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강제하는 시행령의 부당성
[기고]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강제하는 시행령의 부당성
  • 미디어제주
  • 승인 2016.03.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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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봉수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장(제주대 교수)
강봉수 교수.

누리과정은 국가가 공정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하여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교육과정과 보육과정을 통합하여 만3~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공통의 교육·보육과정이다. 원래 보육은 보건복지부의 소관업무이고 교육은 교육부의 일이다. 누리과정을 만들면서 보건복지부의 일을 교육부로 넘긴 꼴이다. 그래서 누리과정 초기에는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예산을 일부 부담했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의 예산을 모두 감당하도록 정부가 방침을 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누리과정 예산을 주었느냐 못받았느냐의 공방에 앞서 근본적으로 따져볼 사안은 원칙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법치주의 국가이다. 헌법이 있고, 법률이 있고, 시행령이 있다. 법률은 헌법을 어겨서는 안 되고, 시행령은 법률을 침해하면 안 된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원칙이다. 특히, 시행령이 법률을 어기면서 자위적으로 제정되고 집행된다면 헌법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독재정치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행령을 자위적으로 제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가 있고, 법률이 헌법과 시류에 맞지 않으면 고치도록 하는 절차가 있는 법이다. 그리하여 법률과 시행령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입법부와 행정부가 소통하면서 원칙을 정해가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이다.

지금 누리과정의 예산편성을 둘러싼 책임공방도 법률과 시행령의 어긋남에 있다. 그 단초는 정부가 제공하였다. 현행 관련 법률을 자위적으로 해석하여 시행령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는 교부금을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에 쓰도록 규정(제1조)되어 있다. 교육기본법과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유치원은 교육기관이고,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이다. 그러니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보육기관을 지원하는데 쓰면 불법이다. 누리과정으로 보육이 교육과 통합되었다면 여기에 드는 경비도 마땅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같이 부담하여야 한다. 특히, 유아교육법(제24조)과 영유아보육법(제34조)에는 무상교육과 무상보육에 드는 비용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편성·심의·집행의 권한을 지방교육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두고 있고, 중앙정부가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관련 법률로 보면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자차단체가 100%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 영유아보육법(제32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유아에 대한 보육을 무상으로 하되, 그 내용 및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근거하여 정부는 “영유아 무상보육에 드는 비용은 예산 범위에서 부담하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한다.”고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제23조 1항)을 개정하였다. 이 시행령에 따라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편성의 책임을 지방교육자치단체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율의 인상조치를 수반하지 않은 채 입법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상위법들에 배치되는 시행령인 셈이다. 상위법인 법률에서 교육에 쓰도록 한 돈을, 하위법인 시행령으로 보육에 쓰도록 강제하는 처사일 뿐이다.

누리과정의 무상교육과 무상보육은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공약이 사문화된 것도 문제지만 지방교육자치단체로 하여금 빚을 얻어가면서 예산편성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 보육대란을 막고자 교육대란을 가져올 일이기 때문이다. 법치주의국가에서 원칙을 어기고, 또한 어기도록 강요하는 일은 더욱 사라져야 마땅하다. 당장은 시급한 누리과정 운영의 대란을 막는 방안모색에 모두가 나서야겠지만, 원천적으로 갈등과 문제의 소재를 없앨 수 있는 합의된 원칙의 정비에도 진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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