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사범 “이세돌VS알파고…인간'만'의 영역 있다”
김영우 사범 “이세돌VS알파고…인간'만'의 영역 있다”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3.15 09: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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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VS초일류 기사’의 빅매치, 그 안에서 배우는 인간의 조건

제주출신 ‘제1호 남자 프로기사’ 홍무진 프로가 그의 스승 김영우 사범에게 바친 선물은?

제주시 도남동에 위치한 바둑교실에는 제주에서 유일한 ‘프로기사 입단 면장’이 걸려있다. 지난해 제주 출신 ‘제1호 남자 프로 바둑 기사’로 등극한 ‘홍무진’ 프로가 자신의 은사인 김영우 사범에게 그의 입단 면장을 선물한 것. 그의 꿈을 키워준 스승에 대한 감사함의 표시였다.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당연히 고사했죠. 니가 갖고 있어야 되는거다. 그랬더니 무진이가 ‘선생님이 갖고 계시다가 필요 없으시면 그때 돌려주세요’라고 하더라구요. 언제든지 가져가라고 했어요.”

도남동에서 17년째 바둑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우 사범

홍무진 프로는 7살이 되던 해 이곳 김영우 사범의 바둑교실에 들어왔다. 당시 비슷한 또래였던 자신의 아들 두 명과 함께 바둑 레슨을 시작했다. 물론 두 아들 모두 재능은 있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 때 이미 바둑계를 평정한 무진이와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김영우 사범은 자질이 더 뛰어난 무진이에게 올인했다. 두 아들은 자연스럽게 바둑을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했다. 큰 아들은 연세대학교에, 둘째 아들은 과기고를 거쳐 현재 포항공대에 재학 중이다. 현재도 아마 3단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둘째는 좀 아쉬웠어요. 자질이 보였거든요. 그런데 애 엄마가 유학을 반대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무진이는 이곳에서 3년을 배우고 서울 장수영 바둑도장에서 사사를 받았어요. 그리고 3년 후에 ‘연구생’ 생활을 시작했죠”

‘바둑사관학교’격인 한국기원 연구생은 바둑영재가 집중훈련을 받는 프로기사 최대의 관문이다. 시험을 통해 132명을 선발, 주말마다 리그전을 펼쳐 1년 동안의 누적점수로 1등에게만 프로자격을 준다. ‘응답하라 1988’의 최택 역은 물론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도 모두 연구생 출신.

홍무진 프로는 2006년에 한국기원 연구생이 된 후 2009년부터 입단대회에 도전해 2015년, 드디어 제주도 출신 첫 프로기사라는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김영우 사범의 제자인 홍무진 프로는 지난해 제주 출신으로 최초로 '남자 프로 바둑 기사’로 등극했다. 홍 프로는 자신의 '프로기사 입단 면장'을 그의 스승인 김영우 사범께 바쳤다.
김영우 사범은 "바둑의 '기본'은 바른 자세로 흔들리지 않게 천천히 바둑돌을 올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세기의 대결, 인공지능 알파고 VS 초일류 기사 이세돌…“기계의 한계 VS 인간의 영역”

“아마 이세돌 9단은 잠을 못 이뤘을 겁니다. 프로에게 있어 한번의 패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거든요. 자신의 생명과 똑같은 겁니다. 굉장히 힘들었을텐데 인터뷰에서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초일류 고수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죠.”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천재 바둑기사 대한민국 ‘이세돌 9단’이 펼치는 세기의 대국에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국까지 진행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전적은 1:3. 3국까지 내리 3연패의 쓴 맛을 본 이세돌 9단은 지난 13일 열린 4국에서 ‘중앙 끼워넣기’라는 ‘신의 한수’로 알파고를 불계로 꺾고 승기를 잡았다.

“1,2,3국에서 ‘알파고’는 정말 뛰어났어요. 4국에서도 허점이란건 잘 모르겠어요. 저보다 고수니까요. 그런데 인간적인 면에서 ‘사람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것은 틀림없어요.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겁니다.”

김 사범은 4국 당시 이세돌 9단이 던진 ‘묘수’에 무너져 ‘의문수’를 남발한 알파고의 경기력에 대해 ‘실수’라기보다 ‘비인격적인 공격’이라고 질책했다.

“4국은 180수에 끝났어요. 160수부터는 이미 승패가 갈린 상황이었거든요. 만약 알파고가 인간이었다면 깨끗하게 돌을 던져버렸을 겁니다(돌을 던지다='기권'을 뜻하는 바둑 용어). 그게 예의입니다. 사람이 그런 수를 뒀다면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겁니다. 상대에 대한 기본이 전혀 없는 거죠.”

바둑을 두는 사이 아이들은 바른 자세로 상대방과 소통하며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한다. 김영우 사범은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인내력과 배려심을 갖춘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바둑 수업은 ‘기본’부터다. 처음 바둑을 배우러 온 학생들에게 김영우 사범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소통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하나의 돌을 정성스럽게 천천히 놓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기른다. 비뚫어진 돌 자체가 공격인 셈이다.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승패의 결과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교감’이에요. 상대방과의 호흡을 통해 순간순간의 희로애락을 다 느낄 수 있거든요. 또한 집중력과 인내심, 배려하는 마음도 ‘알파고’는 습득할 수가 없어요. 기계가 시도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죠.”

한편, 이세돌 9단은 오늘(15일) 오후 1시부터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국을 벌인다. 김영우 사범은 ‘철벽수비력’을 지닌 알파고의 특성상, 공격형 흑돌을 쥔 이세돌보다 수비형 백돌을 잡은 알파고에게 유리한 경기가 될 것 같다는 전망과 함께 이세돌 9단의 마지막 선전을 기원했다.

오늘(15일) 열리는 '이세돌 9단 VS 알파고'의 5국에 앞서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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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고 2016-03-15 18:39:12
김영우 사범은 ‘철벽수비력’을 지닌 알파고의 특성상, 공격형 흑돌을 쥔 이세돌보다 수비형 백돌을 잡은 알파고에게 유리한 경기가 될 것 같다는 전망과 함께...... 사범님 예감 적중!!!!! 5국 알파고 승~~~~ 그래도 잘 싸웠다~~~ 쎈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