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7:54 (수)
일본의 ‘혐한’ 위협에 휘둘리는 제주도정
일본의 ‘혐한’ 위협에 휘둘리는 제주도정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4.0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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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일본 인센티브단 기사를 내려달라는 모습을 보며
제주도가 뿌린 보도자료. 이를 토대로 기사가 나가자 기사를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위안부를 아는가. 현재 초등 사회 교과서엔 위안부라는 말조차 없다. 예전엔 위안부를 가르쳤으나 이젠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은 위안부라는 단어를 배울 일이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아는가. 아무도 모른다. 우리나라 5000만명 가운데 그 고통을 안고 살고 있는 이들은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 44명에 불과하다.

역사는 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위안부의 경우에서처럼 알아야 할 역사를 잊고 산다. 올해부터 수능시험에 역사 과목이 포함된다고 하는데, 포함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중요하다.

뜬금없이 역사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있다. 우리와 가까운 이웃인 일본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위안부를 묻는 사이에 숱한 역사 왜곡이 진행되고 있다. 가까운 이웃에서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일본에 휘둘린다. 일본이 뭐라고 하면 옴짝달싹하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제주도정이 그렇다.

일본 대형 인센티브단 4000명이 제주에 온단다. 제주도가 얼마전 보도자료를 뿌렸다. 대형 인센티브단체 샤를레 기업관광단 4000명이 크루즈를 타고 제주에 내린다고 홍보를 했다. 제주도는 4000명이 오는 걸 자랑삼아 기자들에게 써달라고 했다. 그래서 써줬는데,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뭐냐고? 삭제를 해달란다. 글을 쓴 기자들을 1대 1 대면을 하면서 삭제를 해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정중하게 삭제를 요청한 이유는 이렇다. ‘혐한(嫌韓)’ 감정이 들끓고 있기 때문에 기사를 내려달란다. 기사가 나가자 “왜 제주를 가느냐”는 댓글들이 일본어판에 실린 모양이다.

정중하게 삭제를 요청해왔기에 기사는 내려줬다. 솔직히 내려주기 싶지 않은데 내려줬다. 대신 이 글로 답을 하겠다. 왜 일본의 반응에 일희일비를 해야 하는가. 그런 반응이 있을 것 같으면 아예 보도자료를 만들지 않는 게 우선이다.

‘혐한’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혐한 감정에 휘둘리는 게 솔직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늘부터 한중일 동아시아문화도시 제주 개막식이 열린다. 일본 나라시의 동아시아문화도시 개막에 이어, 제주에서도 관련 개막식을 갖는 행사이다. 왜 동아시아 3국이 문화도시를 내걸어 행사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신적인 교감 아니던가. 그런데 혐한 때문에 기사를 내려달라? 그렇다면 동아시아문화도시라는 건 껍데기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

침체된 일본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제주도정의 읍소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자칫 인센티브 관광단이 오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한 도정 담당자의 마음도 알겠다. 그러나 경제보다 더 중요한 건 자존이다. 일부의 혐한 감정에 휘둘려 자존을 꺾는 건 말이 안된다.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덮는 것도 속상한데, 제주도정도 혐한 감정이 걱정돼 기사를 내려다라고 애걸하는 모습이 너무 애처롭다. 제발 그러지 말자.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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