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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강정 주민들에게는 해적보다도 못한 집단”
“해군, 강정 주민들에게는 해적보다도 못한 집단”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3.07 13: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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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 발파 4주기 기자회견 … 소원 리본 달기·꽃씨 뿌리기, 멧부리까지 평화행진
4년 전 구럼비 발파를 기억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7일 낮 12시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열렸다. ⓒ홍석준 기자

구럼비 바위에 대한 폭파가 시작된지 4년이 지난 3월 7일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강정마을 정선녀 공소회장의 ‘잠들지 않는 남도’ 노래가 울려퍼졌다.

4년 전 구럼비 발파가 시작된 날을 잊지 않고 마련된 기자회견 직후 강정마을 삼거리를 지나 멧부리까지 퍼레이드를 벌이던 중 즉석에서 앵콜 신청을 받은 정 회장의 앵콜 곡이었다.

“외로운 대지의 깃발 / 흩날리는 이녘의 땅 / 어둠살 뚫고 피어난 /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뒤로 매일같이 반복되는 공사장 정문 앞 미사. 이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공사차량이 나갈 때마다 경찰의 고착이 반복됐지만 4년 전 구럼비 발파 때의 악몽을 되새기려는 듯 강정 주민들과 지킴이들의 노래와 율동은 더욱 활기차 보였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는 멧부리까지 퍼레이드를 시작하기 직전 “2012년 3월 7일은 제주도 치욕의 날”이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당시 우근민 지사는 물론 제주도의회 의장과 도의회 의원, 새누리당 제주도당을 포함한 제주지역의 모든 정치단체들이 구럼비 발파를 보류하라는 입장을 발표했고 국회의원들까지 강정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강정천 다리로 모여들었음에도 구럼비 발파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을회 등은 당시 해군이 제주인들의 이같은 목소리를 무시한 채 신고된 경로로 화약을 운송하지 않고 해상으로 화약을 불법 운송, 기어이 구럼비 바위를 발파했던 일을 상기시키면서 “생명을 품은 바위, 어머니 품 속 같던 구럼비 바위는 그날 그렇게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뼈마디가 부숴지는 고통을 받으며 화약연기 속에 사라져 갔다”고 울분을 토해 냈다.

이들은 구럼비 바위에 대해 “4.3 당시 주민들의 목숨을 지켜주던 은신처였으며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사이에 바다를 매개로 세대를 이어주던 교육의 장이자 교감의 장이었으며 언제든지 지친 마음과 몸을 치유해주던 병원이자 쉼터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들은 “아무리 안보를 위한 사업이라지만 우리나라에 단 한 차례도 출몰한 적 없는 해적의 위협으로부터 남방 수송로를 지킨다든가, 수중암초인 이어도를 군사적으로 지켜야 한다든가, 휴전선에서 가장 먼 후방에 건설되는 기지가 북한의 도발로부터 신속 대응할 수 있다는 납득하기 힘든 논리로 추진되는 제주해군기지를 위해 절대보전지역으로 보호받던 구럼비 바위가 희생돼야 한다는 것은 부당함을 넘어서 억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마을회 등은 “제주해군기지 추진에 따른 갈등의 책임은 누가 봐도 명분이 불분명한 사업을 비민주적으로 강행한 해군과 중앙 정부, 제주도정에 있음이 명확하다”면서 “하지만 해군은 찬성측 주민들을 이용해 갈등을 조장하고 주민들의 생활 불편 감소에 비협조적일 뿐만 아니라 공사 지연에 따른 배상금 273억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 움직임을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마을회 등은 “자연의 순리아 민심을 완전히 거역한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반드시 인간의 심판과 하늘의 심판을 동시에 받을 것”이라면서 “부당한 억지 사업에 동조해 여론조사를 조작하고 절대보전지역 해제로 강정 주민들을 갈등의 수렁으로 밀어넣고 탄압을 받게 만든 장본인 김태환 전 지사를 반드시 역사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는 다짐을 피력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강정마을 한 주민이 해군 트럭에 구럼비 바위를 기억해달라는 뜻으로 꽃을 전하고 있다. ⓒ홍석준 기자

조경철 강정마을회 회장은 회견문 낭독에 앞서 “해군은 우리 마을 입장에서 보면 해적보다도 못한 집단”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 군이 정작 보살펴야 할 자국민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자신들의 거주를 위해 주민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김성환 신부는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곳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면서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해군기지가 다 지어졌으니 얼마나 실망스럽겠느냐며 우리를 위로하려 하지만 우리는 실망이나 좌절보다 구럼비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위로하기보다 우리가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는 데서 희망을 얻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회견을 마친 강정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자신들의 소원을 적은 리본을 공사장 정문 앞 철조망에 걸어놓고 해군기지 정문을 지나 삼거리에서 희망의 꽃씨를 심은 뒤 멧부리까지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강정마을 주민들과 자킴이들까지 멧부리까지 평화 행진을 벌이고 있다. ⓒ홍석준 기자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을 막아 선 김성환 신부가 경찰 병력에 의해 들어 옮겨지고 있다. ⓒ홍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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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16-03-07 17:16:26
신부님들 이젠 화해의 중재자로 나서야 할때입니다. 입구를 가로막고 방해하는듯한 모습은 사제다운 모습은 아닌거 같습니다. 훼방꾼 같은 모습은 거룩한 사제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지 않나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