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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놀지 못하나. 놀아보자, 진짜 놀이에 빠져보자”
“왜 놀지 못하나. 놀아보자, 진짜 놀이에 빠져보자”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4.26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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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 <제주매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시즌2’
1. [프롤로그] - 왜 지금 놀이를 이야기하는가

<미디어제주>와 <제주매일>이 올해도 공교육 공동 기획을 추진한다. 지난해는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현장의 변화 움직임을 추적했다면, 올해는 학생들의 활동에 변화를 주자는 기획을 마련했다. 바로 ‘놀이’이다. 왜 놀이가 중요한지 살펴보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학교 현장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학생들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학교를 비롯한 사회내에서 놀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수산초 학생들의 활동모습.

▲ 발칙하게 ‘놀자’고 선언했으나

1년 전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놀자”고 선언했다. 교육을 책임질 수장들이 놀아보자고 하다니 무슨 말인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해 5월 4일, ‘어린이 놀이헌장’ 선포식을 갖고, 놀이에 대한 논의를 교육 차원에서 본격 시작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어린이 놀이헌장’ 서문에서 “모든 어린이는 놀면서 자라고 꿈꿀 때 행복하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는 어린이의 놀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어린이에게 놀 터와 놀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1년이다. 체감할 수 있을만큼 바뀐 건 없다. 놀아보자고 선언은 했으나 실천을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놀이는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할 사안임에 분명하다. 그건 우리 애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3점이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아동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94.2점)였고, 우리보다 한 단계 위를 차지한 루마니아도 우리보다 훨씬 높은 76.6점을 기록할 정도이다.

▲ ‘놀이’보다는 ‘공부’에 매달리는 현실

왜 우리 아이들은 이처럼 삶의 만족도가 낮을까. 통계가 바로 입증을 해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4년 기준으로 ‘아동청소년인권조사실태-평일 여가시간’을 분석한 결과 잘 노는 아이들의 비중은 적었다. 초등학생인 경우 1시간 미만의 여가시간을 가진다는 비율이 17.6%였고, 1시간에서 2시간의 여가시간은 25.4%였다. 결국 초등학생의 절반에 가까운 43.0%의 어린이들은 평일 여가시간이 채 2시간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여가시간이 없다는 건 ‘공부’로 억압돼 돌아온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4년 기준 ‘아동청소년인권조사실태-정규수업시간 제외 공부시간’에 따르면 놀지 못하는 현상이 그대로 나온다. 정규시간 이외에 6시간 이상 공부하는 초등학생이 6.8%였으며, 5~6시간 8.1%, 4~5시간 13.1%, 3~4시간 18.5% 등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나서도 하루에 3시간 이상 공부에 얽매여 사는 초등학생의 비율이 46.5%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여가시간과 공부시간은 반비례의 등식이다. 여가시간이 늘면 자연스레 공부시간은 줄고, 반대로 공부시간이 늘어나면 여가시간은 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부시간의 증가는 각종 스트레스로 나타나고, 어린이의 본질인 ‘놀이’를 찾아주지 못하고 원인이 된다.

지난해 선포된 '어린이 놀이헌장'.

▲ 상상력과 놀이는 즐거운 쾌감

‘어린이 놀이헌장’은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강조한다. 놀이의 주인은 어린이이며, 어린이는 놀 터와 놀 시간을 누려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것도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를 향해 던진 외침이었다. 그러나 반응은 없다. 그렇지만 시작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갈수록 피폐해가는 아동과 청소년들의 삶을 그대로 놔 둘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속도의 사상가’로 이름붙인 폴 비릴리오는 놀이를 ‘쾌감’이라고 했다. 그는 저서 <소멸의 미학>을 통해 “누구나 태어나자마자 마주하는 놀이는 단순한 것도 시시하지 않다. 놀이의 도구, 놀이의 규칙, 놀이가 만들어 내는 상황들이 가하는 제약이나 규범 자체는 아이들에게 억압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쾌감을 불러일으켜서 놀이에 푹 빠지게 만든다. 선 긋기 놀이, 기호 놀이, 숫자 놀이, 조약돌 놀이, 구슬 놀이들이 다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상력의 세계’와 관련, “어린이아들의 세계로 회귀하려는 성숙한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초록빛 낙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폴 비릴리오의 말을 빌리면 상상력은 어린이의 것이며, 그런 상상들이 만들어내는 놀이는 즐거운 규범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인 셈이다. 어찌보면 놀의는 창의이면서, 어른들도 놀이를 통해 어린아이로 회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 제주도교육청의 ‘어린이놀이 활성화 사업’

왜 어린이는 상상력이 풍부할까. 그건 어른처럼 고정된 틀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내는 어린이들. 거기서 새로운 사고가 싹튼다. 그런 걸 만들어주는 게 바로 ‘놀이’이다.

하지만 지금은 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제대로 놀지 못하는 현실이다. 놀 시간에 어린이들은 학원에 갇히고, 각종 틀에 얽매인다. 가정을 비롯한 사회 환경이 그들을 놀이로 끄집어내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놀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놀더라도 놀이가 아닌 놀이에 빠져 있다. PC 게임에, 스마트폰 게임에 짓눌려 지낸다.

그렇다. 이제 좀 놀아보자. 그런 놀이의 시작이 올해부터 시작된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놀이에 푹 빠져보는 첫 단추를 뀄다. 단추가 풀리지 않게 하는 작업은 언론사 <미디어제주>과 <제주매일>이 맡는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미디어제주>, <제주매일>과 손을 잡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놀 권리를 만들어주는 ‘어린이 놀이 활성화 사업’을 시작한다.

<미디어제주>와 <제주매일>은 지난 3월 29일 놀이 활성화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제주도교육청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날 협약 자리엔 이석문 교육감과 미디어제주 고승영 대표이사, 장동훈 제주매일 대표이사 회장 등이 함께했다.

<미디어제주>와 <제주매일>은 ‘어린이 놀이 활성화 사업’을 통해 책상에만 붙어 있고, PC 게임 등의 공간에만 머물러 있는 아이들을 좀 더 넓은 공간에서 놀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된다.

이처럼 공개적으로 ‘놀아보자’고 선언하는 건 획기적인 사건이다. 어쩌면 현 사회에 대한 반항이기도 하다.

<미디어제주>와 <제주매일>은 놀이와 관련된 국내외 사례를 직접 취재하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사례발표를 통해 제주도내 각 급 학교에 놀이의 중요성을 전파할 계획이다.

특히 추억의 옛 놀이를 기초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보는 ‘공개 놀이터 대회’를 개최하는 등 아이들이 제대로 놀아볼 수 있는 권리를 찾아준다.

이석문 교육감은 “아이들은 안에만 갇혀 있다. 놀이를 하면서 규칙을 지키고 협력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 교육사에 없던 일을 하게 됐다”고 ‘어린이 놀이 활성화 사업’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데 우린 그러지 못해요”

행복감 실태조사를 통해 본 제주지역 학생들의 ‘현재’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이 많다. 세상 사람들의 입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 참 많이 나온다. 거기에 한숨까지 더하면 세상이 푹 꺼질 것 같다. 그렇다면 가장 행복하지 않은 집단은 누구일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이 가장 힘들 듯하지만 제주에서는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주교육정책연구소가 지난해 펴낸 ‘제주교육 정책 수립을 위한 학생·교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3보다 힘든 아이들은 중학교 3학년이었다. 실태조사는 초등학생 5학년부터 고교 3학년 35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35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평균 행복감은 5점 만점에 4.05점으로 나왔다. 즐거움도 4.07점이었다.

행복감은 초등학생이 중학생보다는 높았다. 초등학교 5학년은 4.21점, 6학년은 4.18점이다. 그러나 점차 떨어진다. 중학교 1학년은 4.0점, 중학교 2학년은 3.93점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중학교 2학년보다 0.37점이나 떨어진 3.56점이 된다. 고교 3학년 행복감인 3.88점보다 낮다.

이처럼 낮은 행복감은 자율성도 떨어뜨린 것으로 나왔다. 중3 학생들의 자율성은 3.71점으로 조사 대상 학년 중 가장 낮았고, 주변인들과의 관계성도 3.78점으로 최저였다. 유능감도 3.59점(최저 고교 1학년 3.58점)으로 스스로에 대한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중학교에 들어서가면서 행복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로 분석된다. 일반고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행복감 조사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특히 자율성의 감퇴는 일상에서 스스로 하고자하는 노력이 적어지고, 남에게 의지하거나 부모의 욕구에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조사이기도 하다.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자유로운 놀이활동을 통해 자율을 키우고, 창의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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