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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이란 숙제, 첫 번째 이야기
평범이란 숙제, 첫 번째 이야기
  • 홍기확
  • 승인 2016.04.22 1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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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119>

 인류탄생 이후로 인간의 삶은 동일하다. 태어났다. 나이 든다. 죽는다.
 이 과정에 욕심을 더하자면, 건강히 태어났다. 상처 없이 자랐다. 좋은 배우자와 결혼했다. 말 잘 듣는 아이를 낳고 문제없이 키웠다. 천수를 누리고 죽는다.
 이게 평범함이다. 내가 바라는 것이고, 남들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평범이란 숙제는 어렵다.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사례.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과 결혼했다. 당시 상황에서 평강공주가 과연 부러울 게 있었을까? 눈 먼 어머니를 모시던 바보 온달이 내세울 게 있었을까?
 하지만 평강공주는 궁내의 답답한 생활에서 파격을 추구했다. 평범하지 않다. 바보 온달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결혼해야 했는데 공주와 결혼으로 부마(왕의 사위)가 되었다. 평범하지 않다. 평강공주의 아버지, 평원왕(재위 559년∼590년)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금이야 옥이야 키워, 지체 높은 귀족과 결혼시키려는 생각이 물거품이 되었다. 평범하지 않다.

 결혼을 떠나서 평강공주의 삶은 어떤가? 16세에 궁에서 나와 바보 온달을 사람 만들어 놨더니, 온달은 온달산성에서 신라군의 화살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과부가 된 것이다. 물론 왕은 사위를 잃었고, 온달은 자신의 목숨을 잃었음은 물론이다. 평범하지 않다.
 최고의 명예, 지위와 부가 있어도 평범한 삶은 이토록 지독히 힘들다.

 지극히 평범히 직장에 다니는 나, 평범함을 추구하며 사는 나도 세부적으로 보면 과연 평범한 가 싶다.

 초등 3학년인 아이의 국어책을 들여다본다. 내용을 나열해본다.

 『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

 “빨리 빨리, 시간 없어.”
 아빠는 아침마다 소리칩니다.
 엄마는 한 손으로 건이의 머리를 빗기고, 한 손으로 계란을 부칩니다.
 결국 엄마는 외갓집에 전화를 합니다.
 “저희는 요즘 너무너무 바빠요. 한 달만 우리 건이 좀 맡아 주세요.”

 다섯줄 밖에 안 되는 글을 읽으며 수많은 생각이 든다.
 바쁜 맞벌이 부부의 일상이 가정 해체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구나. 아빠는 아침마다 소리치네. 역시나 어린이 문학에서 아빠는 대체로 쓸모가 없는 존재로 묘사 되는구나.
 그리고 엄마는 양손잡이였나? 몰랐던 사실이네! 양손잡이는 천재가 많다던데. 한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빗기며, 나머지 한 손으로 계란을 부치는 신공을 펼치다니. 어쨌든 엄마 이름은 뭘까? 건이의 엄마인 건 알겠는데. 이름을 남기지 않고 ‘누구의 엄마’라고 평생 불려지는 건 정말 슬픈 일인데. 이름을 불러줘야 하는데.

 친정엄마한테 애를 맡기려 하는군. 역시 딸은 친정엄마, 아이에게는 외갓집이지! 시댁이랑은 멀어야 좋고, 친정이라는 가까워야 좋다더니!
 하지만 엄마도 염치가 없네. 어찌 맡겨주는 기간이 오늘도, 한 주도 아닌, 한 달이란 말인가? 친정어머니의 삶도 있는데!
 이러니 요즘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나 애들 보기를 싫어하지. 하루 봐주면, 고맙다며 일주일 봐달라고 하고. 이젠 심지어 한 달이라고?
 
 흠. 이번에는 수학익힘책을 살펴본다.

 ‘수영이는 사과 15개를 갖고 있습니다. 영주는 사과 1개를 갖고 있습니다. 수영이가 사과 5개를 먹고, 영주에게 사과 2개를 주었습니다. 수영이와 영주가 지금 가지고 있는 사과는 각각 몇 개일까요?’

 수영이는 부자인가 보다. 영주는 가난한 가 보다. 아마 수영이 부모는 좋은 직업을 갖고 있어, 수영이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을 것이다. 영주 부모는 블루칼라 노동자여서, 영주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나 보다. 가지고 있는 사과 개수로 자본가와 노동자의 자식은 극명해진다. 수영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과를 독점했을까?

 게다가 수영이는 사과를 5개 먹었고, 영주는 아직까지 사과를 먹지 못했다. 그래서 수영이는 영주가 불쌍했나보다. 영주에게 사과를 2개 주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최종적으로도 수영이는 사과 8개를 갖고 있고, 영주는 3개뿐이다. 수영이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영주의 사과 개수는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주도 사과를 먹긴 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아마도 영주는 수영이가 먹은 사과의 개수인 5개보다는 적게 먹을 것이다. 수영이 엄마가 명품 옷을 살 때, 영주 엄마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할인하는 유행지난 이월상품 옷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차분하게 국어를 공부하거나, 집중해서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나에게 무리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랬고, 지금도 공부를 하다가 딴 생각에 빠지면 한 시간도 잡생각을 한다. 내용은 다양한데, 유치하지만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통치하거나 지구를 구하는 일들 따위다. 내가 펴낸 첫 번째 책 제목이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인데 사전적 의미로 보면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책을 읽더라도 작가가 의도한 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소설을 읽어도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심지어 내용 심어놓는 복선들도 잘 찾지 못한다! 경제학 책을 읽어도 내용과 반대의 생각을 하며 읽어 책의 마지막장까지 가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작가와 싸움을 한다.
 1년에 좋다고 생각하는 책은 한 두 권 정도인데, 그나마 아내에게 ‘이 책 좋으니 읽어봐.’라고 해서 아내가 읽은 후 ‘별로인데?’라는 코멘트와 사유를 말하면, 금세 풀이 죽는다. 책에 대한 호감도 거의 0.23초 만에 비호감으로 바뀐다. 좋게 말하면 사고가 유연하고, 나쁘게 말하면 줏대가 없다. 작가는 고집과 주관이 뚜렷하다는데 나는 아직 평범하고 일반적인 작가가 되지 못했나보다.
 
 그래서 결심했다. 사전적인 의미가 아닌 내 삶에 있어 ‘평범’이란 단어를 정의해 보자고. 어릴 적에는 그렇게 숙제하기 싫어, 안 해가서 혼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랬던 백성이 이제는 지가 숙제내고 검사하고 아주 웃기지도 않는다.

 어쨌든 평범이란 숙제를 풀기 위한 위대한 여정을 시작한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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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14:48:03
숙제를 풀기위한 위대한 여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