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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곁에서 잘 키워주면 그게 진짜 엄마와 아빠
제 곁에서 잘 키워주면 그게 진짜 엄마와 아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5.11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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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훈의 동화속 아이들 <20> 박연철의 「진짜엄마 진짜아빠」
 

5월은 무슨 달일까요?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죠. 그러고 보니 ‘가정의 달’이 맞긴 하군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보다는 나이가 좀 어리지만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부부의 날도 있답니다. 모두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 존재하는 고마운 날이죠. 날을 만드는 게 중요한 일은 아닐 테지만, 이렇게 날을 만들어서 의미를 되새긴다면 가족사랑이 더 넘쳐나겠죠.

그래서 5월은 주머니가 털린다고 하죠. 주머니는 털리지만 그렇게 속상하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랍니다. 앞서 말했잖아요. 의미를 되새기면서 가족사랑을 더 느끼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런데 말이죠. 5월엔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만 존재하는 건 아니랍니다. 가족과 관련된 날이 더 있어요. 뭐냐고요? 바로 ‘입양의 날’이랍니다. 입양의 날은 입양특례법에 따라 만들어진 날이랍니다. 2006년 제1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11회째를 맞습니다. 바로 오늘 5월 11일이 바로 입양의 날입니다. 숫자 ‘11’은 한(1) 가정이 한(1) 어린이를 입양하자는 뜻이라고 하죠.

한국전쟁은 부모를 잃은 고아를 만들어냈고, 그걸 계기로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미국 등의 가정에 입양이 되기 시작합니다. 전쟁이 끝나서도 그런 입양은 계속됩니다. 미혼모의 아이들도 하나 둘 해외의 가정의 일원이 됩니다.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린 ‘어린이 최다 수출국’이 되고 맙니다. 어찌 보면 입양의 날이라는 건 그런 부끄러운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자는 작은 반성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라는 땅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을, 우리의 땅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키워보자는 뜻이겠죠.

다른 걸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입양도 그렇고, 입양 전 단계인 가정위탁도 그렇답니다. 한 아이가 다른 가정의 일원이 되는 것이며, 달리 얘기하면 한 가정이 피도 섞이지 않은 전혀 다른 아이를 가정내로 받아들이는 일이죠. 글로는 무척 쉽게 입양과 가정위탁을 꺼낼 수 있는데, 실제로 얼마나 이런 일들이 힘들까 생각해봅니다.

병을 앓는 이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경우가 있어요. ‘장기 이식’을 통해 새 삶을 사는 이들이 있긴 하죠. 그러나 그들은 정기검진을 받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식을 받은 장기가 원래 제 몸에 있던 게 아니니까요. 입양이나 가정위탁도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진짜엄마 진짜아빠>의 주인공인 '나'는 불만투성이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라는 엄마의 말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불만을 털어놓는다.

박연철의 동화 <진짜엄마 진짜아빠>는 아빠와 엄마를 찾으려는 주인공 ‘나’의 속마음을 전하고 있어요.

주인공 ‘나’는 ‘너무멀어자세히안보면잘안보여별’에서 왔어요. ‘나’는 그 별의 왕자인데, 가족과 함께 이웃 별로 여행을 떠났다가 해적선을 만나게 되고, ‘너무멀어자세히안보면잘안보여별’의 왕은 왕자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가까운 별에 왕자를 내려놓습니다.

마침 왕자를 발견한 한 여인이 울음소리를 듣고 아기를 데려다 키우죠.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진짜 아빠와 엄마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으로만 생각을 해요. 그러다보니 키워준 엄마의 말을 잘 듣지도 않습니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합니다. 급기야 키워준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진짜 엄마와 아빠를 찾겠다며 길을 나섭니다.

‘나’에게 진짜 엄마와 아빠는 누구일까요. 동화는 주인공 ‘나’가 진짜 엄마와 아빠를 찾는다고 돼 있지만 그건 불만투성이 ‘나’라는 존재가 이상적이라고 그려보고 싶은 가족이 아닐까 합니다. 주인공 ‘나’는 엄마만 있는 가족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가 단란하게 가정을 꾸리는 그런 가족의 형상을 바라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주인공 ‘나’가 만난다는 설정의 엄마와 아빠는 ‘나’의 꿈이면서 희망사항이 아닐까 합니다.

또 이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너무멀어자세히안보면잘안보여별’에서 왔다는 주인공 ‘나’는 지금의 엄마가 진짜엄마가 아닐 것이라는 상상에 빠져 자신이 그 별에서 온 것으로 스스로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합니다. 어릴 때 엄마들이 이런 말을 하죠. “다리에서 주워왔다”고 말입니다. 주로 말썽을 피우는 애들에게 엄마들이 툭 던지는 말입니다. <진짜엄마 진짜아빠>의 ‘나’도 스스로를 다리에서 주워온 애로 느끼면서 살고 있나 봐요.

진짜 엄마와 아빠를 찾겠다며 집을 나서고 있는 '나'.
진짜 엄마를 찾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은 '나'.

<진짜엄마 진짜아빠>는 가정위탁, 혹은 입양 이야기도 하고 있답니다. 멀리 다른 나라로 입양된 아기가 다 큰 청년이 되어 자신의 핏줄을 찾는다는 그런 이야기요.

어른이 다 되어서 안 사실인데요, “다리에서 주워왔다”는 건 진짜였어요. 다 커서야 그 다리가 엄마의 다리를 말하는 걸 알았다니까요. 중요한 건 다리에서 주워오거나 입양을 하거나, 가정위탁을 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는 겁니다. 진짜 엄마여야, 진짜 아빠여야 하는 게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자신의 곁에서 잘 키워주면 그게 바로 진짜 엄마이면서 진짜 아빠인 것이죠.

제 곁에 늘 있는 두 딸. 하나는 커서 고등학생이 됐고, 둘째는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중2랍니다. 그러나 두 딸은 제겐 참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훌쩍 크기는 했으나 여전히 저를 좋아하니 너무 다행이라고 봐요. 작은 딸은 아직도 제게 재워달라고 할 정도이니, 너무 기쁘고요. 그러나 그런 시간이 많지는 않겠죠. 그래서 간혹 이런 생각이 떠오르곤 해요. 내 곁에 또다른 아이가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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