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 4.3 희생자와 유족들의 눈물, 빗물이 돼 내리다
제주 4.3 희생자와 유족들의 눈물, 빗물이 돼 내리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4.03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알맹이 없는 총리 추념사 … 도민‧유족들은 “희생자 재심사 반대”
제68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유족들과 제주도민들의 헌화와 분향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

4월 3일 오늘만은 기상청의 일기 예보가 틀려 주었으면 하는 얕은 생각은 속절 없는 소망이었다.

제68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3일,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한 맺힌 피울음이 비가 돼 내리는 듯했다.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추념식을 찾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외면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오히려 대통령을 대신해서 추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의 알맹이 없는 추념사는 제주도민들과 유족들을 달래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소리 없는 울음이 빗물로 내린 것 아니었을까.

황 총리의 이날 추념사는 박근혜 정부가 4.3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제주도민과 유족들이 추념식에서 듣고자 했던 정부의 입장은 영어교육도시니 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사업이 잘 추진되고 있다는 둥, 제주 신항만과 제2공항 건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등의 ‘사탕발림’식 얘기가 아니었다.

도민들과 유족들의 상처를 헤집고 있는 게 무엇인지 헤아리고 있다면 당연히 정부와 보수단체의 4.3 희생자 재심사 요구에 대한 단호한 입장이 나왔어야 했다.

그럼에도 총리는 이에 대해 단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4.3 영령들 앞에서 참배를 올리고 있다.

도민들과 유족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날 양윤경 4.3유족회장의 인사말에 도민들과 유족들의 요구가 담겨 있다.

양 회장은 제주4.3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 명예 회복, 그리고 희생자들에 대한 배보상 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일부 보수단체들이 근거 없는 사실을 유포하면서 화합 분위기를 망치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이에 굴하지 않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완전한 4.3 문제 해결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기도 했다.

유족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똑똑히 들었음에도 그저 준비된 원고만 읽고 가는 총리의 모습은 여전히 귀를 닫은 ‘불통’의 정부 그대로였다.

심지어 이날 새누리당의 강지용 후보는 유세 현장에 입고 다니는 빨간 점퍼를 그대로 입고 추념식 행사에 참석, 새누리당의 4.3에 대한 인식 수준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제주도민들과 유족들의 울분이 빗물로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 아니었을까.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