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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여! 자신이 돈도 집도 없다면 어떻게 할래요”
“정치인들이여! 자신이 돈도 집도 없다면 어떻게 할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2.25 16: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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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미쳐서 날뛰는 제주도 땅에 대한 단상
부동산 가격 상승에 서민들의 한숨은 더 깊어진다. 사진은 특정사실과는 관계없음.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몹시 놀랄 때 ‘헉’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런데 요즘은 ‘헉’이라는 놀라움의 표시보다는 한숨이 많이 나온다. 한숨도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너무 답답한 나머지 ‘어휴’라는 단어로 대변된다. 제주 사회를 들여다보면 정말이지 ‘어휴~’라고 질러대도 모자라지 않다. 기가 막히다는 뜻이다.

기가 막힐 정도의 일은 뭔고 하면 돈이다. 돈이 많아서 하는 소리냐고? 아니다. 돈도 없고 백도 없는 서민들의 입에서 나오는 ‘어휴~’이다. 세상에 부동산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 제주도다. ‘어휴~’가 아니고 뭔가.

제주도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에 비해 20% 가까이 올랐다. 전년 1위였던 세종시를 물리치고 당당히 1위에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걸 두고 좋은 게 아니냐고 할 이들도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가치가 뛰어오르니 나빠할 사람보다는 좋아할 사람이 분명 많다. 물론 세금도 많이 내겠지만.

문제는 부동산 가치 상승은 있는 자를 위한 것이라는데 있다. 대규모 땅을 가지고, 값비싼 땅을 가진 이들은 서민과는 거리가 있다. 그들은 다수가 아니라 소수이다. 부동산 가치가 오르면 다수의 서민이 아니라 소수의 돈 있는 사람이 돈을 번다는 말이다.

아파트 값은 지난 2014년만 하더라도 평당 1300만원대에 거래가 되어도 비싸다는 말을 해왔다. 그런데 이젠 평당 2000만원을 넘는다.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한 아파트는 올해 1월 49평짜리가 9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서귀포시도 마찬가지다. 혁신도시에 있는 아파트는 평당 1700만원이 넘는 가격에 오간다.

혹자는 이런 아파트 가격 상승이 ‘제대로 된 것이다’고 하기도 한다. 정말 제대로 된 것일까. 돈 있는 이들이니까 그런 말을 한다. 집도 없고, 돈도 없는 서민들은 세상 끝이 어딘지 모르고 솟아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눈만 멀뚱멀뚱할 뿐이다. ‘어휴~’라는 한숨과 함께.

부동산이 오르자 이젠 제주도민 모두들 돈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아파트 분양 소식에 너도나도 시세차익을 노리고 덤벼들고 있다. 전매는 불법인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은 하지 않는다. 분양권을 얻고 되팔면 그만이다는 범죄적 심리가 도민 사회에 뿌리깊이 박히고 있다.

그걸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현상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가계대출은 8조2000억원이나 된다. 전년보다 1조9000억원 늘었다. 정말 ‘어휴~’이다. 8조2000억원은 제주도 한해 예산의 갑절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비율 증가율이 178%란다. 한숨이 나오지 않을래야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공시지가 표준지 상승률 전국 1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전국 1위인 섬이 됐다. 그런 1위는 전혀 반갑지 않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2~3년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부동산은 한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속성이 있다. 제주도 근로소득자의 평균 연봉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2660만원이다. 20년간 한푼도 쓰지 않고 저축을 해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말이지 후손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예전엔 부모들이 자식들의 주택 마련을 위해 돈을 보태고도 남았다. 이젠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다가는 부모 세대들이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 이젠 부모들이 해 줄 것도 없고, 자식들이 알아서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안하다.

제주도가 행복주택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과연 빛을 보기는 할까. 올해 총선에 나서는 후보들은 너나없이 부동산 가격을 얘기하는데 실천이나 할 수 있을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금 현재 자신의 모습을 봐서는 안된다. 절대 다수에 해당하는 서민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만일 도지사가 집도 돈도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이 그렇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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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16-02-27 08:19:36
정치인들은 오직 당선되는 것에만 집중하는 듯요~~
서민들의 애환을 해소해줄 정치인이 많이야 ~~~

휴 ㅠㅠㅠ 2016-02-25 17:25:32
한숨이 나온지는 넘 오래됐어요~~
대부분 육지와 많은 생활의 차이가 나는데 부동산 값만 전국 1위이니
집없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아님 육지로 나가야할지 고민되는 일입니다.
국회의원 출마자들 집값 안정하겠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