 교사가 눈을 마주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사립학교 교사 지원은 신규 교원 채용과 연관된 문제인만큼 큰 흐름 안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후 읍면지역 강사 수급은 추후 지원 근거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교무행정실무사 배치 문제의 경우는 누리과정과 맞물려 현재 막혀있는 상태라며, 어떤 형태로든 인력 지원을 하겠다고 확답했다. 교사연수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1년 이상의 해외 연수제를 검토, 교사 역량 강화에 주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시간의 대화 시간을 마무리하며 이석문 교육감은 “현재 대한민국 교육은 인구 절벽과 세월호 참사, 알파고의 충격 이 세 가지 문제로 정리가 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교육감은 “한 아이 한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아이로 만들어내는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과 일할 수 있는 배려와 협력의 인재로 키워내야 한다. 이러한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교사들이 애써달라”며 응원 섞인 당부의 말을 건넸다.

마지막으로 “1년에 한번쯤은 이런 기회를 만들겠다. 침묵하면 바뀌지 않는다. '아니오'라고 말해주시면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이석문 교육감과 제주도내 교사들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을 적은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교육감과의 첫 토론회를 경험한 4년차 초등 교사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는 교사의 입장에서 질문을 하는 대상이 되어보니 당황스러웠다.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되더라. 아, 학생들이 이런 기분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진솔한 속내를 전했다.

이어 “사실상 오늘 처음 '질문'을 할 기회를 얻었고 그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면서 “선생님들의 건의사항이 모두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현장의 고충을 털어놓고 힘든 마음을 공감해주는 소통의 시간 자체가 큰 의미”라는 만족감과 함께 정기적인 행사로 이어지길 바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생각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교사들에게 먼저 질문을 던진 이석문 교육감. 그의 행보가 앞으로 제주의 교실에서 어떠한 물음표와 느낌표로 되살아날지 지켜볼 일이다.

<조보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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