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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민회관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 되기에 충분”
“제주시민회관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 되기에 충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2.22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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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문화재청의 근현대 체육시설 문화재 등록 추진을 보며

건축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고 하죠. 건축물을 보면 그 시대를 읽을 수 있다는 의미이면서, 한 시대가 그에 맞는 건축양식을 만들어낸다는 뜻이죠.

어느 지역엘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건축물이 존재합니다. 경주에 가면 불국사를 들르고, 전주에 가면 정동성당, 프랑스 파리에 가면 에펠탑, 이런 식이죠. 바로 ‘시대를 담는 그릇’들입니다.

그런데 과연 ‘시대를 담는 그릇’은 우리 곁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런 건축물은 있었지만 현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바로 파괴의 과정을 거쳐서 사라졌기에 그렇습니다. 김중업의 제주대 본관은 지난 1990년대 사라졌고, 지금도 작품성이 있다고 평가를 받는 건축물이 사라지곤 합니다.

‘시대를 담는 그릇’이 사라지는 이유는 낡았다는 이유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이 작용을 했죠. 어떤 때는 행정이 그런 파괴행위를 부추기기도 합니다.

사라지면 다시 태어나지 못합니다.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는 건 그 땅 위에 존재할 때라야 가치를 발하기에 그렇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파괴의 과정을 가장 많이 거치는 건물은 근현대 건축물입니다. 조선시대 건축물은 터만 있어도 짓곤 하는데, 우리의 기억에 있는 건축물은 개발이라는 미명에 없어지는 절차를 거칩니다.

근대건축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건축물이죠. 현재를 사는 이들이 살면서 보아온 것들입니다. 근대를 영어로 표현을 하면 ‘모던(modern)’이 되는데, 이 모던은 ‘현대’로도 해석이 됩니다. 여기서 근대건축의 개념을 설명하려면 르 꼬르뷔지에의 정의를 가져와야 하는 등 할 말이 많아집니다. 그건 다음 기회를 봐서 하도록 하고, 근대건축을 쉽게 말한다면 전통건축과의 차별이라고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일제강점기를 거쳤기에 우리다운 근대건축은 1960년대 들어와서야 성행을 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탈식민화된 건축물이 태동을 합니다.

문화재청이 근현대 체육시설을 문화재로 등록을 추진하는 가운데 제주시민회관도 여기에 포함됐다. 사진은 제주시민회관 측면.

때마침 문화재청이 근현대 체육시설을 문화재로 등록을 추진한다고 지난주에 밝혔습니다.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되는 7개의 건축물이 대상입니다. 여기엔 제주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제주시민회관도 포함돼 있어요. 무척 반가운 소식입니다.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를 포함해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까지 세워진 체육시설 113건에 대한 목록화 작업을 마쳤고, 이 가운데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7건을 등록 대상으로 선정을 했다는군요.

제주시민회관은 웬만한 제주시민들은 한번쯤 오고간 기억을 가지고 있는 곳이지요. 1960년대초 김태식의 설계로 만들어집니다. 이 건축물은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철골조로 지어졌다는 의미도 있어요. 설계를 한 김태식은 해방 후 처음으로 건축사사무소를 등록한 인물이며, 1945년엔 조선건축사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합니다. 조선건축사협회는 현재 한국건축가협회로, 작가성을 띤 이들의 탄생을 알린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는 단 시간에 만들어졌다고 단 시간에 사라지는 산물이 아닙니다. 사람의 기억에 내포된 삶 자체가 문화이며, 거기엔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는 건축물의 역할이 무척 큽니다. 제주시민회관이 근현대 문화재로 등록되길 바라며, 이를 계기로 ‘시대를 담는 그릇’을 지켜내려는 노력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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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좋은일~~ 2016-02-22 11:02:00
시민회관은 제주의 각종행사들이 많이 열렸던 오래된 건물이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네요~~~
더욱 잘 보존되도록 당국의 세심한 노력을 당부드린다.