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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것은 살아있는 것…세월호 진상규명, 다시 시작”
“기억하는 것은 살아있는 것…세월호 진상규명, 다시 시작”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4.17 08: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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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기억, 세월호] <3>‘잊지 않겠습니다 그 봄날을“ 추모문화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문화제 개막에 앞서 관객들이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제20대 총선 당선자 위성곤 의원도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문화제에 함께 했다.
행사 개막에 앞서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는 홍영철 세월호참사대응 제주대책위 집행위원장

돌풍과 비바람이 몰아치던 16일 저녁 7시,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리본이 나비가 되어 날아왔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린 벤처마루 백록담 홀은 아장아장 걸음마를 걷는 아이를 안고 온 부모님, 친구들의 손을 잡고 온 학생들, 사랑하는 사람 또는 혼자의 걸음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들로 만원을 이뤘다.

아기의 머리에도, 엄마의 가방에도, 아빠의 옷자락에도 온통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미처 좌석을 잡지 못한 사람들은 통로와 바닥에 안거나 선 채로 공연을 즐겼다. 계단까지 꽉 찬 관람객들로 인해 행사장 앞문을 열고 무대를 지켜본 이들도 있었다. 모두 ‘그 봄날’을 잊지 않고 온 사람들이다.

이날 행사를 주최하고 주관한 홍영철 세월호참사대응 제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여러 행사들을 진행해봤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온 것 같다”면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2년이 됐다.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스려 날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홍영철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이후의 상황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제대로 조사된 게 없다. 여당 추천 의원들은 계속 불참했고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보니 자료 제출도 막혔다. 허울뿐인 조사위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특조위 활동이 6월 말 마무리된다. 이 자리에 20대 국회의원 당선자(위성곤 의원)도 와 계신데 특조위 기간 연장, 권한 강화, 예산확보에 힘써 주시라”면서 “시민 여러분도 특별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시 힘을 모아 주셨으면 한다”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이어 본격적인 축제의 막이 올랐다.

추모문화제가 진행된 벤처마루 10층 백록담 홀에는 비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용가 한인희 씨가 추모 문화제의 첫 무대를 장식했다.
가수 조성진 씨는 김광석의 꽃과 홀로아리랑을 열창,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자아냈다.
마임이스트 이경식 씨가 세월호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마지막 이별 상황과 심경을 복합적으로 표현한 '안녕 안녕'이라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경식 씨의 마임 공연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볍씨 학교 오선영(16세) 양을 친구가 위로하고 있다.

무용가 한인희, 마임이스트 이경식, 가수 조성진, 모다정, 보물섬 학교, 볍씨 학교 친구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자유롭고 섬세한 손짓과 몸짓으로, 애절하고 흥겨운 가락으로 각자의 방식에 따라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관객들도 울고 웃으며 하나가 됐다.

세월호 추모 문화제는 참사의 기억 뿐 아니라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행동하기 위한 축제다. 관객들은 2년 전 그날, 304명의 희생자를 지켜주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모두 함께 기억하고 약속하고 행동할 것을 다짐했다.

한편 이날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학생들도 세월호 추모 분위기에 동참, 제주교대에서 시청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직접 행사에 참여한 이민경(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 4학년) 씨는 자유 발언을 통해 "세월호가 향했던 목적지가 제주이기 때문에 제주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더 많이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세월호 참사는 희생자와 유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인만큼 끝까지 기억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몸짓 공연을 펼친 볍씨학교 오선영 양(16세)도 마이크를 잡았다. 오 양은 “세월호 사건은 간단하다. 배가 왜 침몰됐는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 왜 유가족들이 상처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대한민국 높으신 분들은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얘기를 안해주는지 모르겠다. 그 진실을 밝혀야한다”고 당찬 메시지를 전해, 객석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한 초등학교 남학생이 세월호 실종자가 무사히 귀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성껏 엽서를 적고 있다.
볍씨학교와 보물섬학교 친구들의 세월호 추모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의 합창 무대로 이날 축제가 마무리됐다.
마무리 합창 공연까지 관객들은 “세월호 특별법 전면 개정! 성역 없는 진상규명으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자리를 지켰다.

한편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 연대도 2주기 추모 영상을 보내왔다. 유가족들은 “아이들의 두 번째 제삿날이다. 아이를 가슴에 묻으라고 하는데 어떻게 묻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함께 싸워주신 분들이 언제까지 남아주실지 두렵기도 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에 관객들은 “세월호 특별법을 전면 개정하라! 성역 없는 진상규명으로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끝까지 유가족들과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2014년 4월 16일 승객 476명을 태우고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는 172명의 생존자만을 남기고 바다로 침몰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참사 원인 뿐 아니라 책임자 처벌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미제 사건 4.16… 그러나 그날을 기억하고 행동하는 노란 리본의 행렬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진상 규명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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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잊지못할 ㅠㅠ 2016-04-17 22:51:33
결코 잊지도 못하고, 잊어서도 아뇌는 일이었죠 ㅠㅠ
가슴아픔은 무엇으로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결코잊지못할 ㅠㅠ 2016-04-17 22:50:07
결코 잊지도 못하고, 잊어서도 아뇌는 일이었죠 ㅠㅠ
가슴아픔은 무엇으로도 지워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