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42 (토)
“일방적인 쇼에 ‘협치’는 무너져 내렸다”
“일방적인 쇼에 ‘협치’는 무너져 내렸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3.10 08:25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누리과정 문제를 풀겠다는 元 지사의 발언을 보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 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 ⓒ조보영.

믿음의 가치는 무한하다. 상대방을 믿지 못한다면 말을 꺼낼 수 없다. 사람이 입 밖으로 말을 꺼낼 때는 믿음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은 더 그래야 한다. 믿음이 바탕이다. 그런데 어제(9일) 그런 믿음이 깨지는 일이 발생했다. 원희룡 지사가 발표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다.

원희룡 지사는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기자회견 자리에서 말했다. ‘이석문 교육감과 사전에 의견 조율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필요한 부분에 대한 사전 협의를 거쳐 발표했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그건 아니었다. 사전 협의는 거치지 않았다. 어제 기자회견은 오전 10시 30분에 열렸고,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은 회견을 1시간 30분 앞둔 9시에야 교육청에 통보됐다. 교육청은 당황을 넘어, 황당할 수밖에 없는 경우를 당하고 있다.

도청도 기관이고, 교육청도 기관이다. 교육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두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교육청은 ‘교육행정협의회’라는 기구를 통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가동되지도 않았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매우 첨예한 사안이다. 정부의 의견과 교육청의 의견이 완전 다르다. 정부는 시행령을 고쳐서 교육청 돈으로 어린이집에 누리과정 예산이 지원되도록 하고 있으며, 교육청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은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교부금 비율을 높여달라고 정부에 읍소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어린이집 ‘보육’에 돈을 쏟아부을 경우 정작 중요한 ‘교육’이 황폐화된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어린이집은 교육청의 관할도 아니다.

이처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헌데 원희룡 지사는 도교육청과의 사전 협의라는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결국 그 돈은 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어제 원희룡 지사의 기자회견은 정부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당장 보육대란을 막았다는 점보다 정부의 정책의지를 그대로 확인시켜준 행동이기게 그렇다. 하지만 ‘교육행정협의회’라는 기구도 있고, 충분한 협의를 거치면서 해야 할 일을 어찌 그리도 후다닥 해치우는지 알 수 없다.

어제 원희룡 지사의 행동은 자신이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협치’의 실종이나 다름 아니다. ‘협치’를 하지 않고 마치 ‘협잡’을 보는 듯했다. 어제 기자회견 자리에서 기자들이 이런 질문도 던졌다. “총선을 앞두고 쇼를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작에 발표를 할 것이지, 왜 이제 와서 발표를 하느냐”

맞는 말이다. ‘협치’를 뭉갠 그 쇼에 교육행정은 신뢰를 잃고, 협치도 땅에 떨어졌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지나가다 2016-03-11 15:23:22
왜 이레야 하는지를 잘 이해가 안돼요.
자신들의 입장보다 도민의 해당 사람들의 입장을 우선 헤아리는 지혜가 필요한네요ㅠㅠㅠ

협치 말뿐인건 아닌지? 2016-03-10 21:28:53
협치라는건 가장 먼저 소통이 이루워져야 한다.
도 따로 교육청 따로리리. 차라리 의견을 각각 제시하는 게
좋겠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