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3 23:17 (토)
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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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기확
  • 승인 2016.03.21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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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116>

 아버지의 몸은 하시는 일에 비해 자주 고장 나지 않았다. 2001년, 2010년 허리디스크로 수술을 받은 것 이외에는 대부분 참거나 병원 신세를 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디스크 수술이다. 이제 일을 계속하기는 틀린 것 같다. 강제은퇴다.

 언젠간 올 줄 알았다. 다만 빠르게 왔을 뿐. 나는 요즘 멍하게 있는 때가 많아졌다. 하지만 머릿속은 태어나서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돌고 있다. 내 두뇌는 뭔가를 생각해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모양이다.

 남대문에서 생선배달을 40년 넘게 하신 아버지는 이른바 육체노동자. 블루칼라중의 블루칼라다. 폭설피해를 입은 농가로 봉사활동을 갔을 때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했다. 오랜만에 땀을 퍽이나 많이 흘렸다. 다른 사람들은 뭘 그리 열심히 하냐고 대충 하라고 한다. 하지만 쓸데없는 신조가 있다. 적어도 ‘육체노동’에 있어서 나는 몸을 아끼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른바 노가다로 우리 가족을 지금까지 있게 한 아버지의 ‘육체노동’에 대한 경배가 아닐까하다.

 아버지는 점점 약해진다. 나도 같은 아버지라 그런지 함께 약해진다. 아버지는 나와 술을 마시면 부쩍 아이처럼 우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렇다. 나도 같은 아버지니까.
 아버지와 나는 격차가 있다. 세월의 격차. 한 뼘 즈음 되는 지식의 격차.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것은 결국 아버지라는 공통분모가 아닐까.

 자식은 아기 때는 어머니의 뱃속에, 커서는 아버지의 가슴 속에 산다고 했던가?
 어릴 적에는 어머니의 배에 발길질을 했다. 커 카면서는 아버지의 가슴에 발길질을 했다. 여러 일들이 머릿속에 옹알거린다.

 내 아이에게 사랑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한다. 어색하기 보다는 저어한다는 표현이 더 낯익다. 사실 나는 부모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사랑을 맛깔나게 표현하지 못하고 투박하다.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의 표현, ‘작고 늙으신 나의 엄마’를 빌려 쓰자면, 아버지는 급속히 ‘약하고 늙으신 나의 아빠’ 정도쯤 되가나보다.
 인생이라는 항로에는 음악처럼 ‘강약중간약’이 없다. 아버지는 점점 약해져만 간다. 예전에는 체력만 그랬는데 이제는 대부분이 그렇다.

 나는 요즘 많이 웃고 있다. 말도 전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
 ‘감정 코칭’ 개념의 선구자 존 가트맨 교수는 부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5대 1의 비율을 제시한다. 부정적인 말 한마디를 할 때 반드시 긍정적인 말 다섯 마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가트맨 비율’이라고 한다. 비단 부부관계뿐 아니라, 이는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긍정적이어도 부정적이어도 상관없지만, 굳이 부정적일 필요가 없다면 긍정적인 것이 낫다. 게다가 부정적인 사람보다 긍정적인 사람이 낫다면 긍정적인 사람으로 사는 게 낫다.

 이렇게 내 두뇌는 빨리 회전하며, 급속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내고 있다. 어쩌면 아버지가 약해짐에 따라 내가 더 강력해져야 한다는 마음이 은연중에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다른 이들과 있을 때 실컷 웃고 얘기하다가도, 혼자 있을 때는 슬픈 얼굴에 쓴 웃음을 담게 되는 요즘이다. 하지만 쓴 웃음이 사소한 좌절의 단면이라면, 수많은 좌절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요즘이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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